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보다 더 나쁠 것"…무섭게 침몰하는 英경제, 왜?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2023.01.05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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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만삭스, 올해 英 실질 GDP -1.2% 전망…
내년엔 러시아보다 부진한 0.9% 성장 예상…
물가상승·금리인상·소비저하 악순환 고리…
"생활비 부족해 식사량 줄이고 끼니 거르기도"

영국의 경제 상황이 전방위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와 비슷한 수준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심지어 내년 경제성장률은 러시아보다도 부진할 것으로 예상됐다. 사진은 영국 파운드화/ⓒ사진=블룸버그영국의 경제 상황이 전방위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와 비슷한 수준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심지어 내년 경제성장률은 러시아보다도 부진할 것으로 예상됐다. 사진은 영국 파운드화/ⓒ사진=블룸버그


올해 영국의 경기침체가 예상보다 심각해 국제사회로부터 전방위 경제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와 비슷한 수준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내년에는 영국의 경제 회복 속도가 더뎌 러시아보다도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4일(현지시간) 미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2023년 거시경제 전망'에서 영국의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2%로 예상했다. 이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미국·유럽 등 서방의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 GDP 성장률 -1.3%와 비슷한 수준이다. 심지어 내년에는 영국의 경제성장률이 0.9%로 러시아(1.8%)에 뒤질 것으로 골드만삭스는 봤다.



세계 주요10개국(G10)과 비교해도 영국의 상황은 심각하다. 올해와 내년 G10의 평균 경제성장률은 각각 0.5%, 1.6%로 영국은 이에 한참 못 미친다. 영국뿐 아니라 독일 경제성장률도 올해 -0.6%, 내년 1.4% 등으로 G10 평균을 밑돌 것으로 분석됐다.

영국 경제에 경고등이 들어온 배경에는 에너지 위기, 인플레이션(물가상승), 금리인상 등이 있다. 에너지 비용 상승이 인플레이션을 촉발했고,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영란은행(BOE)의 금리 인상 조치가 가계 소비력 저하로 이어지는 악순환 고리를 만들었다.



골드만삭스의 얀 하치우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영국의 가정용 에너지 요금은 다른 국가들보다 더 오래 더 큰 폭으로 올랐고, 이것이 심각한 인플레이션을 불렀다"며 "이 같은 상황은 실질소득과 소비, 산업생산 전반에 부담을 줬다"고 지적했다.

[런던=AP/뉴시스]영국 전역에서 온 사람들이 22일(현지시간) 영국 언던 팔러먼트 스퀘어에 모여 유럽연합(EU) 재가입을 촉구하는 행진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22.10.23.[런던=AP/뉴시스]영국 전역에서 온 사람들이 22일(현지시간) 영국 언던 팔러먼트 스퀘어에 모여 유럽연합(EU) 재가입을 촉구하는 행진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22.10.23.
지난 2020년 1월 단행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Brexit)'도 악재로 작용했다. EU와 47년 동거를 끝내고 홀로서기에 나선 뒤 상품 교역 절차가 복잡해졌고, 관세는 높아졌다. 외국인 노동자 감소로 인건비도 급등했다. 이는 모두 영국의 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이 됐다.

영국 내부에서도 역사상 최악의 생활 수준으로 추락할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영국예산책임처(OBR)는 가계의 실질 가처분 소득이 2022~2023년 4.3%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도 올해 2분기까지 영국인들의 실질소득이 3% 더 줄어들 것으로 봤다.


BBC에 따르면 실제로 영국인 수백만명이 생활비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저소득층에 식료품을 나눠주는 '푸드뱅크(무료급식소)'를 찾는가 하면 최근 수개월간 식사량을 줄이거나 끼니를 거른 사람들도 늘고 있다.

에너지, 식료품 등 생활물가가 급등하면서 실질 소득이 줄어 끼니를 거르거나 식사량을 줄이는 영국인들이 늘고 있다. 사진은 영국의 한 어린이집 점심 급식. ⓒAFP=뉴스1에너지, 식료품 등 생활물가가 급등하면서 실질 소득이 줄어 끼니를 거르거나 식사량을 줄이는 영국인들이 늘고 있다. 사진은 영국의 한 어린이집 점심 급식. ⓒAFP=뉴스1
골드만삭스뿐 아니라 글로벌 컨설팅업체 KPMG도 영국의 실질 GDP 성장률이 올해 -1.3%, 내년 0.2%에 그칠 것이라는 암울한 진단을 내놨다. 경제협력기구(OECD)는 앞으로 수년간 영국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심각하게 뒤처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KPMG의 야엘 셀핀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에너지와 식료품 등 전반적인 물가 상승이 가계의 구매력을 떨어뜨린 상황에서 금리인상까지 단행돼 경기 침체의 골이 더 깊어질 것"이라며 "영국의 노동시장은 올 상반기부터 악화해 내년 중반에는 실업률(지난해 8~10월 기준 3.7%)이 5.6%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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