'한파' 전자업계서 실적효자로 부상…전장사업 대전환기 왔다

머니투데이 오문영 기자 2023.01.05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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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전자·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인 CES 2023 개막을 하루 앞둔 4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 베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 사전 부스 투어에서 취재진들이 삼성전자와 하만의 전장사업 관련 협업인 '하만 레디 케어'를 살펴보고 있다./사진=뉴스1세계 최대 전자·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인 CES 2023 개막을 하루 앞둔 4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 베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 사전 부스 투어에서 취재진들이 삼성전자와 하만의 전장사업 관련 협업인 '하만 레디 케어'를 살펴보고 있다./사진=뉴스1


전자업계에서 미운오리 취급받던 전장(자동차 전자부품)사업이 백조로 거듭나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자율주행·전기차 영역 전환에 속도가 붙으면서 전자업계 전장사업도 덩달아 성장세를 타고 있다. 경기 침체로 가전과 IT(정보통신)제품이 전례 없는 수요 절벽을 겪고 있는 탓에 전장사업 성장세는 더욱 부각되고 있다.

5일 전자업계에서는 전장시장이 대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코로나19(COVID-19)로 전동화·자율주행 등 미래 기술 상용화에 속도가 붙으면서 자동차 시장에서 IT기업들의 입지가 빠르게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맥킨지앤드컴퍼니는 최근 2025년 전장 원가 비율은 50%에 달할 것으로 관측했다. 여기에는 배터리를 비롯해 차량용 반도체, 텔레매틱스, 카메라, 디스플레이 등이 포함된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 난도가 점차 올라가면서 각 부품을 공급하는 것뿐 아니라 전체 기능을 구현한 모듈, 더 나아가 플랫폼 사업까지 확장하고 있다"면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자동차 판매가 급증하는 상황이 겹치면서 이미 유의미한 성과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경기침체로 기존 주력 사업이 부진하고 있어 더욱 주목받는 분위기"라며 "특히 기존에 완제품 사업만 운영했던 업체들 사이에서는 전사에 다양성을 더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전했다.

삼성과 LG 등 국내 업계는 일찍부터 전장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점찍고 계열사별로 대응 체계를 구축해 왔다. 삼성전자는 차량용 메모리반도체와 통신칩, 이미지센서 등을 다루고 삼성전기 전장용 MLCC(적층세라믹캐패시터)·카메라모듈 사업은 지속해서 견조한 수요를 창출해내고 있다. 디지털 콕핏, 카 오디오 등 사업을 영위하는 하만은 지난해 3분기 역대 최대 실적(매출 3조6300억원, 영업이익 3100억원)을 거둔 데 이어 4분기에도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SDI 배터리 역시 유관 영역이다.



LG도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LG에너지솔루션 등 다양한 계열사가 전장 부품 사업을 운영 중이다. 구광모 LG 대표이사가 신성장 분야로 전장을 점찍은 뒤 전사 역량을 집중해 육성해온 결과다. LG전자의 경우 9년간 적자를 기록했던 전장사업이 지난해 첫 연간 흑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부터 분기 기준 1000억원이 이상의 흑자 기조를 지속할 것으로 업계는 본다. LG디스플레이 차량용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LG이노텍 차량용 카메라 모듈의 영향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해외 IT기업의 자동차 시장 진입도 활발하다. 수년 전부터 자율주행 기술을 연구해온 애플은 최근 출시 계획을 세우고 협력 업체를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일본 소니와 혼다의 합작사 '소니혼다 모빌리티'는 2025년 전기차 사전계획을 시작해 이듬해 양산차를 판매할 계획이다. 중국 바이두는 최지리자동차와 자율주행 전기차를 생산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LG전자와 마그나가 협업해 만드는 차세대 자율주행 이미지. /사진 = LG전자 제공LG전자와 마그나가 협업해 만드는 차세대 자율주행 이미지. /사진 = LG전자 제공
전장사업이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올라타는 시기인 만큼 공급망·점유율 등을 둔 업체 간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전자업체와 자동차업계 간 경계는 허물어지고, 업체간 합종연횡도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개막을 하루 앞둔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3 현장이 이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BMW의 음성비서를 통한 차량 조작 기술, 현대차의 레벨4 자율주행 시스템, HL만도의 자율주행 솔루션 라인업 등 완성차 업체들이 미래 모빌리티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IT기업들은 미래 모빌리티를 테마로 꾸려지는 LVCC 웨스트홀에 대거 전시 부스를 차리며 제품 경쟁력 홍보에 나섰다. 엔비디아·폭스콘, LG전자·마그나 등 협업 프로젝트도 다수 발표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부품의 변화는 전반적인 부품 체인의 변화를 뜻한다"면서 "기업간 경쟁은 물론 동맹이 활발하게 일어나는 만큼 시장 구조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IT기업들이 세트업의 부진을 전장이 상쇄할 수 있다는 점을 경험했다는 점이 갖는 의미도 크다"면서 "투자와 기술제휴, 인재 확보 다방면에서 기업들의 움직임이 더욱 분주해질 것"이라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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