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방역복' 입었던 그들, 갑자기 백수 됐다…수백만명 中 거리로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김지산 특파원 2023.01.05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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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시성 시안 출신 중국 약사 자오융강은 지난해 5월부터 베이징의 유전자증폭(PCR) 검사장에서 근무해왔다. 온종일 검사를 받으려는 사람들이 넘치고 넘쳤다. 그러다 12월이 되자 제로 코로나 폐기와 함께 PCR 의무 검사가 폐지되면서 일거리가 급격히 줄었다. 그가 속한 검사 업체는 검사장 수를 100개에서 7개로, 그의 근무 시간은 반으로 줄였다. 급여는 말할 것도 없다. 그는 하루 200위안(약 3만7000원)을 벌어간다.

지난 11월23일 중국 베이징의 한 지하철역 앞에서 주민들이 거리의 방역 요원들로부터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AFPBBNews=뉴스1지난 11월23일 중국 베이징의 한 지하철역 앞에서 주민들이 거리의 방역 요원들로부터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AFPBBNews=뉴스1


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제로 코로나 폐기 이후 실직 위기에 몰린 '다바이(大白)'들이 서둘러 직종을 전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바이는 흰색 방역복으로 온몸을 둘러싼 채 방역 최전선에서 활동했다. 때로는 헌신적인, 때로는 강압적인 모습으로 묘사되며 지난 3년간 고강도 방역 정책의 상징이 됐다.



제로 코로나 시기 중국 주요 도시에는 인구 2000~3000명당 최소 1개 이상 PCR 검사 본부가 설치됐다. 또 국가위생건강위원회 지침에 따라 본부마다 일정 의료 자격증을 소지한 8~10명 검사 요원과 4~5명 보조원이 배치돼 4~5개 부스로 배치됐다.

이들의 일거리는 12월7일 방역 완화 10개 추가 조치가 발표되자마자 80% 급감했다. 현재는 PCR 검사를 받는 사람은 택시 기사 같은 극소수 직군 종사자뿐이다.



다바이 일부는 의료산업 지식과 네트워크를 이용해 신속항원 검사키트 등 의료 용품 중간상인이 됐다. PCR 검사장 수가 급격히 줄고 그나마 검사 결과도 신뢰할 게 못 되면서 자가진단 시장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였다. 12월 초 코로나19가 빠른 속도로 퍼지자 자가진단 키트와 해열제, 항생제 등 물량 부족을 겪을 때만 해도 이윤이 상당했지만 이제 수급이 안정되면서 가격이 떨어졌다.

약사 출신들은 그나마 돌아갈 약국이라도 있다. 그러나 검사장 경비원 같은 단순 업무 근로자들은 의류 제조나 식당, 호텔 노동직 같은 직업을 구했거나 여전히 구직 활동 중이다.


산더미처럼 쌓인 마스크에서부터 면봉, 위생용품, 개인 보호 장구 등 방역 용품 처리도 문제다. 그 중 일부는 소셜 미디어 플랫폼과 중고 전자 상거래 사이트에서 대폭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

베이징의 간호사 샤오리는 "이곳에 1000개 넘는 PCR 시험관과 면봉이 있다"며 구매가의 반값에 팔고 있다고 했다.



컨설팅 회사 'ii미디어리서치' 장리 수석분석가는 "펜데믹이 완화되면서 더 많은 고용주가 돌아오고 수많은 근로자를 필요로 할 것"이라며 취업난이 오래 가지 않을 거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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