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묘년 달토끼 보자" 진짜 달로 간 한국…2045년엔 사람 싣는다

머니투데이 김인한 기자, 변휘 기자 2023.01.05 07:00
글자크기

신년기획-'달의 시대' 열릴 계묘년

'세계7강' 환호에 "아직 멀었다"…韓 최초 로켓 만든 NASA 과학자 직설
미국항공우주국(NASA) 랭글리연구소 수석연구원인 최상혁 박사는 계묘년 새해를 맞아 본지와 인터뷰에서 한국이 누리호·다누리 성과에 안주하지 말고 새로운 변화를 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사진제공=미국항공우주국(NASA)미국항공우주국(NASA) 랭글리연구소 수석연구원인 최상혁 박사는 계묘년 새해를 맞아 본지와 인터뷰에서 한국이 누리호·다누리 성과에 안주하지 말고 새로운 변화를 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사진제공=미국항공우주국(NASA)


한국은 지난해 우주개발 30년 만에 새 역사를 맞았다. 누리호 발사 성공과 다누리 달 궤도 안착이 그 전환점이다. 미국·러시아·일본·중국·유럽·인도에 이어 우주 분야 '세계 7강'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여전히 6위와는 격차가 큰 '우주 후발국'이라는 평가도 있다. 한국이 우주개척 첫걸음에 도취되지 말고 도전을 지속해야 하는 이유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랭글리연구소 수석연구원인 최상혁 박사는 1일 머니투데이와 신년 인터뷰에서 "한국의 우주 과학기술은 1960년대부터 국가의 결단 아래 꾸준히 발전해 왔다"면서도 "현재 우주 과학기술과 산업은 앞으로 갈 길에 비하면 1% 수준에 불과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과거의 짐을 메고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 No change, No progress(변화 없이 진보도 없다)"라며 지속적인 변화를 촉구했다. 지난해 5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NASA와 체결한 아르테미스 협약과 관련해서는 "협약을 구체화하려면 한국 정부의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 박사는 한미 우주과학 분야 상징적 인사다. 여든을 바라보지만 여전히 현역이다. 1964년 인천 소래포구에서 발사된 한국 최초의 로켓이 바로 최 박사 주도로 만들어졌다. 대학 3학년 때 로켓 발사를 시연하는 과정에서 폭발 사고로 오른손을 잃기도 했다. 하지만 좌절하지 않고 연구에 전념한 끝에 1980년부터 NASA 랭글리연구소에서 연구 커리어를 시작했다. 특히 NASA에서 40여년간 연구하며 무선 동력 전송기술과 극초소형 분광기, 태양열 로켓 등을 개발했다. 공로를 인정받아 2020년 한국인 최초로 NASA '발명가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아래는 최 박사와 일문일답.

최상혁 미국항공우주국(NASA) 랭글리연구소 수석연구원이 2020년 한국인 최초로 NASA '발명가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1980년부터 NASA 랭글리연구소에서 우주 분야 기초연구를 시작하고 다수의 논문·보고서와 특허를 출원했다. / 사진제공=미국항공우주국(NASA)최상혁 미국항공우주국(NASA) 랭글리연구소 수석연구원이 2020년 한국인 최초로 NASA '발명가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1980년부터 NASA 랭글리연구소에서 우주 분야 기초연구를 시작하고 다수의 논문·보고서와 특허를 출원했다. / 사진제공=미국항공우주국(NASA)
-지난해 누리호·다누리 성과는 어떻게 보셨나.



▶괄목할 성과다. 한국의 우주 과학기술은 1960년대부터 국가의 결단 아래 꾸준히 발전해 온 결과물이다. 한국의 높은 공업력과 산업 구조 그리고 고급 기술인력이 밑바탕이었다고 본다. 국민의 도전정신과 국가적 리더십이 융합된 작품이라고도 볼 수 있다. 특히 최근 달궤도에 오른 다누리는 광시야 편광 카메라를 탑재했다. 상당히 유용한 과학기기다. 우주 탐사에 고해상도 촬영뿐만 아니라 달의 열상·화학적 변화, 움직임 등을 감지할 수 있다. 달의 뒷면은 그동안 많이 탐색되지 못했다. 그 과학적 자료를 다누리가 제공할 수 있다.

-우주개척 첫걸음에 불과해 성과에 안주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있다.

▶No change, No progress(변화 없이 진보 없다). 인류의 우주 과학기술과 산업은 앞으로 갈 길에 100분의 1정도 왔다. 과거의 짐(The baggage of the past)을 메고 과연 미래로 얼마나 나아갈 수 있겠나. 정제된 지식을 반복하기보단 '왜' '만일 그렇지 않다면' 같은 질문을 던지고 도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NASA에서 제가 참여하는 '고위험감수 성공전략 위원회'가 있다. NASA 과학자들도 '기술개발 잘 되고 있는데 무슨 걱정이냐'며 현존 기술로 미래 임무를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위원회 등을 통해 타성을 깨고 미래 혁신을 만든다.


- 한국 정부에 NASA 아르테미스 협약 체결에 안주해선 안 된다고 쓴소리했는데.

▶미국과 아르테미스 협약(유인 달 착륙을 포함한 심우주 탐사 계획)을 구체화하려면 한국 정부의 노력이 더 필요하다. 특히 국제협력을 통해 국가의 목표를 달성하려면 우주 과학기술에 대한 정책 확립과 그 정책 목표를 이행하기 위한 로드맵, 마일스톤(Milestone·단계별 성과)을 정해놓아야 한다. 우주 탐사는 예산과 인력 등이 요구되며 국제협력은 필수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등이 NASA와 달·화성, 소행성 자원 탐사 접점을 모색하고 있다. 국가적 사명이 있다면 자원개발뿐만 아니라 물질 생산시설, 달 궤도 유인 우주정거장 건설 등에도 참여할 수 있다고 본다.

-한국에선 올해 NASA를 모델로 한 우주항공청이 신설된다.

▶NASA의 전신은 1915년 세워진 NACA(미국국가항공자문위원회)다. 냉전시대 경쟁은 NACA를 1958년 NASA 체제를 만들었고, 아폴로 프로그램(유인 달 탐사)을 탄생시켰다. 앞으로는 유인 우주 탐사뿐만 아니라 달·화성 정착, 우주자원 탐사·채취를 본격화한다. NASA는 백악관 우주위원회(Space Council) 산하에서 우주 정책과 예산 집행을 한다.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발전해왔다. 그런데 한국은 미국과 달리 조직문화의 상하 구분과 위계질서에 따라 소통이 이뤄진다. 정부 내 우주청이 어떤 위치에 있느냐가 중요한 이유다. NASA처럼 창의적이고 도전하는 조직이 되려면 대통령 또는 국무총리 아래 독립기구로 설립되는 편이 좋다고 본다.

-우주청은 과기정통부 산하에 신설이 유력한데.

▶부처 내에 설립되면 우주항공 정책 추진 과정에서 기능 저하가 우려될 수 있다. 또 부처 내 다른 과학기술 분야들과 경쟁하는 희생도 있을 것으로 본다. 순수 우주 과학기술 계획들이 퇴색될 가능성이 높다. 과거 미국 국방부나 에너지부에서도 우주 프로그램이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퇴색된 사례가 있다.

-우주개척에 나서는 한국을 위한 조언은.

▶미국에선 '어떻게'(How)를 생각하는 사람은 자기를 먹여 살릴 직업은 보장되지만 '왜'(Why)를 생각하는 사람은 지도자가 된다는 말이 있다. 지식은 이미 존재하고 언제나 습득할 수 있는 과거의 영역이고, 지혜는 왜라는 질문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드는 미래의 영역이다. 한국에는 지혜가 필요하고 이를 가능케 하는 국가 리더십이 필요하다. 한국 사회가 발전하려면 현재의 성과를 타파하는 혁신의 물결이 넘쳐나야 한다.

최상혁 미국항공우주국(NASA) 랭글리연구소 수석연구원과 연구진의 모습. / 사진제공=미국항공우주국(NASA)최상혁 미국항공우주국(NASA) 랭글리연구소 수석연구원과 연구진의 모습. / 사진제공=미국항공우주국(NASA)
'달토끼' 설화, 이젠 현실된다…계묘년 달 도착한 한국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3일 달 궤도선(KPLO) 다누리가 촬영한 고해상도 달 표면과 지구 사진을 공개했다. 다누리가 지난해 28일 달 상공 124㎞에서 고해상도카메라(LUTI)를 활용해 촬영한 사진이다. 사진 속에는 달 표면의 크레이터(Crater·분화구)와 지구의 모습이 선명하게 담겼다. 다누리는 심(深)우주 탐사를 열어갈 한국 최초 우주 탐사선으로, 내달부터 1년간 달 궤도를 하루에 12바퀴 돌며 각종 과학임무를 수행한다. / 사진제공=한국항공우주연구원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3일 달 궤도선(KPLO) 다누리가 촬영한 고해상도 달 표면과 지구 사진을 공개했다. 다누리가 지난해 28일 달 상공 124㎞에서 고해상도카메라(LUTI)를 활용해 촬영한 사진이다. 사진 속에는 달 표면의 크레이터(Crater·분화구)와 지구의 모습이 선명하게 담겼다. 다누리는 심(深)우주 탐사를 열어갈 한국 최초 우주 탐사선으로, 내달부터 1년간 달 궤도를 하루에 12바퀴 돌며 각종 과학임무를 수행한다. / 사진제공=한국항공우주연구원
#. 1992년 8월11일 오전 8시8분, 우리별 1호 발사 성공

#. 2022년 8월5일 오전 8시8분, 다누리 발사 성공

한국 우주개척 역사에서 8은 의미가 깊은 숫자다. 한국 최초 인공위성 우리별 1호와 달 궤도선 다누리가 공교롭게 8월 오전 8시 8분에 발사됐다는 공통점 때문이다. 다누리가 달로 향하는 궤적도 숫자 8을 옆으로 눕힌 모양의 '탄도형 달 전이 방식'(BLT)이다. 이 방식은 달의 중력을 활용해 연료 사용량을 25% 줄일 수 있다. 먼 우주로 나갔다가 달로 향하는 궤적인데, 기초과학 역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어려운 초고난도 기술이다.

김대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달탐사사업단장은 4일 "우리별 1호 발사로부터 30년 만에 다누리가 같은 시각에 발사돼 특별한 감정을 느낀다"며 "차이가 있다면 다누리가 지구 중력장이 아닌 또 다른 천체의 중력장으로 지평을 넓혔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를 지닌다"고 했다.

다누리가 채택한 '탄도형 달 전이 방식'(BLT) 설명. / 사진=뉴스1다누리가 채택한 '탄도형 달 전이 방식'(BLT) 설명. / 사진=뉴스1
항우연에 따르면 다누리는 최근 달 상공 100여㎞ 궤도에서 과학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달 중심 지향 모드'로 전환했다. 다누리는 한 달간 시운전을 통해 각종 점검에 나선다. 발사 전 예측했던 설계와 현재 우주 공간의 중력과 온도 등이 부합하는지 점검하는 목적이다. 점검이 끝나면 내달부터 달 탐사를 본격화할 예정이다.

다누리는 지난해 8월부터 150일간 약 730만㎞의 항행을 마치고 달 임무 궤도에 안착했다. 항우연은 궤적 설계만 7개월을 할애했고, 궤적 계산을 위해 소수점 아래 13자리까지 따져봤다. 목표 궤도 안착했다는 건 향후 심(深)우주 탐사에 핵심이 되는 궤적 설계, 원거리 관제 기술 등을 확보했다는 의미다.

다누리는 지구와 100㎞ 이상 떨어진 지점에서 심우주 통신기술을 이미 검증하기도 했다. 앞으로는 광시야 편광카메라를 통해 지구에서 보이지 않는 달 뒷면의 입자 크기와 티타늄 분포 조사 등 세계 최초 임무도 나선다. 또 달 극지방에서 물의 존재를 찾고, 2030년대 한국이 목표하는 달 착륙지 후보를 탐색한다. 내달부터 1년간 달 궤도를 하루 12바퀴 도는 다누리가 한국의 새역사를 쓰는 것이다.

지난달 31일 다누리가 달 상공 119㎞에서 촬영한 달 표면과 지구. / 사진제공=한국항공우주연구원지난달 31일 다누리가 달 상공 119㎞에서 촬영한 달 표면과 지구. / 사진제공=한국항공우주연구원
"10년 후 달, 2045년 화성"…광개토대왕처럼 우주영토 넓힌다
경기도 국립과천과학관에 전시된 로켓 모형과 별을 촬영해 레이어 합성. 2022.12.29./사진제공=뉴시스경기도 국립과천과학관에 전시된 로켓 모형과 별을 촬영해 레이어 합성. 2022.12.29./사진제공=뉴시스
달 궤도선 '다누리'는 앞으로 1년여간 달의 뒷면을 살피며, 달 표면의 물을 찾고, 10년 후 한국형 달 탐사선의 착륙 후보지를 찾는다. 세계 각국이 달과 심우주로 로켓을 날리는 '우주판 대항해시대', 다누리는 한국 우주탐사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최전선이다. 이는 우리의 목표가 달에 머무르지 않기 때문이다. 광복 100주년, 한국은 화성 착륙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달 21일 윤석열 정부는 첫 국가우주위원회를 개최하고 '제4차 우주개발진흥 기본계획'(2023~2027년)'을 심의·의결했다. 이 계획은 '2045년 우주경제 강국 실현'을 비전으로 담대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특히 정부는 기본계획 중 우주탐사 계획을 별도의 '담덕 계획'으로 이름 붙였다. 한민족 역사에서 가장 광활한 영토를 호령했던 광개토대왕처럼, 우리도 달과 화성을 향해 적극적으로 우주 영토를 넓히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명칭에 걸맞게 목표 과제는 도전적이다. 정부는 오는 2032년 달 착륙선을 보내고, 이어 광복 100주년이 되는 해인 2045년에는 화성에 무인 착륙선을 보낼 계획이다. 담덕 계획의 일환으로, 달과 화성에서 현지의 자원을 활용해 필요 물자를 만들어내는 '현지자원활용(ISRU)' 기초 기술도 확보한다.

달과 화성의 탐사를 위해 필요한 궤도선·착륙선·운송선은 모두 자력 개발한다. 정부는 2027년까지 누리호(KSLV-II)를 4차례 추가 발사하는 '한국형발사체 고도화 사업'을 진행하고, 2032년까지 2조원가량을 투입해 누리호를 한 단계 뛰어넘는 차세대 발사체(KSLV-III)를 개발한다. 이 과정에서 재사용 로켓 등 미래 기술에 대한 선행 연구도 이뤄질 예정이다. 이를 통해 2030년대에는 무인(無人) 우주 수송, 2045년까지 유인(有人) 수송 능력을 갖출 계획이다.

정부는 또 2050년 우주산업을 10대 주력산업으로 육성할 수 있도록 민간과 협력해 초기시장을 창출하고, 2030년까지 국내에 자생적인 우주산업 생태계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로써 우주산업의 세계시장 매출에서 현재 1%에 불과한 국내 우주기업체의 비중을 2040년 1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원대한 청사진에 걸맞은 실천을 위해선 한발 앞서 뛰고 있는 우주 선도국과의 협력도 절실하다. 특히 달·화성 유인 탐사와 우주정거장 등은 우리의 독자 역량에 한계가 분명한 만큼 글로벌 프로젝트의 전략적 참여가 핵심 과제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아르테미스 계획에 적극 참여한 일본이 자국 우주비행사를 달 표면 탐사에 합류시키고, 달 궤도 유인 우주정거장 '게이트웨이' 건설에 참여한 것처럼 한국도 보다 실질적인 국제협력 성과를 내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