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적인 장송 대우건설 (3,635원 ▼10 -0.27%) 야탑동403물류센터현장 대리(36)는 국내에서 보기 드문 외국인 안전관리자다. 2016년 대우건설 현장에서 통역원으로 활동하기 시작해 2019년 안전관리자 자격증을 땄다. 외국인 근로자의 안전교육 환경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봤다.
외국인 근로자 없이 현장 안 돌아가는데…안전교육 수준은 '번역기 돌린 교재'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내 건설현장에 외국인 근로자는 이미 필수 인력으로 자리 잡은 데다, 수요도 점점 늘어가고 있다. 지난해 11월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중기(2022-2024년) 건설업 외국인 근로자 적정 규모 산정 연구'에 따르면, 3년간 연평균 내국인 근로자는 약 17만명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안전교육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여전히 한국어로 안전교육을 하거나 기계적으로 번역기를 돌린 교재나 영상 자막을 제공하는 식이다.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니 사고 위험에 더 쉽게 노출될 수밖에 없다.
대우건설 야탑동403물류센터현장에 걸린 건설현장 안전을 강조하는 현수막에 중국어가 함께 표기돼 있는 모습 /사진=대우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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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외국어 안전교육을 진행하는 건설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안전교육은 소통에서 시작한다는 점에 착안해 대우건설 (3,635원 ▼10 -0.27%)은 통역원 3명(본사1명, 현장 2명)을 직접 고용해 지원한다. HDC현대산업개발 (15,980원 ▲80 +0.50%)은 '모두톡톡협동조합'이라는 통역업체를 통해 매칭한 통역 전문자를 현장에 배치하고 있다.
(주)한화 (26,100원 ▼150 -0.57%) 건설부문은 한국어에 능통한 현장 외국인 근로자를 활용해 통역을 진행한다. 포스코건설은 기본 안전 수칙과 안전관리 표현, 일상 표현 등 약 250개 문장을 중국·베트남·미얀마·캄보디아·태국 등 5개국어로 표현할 수 있는 외국어 소통 전용 앱을 개발해 배포했다.
안전보건공단은 16개 국어로 안전보건자료를 제작했고 서울시도 통·번역이 필요 없는 그림책으로 안전수칙 자료를 만들었다.
외국인 안전교육 비용 늘려야…"정부 주도 체계적 교육 시스템 시급" 그럼에도 더 과감하고 체계적인 안전교육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통역사를 고용하고 외국인 전용 안전교육 툴을 만드는데 드는 비용은이 안전사고로 발생하는 기회비용보다 적다. 교육 비용을 더 투입해 사전에 사고율을 낮추는게 보다 경제적인 결정이다.
장 대리는 "회사의 과감한 결정 덕분에 통역원으로 고용되고 안전관리자 자격을 따 외국인 근로자들의 안전을 담당하는 일을 할 수 있게 됐다"며 "과감한 결정을 내리는 회사들이 더 많아져야 건설 현장에도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최은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미래산업정책연구실 연구위원은 "외국인 근로자 쿼터제 폐지 분위기 등 외국인 근로자는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가장 중요한 안전 교육과 관리는 미흡한 상태"라며 "일본은 외국인 인력 관리 시스템을 별도로 두고 있는데, 이처럼 우리나라도 체계적인 안전교육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안전교육 관련해서 통·번역 뿐 아니라 언어가 필요없는 시청각 교육콘텐츠 위주로 정부가 주도적으로 만들어 배포해야 한다"며 "실제로 일본은 다양한 시청각 자료를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도록 제작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