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 언 '크립토 윈터'에도…'디지털자산 리서치' 발동 건 여의도

머니투데이 이사민 기자, 홍순빈 기자 2023.01.06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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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가상자산 시장이 한겨울이지만 미래를 대비하는 증권사의 움직임도 적잖다. 각종 규제 때문에 가상자산 관련 사업을 펼치기 어려운 가운데 가상자산 분석 등 연구 작업부터 시작하는 흐름이다. 다만 가상자산에 대한 연구가 꾸준히 진행되려면 부족한 인력, 미비한 규제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증권가 의견이 제기된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키움증권 (132,100원 ▲3,400 +2.64%)은 올해부터 증권업계 최초로 리서치센터 산하 가상자산 분석팀을 별도로 꾸려 운영한다. 키움증권은 리서치센터에 '디지털자산리서치팀'을 신설해 증권형 토큰, 코인 등 가상화폐를 분석한다. 투자전략팀장 겸 디지털자산리서치팀장으로 임명된 김유미 연구원과 심수빈 연구원이 함께 관련 리서치를 진행한다.



활동 계좌 수 1200만개를 두며 국내 주식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한 키움증권은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우위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가상자산 시장을 선점하고자 올해부터 디지털자산리서치팀을 새로 만들었다"며 "키움증권이 다른 증권사 대비 개인 고객이 상대적으로 많은 점도 고려했다"며 설명했다.



키움증권 이전에도 증권사들은 디지털자산 전담 애널리스트를 두고 관련 리서치를 진행해왔다. 대형사인 NH투자증권, KB증권부터 중소형사인 유진투자증권, SK증권 등도 전담 연구원을 두고 관련 리포트를 꾸준히 발간했다. SK증권의 경우 지난해부터 리서치센터 외부에 둔 스마트시티추진실 산하 블록체인혁신금융팀을 만들기도 했다.

오태동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고객이 투자할 수 있는 모든 자산을 분석한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디지털자산을 분석 중"이라며 "가상자산 역시 시가총액 규모가 굉장히 큰 영역인 만큼 고객의 수요, 성장성 등을 파악해 투자가치 여부에 대해 연구한다"고 밝혔다.

/삽화=김현정 디자인기자/삽화=김현정 디자인기자
업계에선 향후 새로운 투자자산 발굴을 위해 제도권 증권사의 가상자산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아직 관련 종목이 많지는 않아 해당 분야 애널리스트가 되기가 쉽지는 않다"면서도 "블록체인이 CES에서도 다뤄지는 등 가상자산을 중요한 줄기로 보고 앞으로도 챙길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시장 상황이 변수다. '루나 사태', FTX 파산, 위믹스 상폐 등 악재가 쏟아지며 가상자산업계는 아직 활력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인력 부족, 제도 미비 등에 시달리는 증권가가 가상자산 리서치를 지속해서 진행하기란 쉽지 않다.

한 대형 증권사는 가상자산 리서치를 계속 진행하려는 의지는 크지만 인력 확충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해당 증권사 센터장은 "올해부터 별도의 분석팀을 꾸리려고 했으나 최근 인사이동으로 팀을 재정비하는 중"이라며 "가상자산업계 상황이 안 좋다 보니 새로운 인재 영입이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인력 관리가 쉽지 않은 것도 문제다. 한 중소형사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몇 해 전 관련 리서치를 진행하던 연구원이 여의도에서 대체불가능토큰(NFT)에 대한 인뎁스 보고서를 가장 먼저 내고 큰 반향을 일으켰는데 바로 핀테크 업계에서 스카우트해갔다"며 "가상자산업계에선 금융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재들에 대한 수요가 많기 때문에 업황이 좋아지면 인력이 바로 유출된다"고 토로했다.

금융당국에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나오지도 않은 점도 가상자산 리서치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이 관계자는 "관련 규제가 없어 현 상황에선 불확실한 부분이 너무 많다"며 "본격적으로 지침이 만들어진 이후에야 회사 차원에서 팀을 조직화할 수 있을 듯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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