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시트렐비르는 일본 시오노기와 일동제약이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치료제다. 일본에서는 '조코바'라는 이름으로 지난해 11월 긴급승인을 받아 현지에서 처방 중이다. 일동제약은 개발 과정에서 국내 임상을 담당했으며 해외를 제외한 국내 판권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식약처 허가 신청은 일동제약이 엔시트렐비르를 국내에서 판매하기 위한 절차인 셈이다.
일동제약은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유행 시기에 임상시험(2/3상 3단계)을 시행, 백신 접종 여부 및 위험 요인 유무와 관계없이 코로나19 환자에 있어서 5가지 주요 증상(기침, 인후통, 콧물 및 코막힘, 발열, 피로감)의 개선뿐 아니라, 체내 항바이러스 효과까지 모두 충족한 최초의 치료제라고 강조했다.
일동제약이 식약처에 신청한 허가 절차 유형은 정식 품목허가다. 정식 절차인 만큼 허가 당국이 임상 과정에서 얻은 자료를 꼼꼼하게 검토해 허가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이 과정에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릴지 예단하기 힘들며 경우에 따라 허가를 받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당장 의료현장에 투입해야 할 필요성을 인정받아 허가에 앞서 현장 사용부터 승인해주는 긴급사용승인과 비교하면 의료현장 투입까지 상당히 돌아가는 길이다.
이는 당초 일동제약이 원했던 시나리오는 아니다. 긴급사용승인이 최선이었지만, 지난해 12월 정부는 긴급사용승인을 내리지 않기로 결정했다. 팍스로비드와 라게브리오 등 다른 치료제 재고가 이미 충분하다는 이유였다.
업계에서는 일동제약이 결국 '완행열차'를 탄 이상 추후 최대한 국내 의료현장에서 엔시트렐비르가 처방 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단 임상 자료를 잘 정리해 허가를 최대한 빨리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허가 심사 과정이 길어질 수록, 그 사이 코로나19 엔데믹이 찾아올 가능성이 높아지며 그만큼 치료제의 필요성도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일동제약 관계자는 "엔시트렐비르는 오미크론 변이 유행 시기에 축적된 임상적 근거 데이터가 있으며, 처방 범위가 넓고 복용 방법이 편리해 코로나19 치료의 유용한 옵션이 될 수 있다"며 "국내 사용 승인을 위한 관계 당국의 심사 절차에 적극 협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엔시트렐비르가 최대한 빨리 허가를 받는다면, 그 다음엔 건강보험 급여 적용이 관건이다. 코로나19 치료제는 정부가 물량을 구매해주지 않으면 무료로 처방 받을 수 없게된다. 그런데 정부가 '재고 충분'을 이유로 긴급사용승인을 내리지 않은 만큼 정부가 엔시트렐비르 물량을 구매할 가능성은 낮다. 엔시트레릴비르는 급여 적용을 통해서라도 최대한 가격 경쟁력을 키워야 하는 셈이다. 게다가 급여 적용을 받아두면 추후 정부 구매지원 종료로 팍스로비드도 유료 처방될 경우, 해볼만한 싸움이 될 수 있다. 일단 팍스로비드의 가격이 엔시트렐비르의 약 2배로 추정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본에서는 총 200만명분의 엔시트렐비르를 확보해 처방중이고 확진자가 급격히 늘어나는 중국에도 조만간 투입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폭넓은 해외 처방과 이에따른 현장 효과가 추가 입증되면 국내 허가 및 급여상황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방역당국은 엔시트레릴비르의 긴급사용승인을 유보하면서도 해외 승인과 후속 임상 결과, 구매와 활용 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