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확약서도 무용지물?'...PF發 유동성 위기에 VC '발동동'

머니투데이 김태현 기자 2023.01.09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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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지영 디자인기자/그래픽=김지영 디자인기자


고금리와 주택경기 침체로 인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유동성 위기가 벤처투자 시장으로 번져나가고 있다. 벤처펀드 주요 출자자인 은행과 증권사 등 금융업계가 PF 유동성 위기 관리를 이유로 펀드 출자에 소극적으로 변하면서 벤처투자 시장의 돈맥경화 현상이 더욱 심화하는 모습이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 지방은행은 액셀러레이터(AC) A사가 결성 중인 모태펀드 자펀드의 매칭 출자를 철회했다. 당초 해당 은행은 출자확약서(LOC)까지 썼지만 이행하지 않았다.



최근 벤처투자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VC 혹은 AC가 스타트업에 투자확약서를 써주고도 투자를 하지는 않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지만 은행 같은 금융기관이 LOC까지 쓰고 출자를 하지 않은 건 이례적이다. 결국 A사는 개인투자자를 모집해 남은 출자금을 메우고 겨우 펀드를 결성했다.

여의도의 한 대형 증권사도 VC B사의 벤처펀드에 LOC를 써주고도 최종 단계에서 매칭 출자를 철회했다. 모회사인 금융지주가 리스크 관리를 이유로 출자를 반대했기 때문이다.



VC업계 관계자는 "LOC는 법적 구속력이 있지만 VC·AC가 출자 철회를 이유로 해당 금융기관를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서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 펀드 특성상 금융기관은 핵심 출자자이자 고객사인데 잘못 공론화되면 해당 기관은 물론 다른 금융기관들로부터도 외면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기관이 벤처투자에 신중해진 것은 고조되는 부동산 PF 유동성 위기 때문이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1월 만기가 도래하는 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규모는 약 17조원에 달한다.

부동산 개발과 관련된 대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PF ABCP는 만기가 도래하면 또다른 PF ABCP를 발행해 차환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최근 미분양과 사업 지연 등 부실이 쌓이면서 만기가 1~2개월로 줄었다. 올해 초 PF ABCP 만기가 집중된 것도 이 때문이다.


한 VC 고위관계자는 "부동산 PF 유동성 위기와 더불어 고금리로 안전자산 수익률이 높아지면서 벤처펀드가 외면받고 있다"며 "내부수익률(IRR) 10% 이상이 아니면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벤처펀드 주요 출자자인 금융업계가 소극적으로 변하면서 벤처펀드 결성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에 따르면 지난해 1~3분기 신규 벤처펀드의 출자자 중 금융기관(산업은행 제외)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25.3%로 가장 크다.

또다른 업계관계자는 "올해 정부가 모태펀드 예산을 삭감하고, 벤처투자 시장을 관에서 민간 중심으로 전환한 상황에서 금융기관 출자까지 얼어붙었다"며 "지금과 같은 상태가 이어지면 벤처펀드 결성에 차질을 빚는 사례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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