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항공우주국(NASA) 랭글리연구소 수석연구원인 최상혁 박사는 계묘년 새해를 맞아 본지와 인터뷰에서 한국이 누리호·다누리 성과에 안주하지 말고 새로운 변화를 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사진제공=미국항공우주국(NASA)
미국 항공우주국(NASA) 랭글리연구소 수석연구원인 최상혁 박사는 1일 머니투데이와 신년 인터뷰에서 "한국의 우주 과학기술은 1960년대부터 국가의 결단 아래 꾸준히 발전해 왔다"면서도 "현재 우주 과학기술과 산업은 앞으로 갈 길에 비하면 1% 수준에 불과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과거의 짐을 메고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 No change, No progress(변화 없이 진보도 없다)"라며 지속적인 변화를 촉구했다. 지난해 5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NASA와 체결한 아르테미스 협약과 관련해서는 "협약을 구체화하려면 한국 정부의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상혁 미국항공우주국(NASA) 랭글리연구소 수석연구원이 2020년 한국인 최초로 NASA '발명가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1980년부터 NASA 랭글리연구소에서 우주 분야 기초연구를 시작하고 다수의 논문·보고서와 특허를 출원했다. / 사진제공=미국항공우주국(NASA)
▶괄목할 성과다. 한국의 우주 과학기술은 1960년대부터 국가의 결단 아래 꾸준히 발전해 온 결과물이다. 한국의 높은 공업력과 산업 구조 그리고 고급 기술인력이 밑바탕이었다고 본다. 국민의 도전정신과 국가적 리더십이 융합된 작품이라고도 볼 수 있다. 특히 최근 달궤도에 오른 다누리는 광시야 편광 카메라를 탑재했다. 상당히 유용한 과학기기다. 우주 탐사에 고해상도 촬영뿐만 아니라 달의 열상·화학적 변화, 움직임 등을 감지할 수 있다. 달의 뒷면은 그동안 많이 탐색되지 못했다. 그 과학적 자료를 다누리가 제공할 수 있다.
▶No change, No progress(변화 없이 진보 없다). 인류의 우주 과학기술과 산업은 앞으로 갈 길에 100분의 1정도 왔다. 과거의 짐(The baggage of the past)을 메고 과연 미래로 얼마나 나아갈 수 있겠나. 정제된 지식을 반복하기보단 '왜' '만일 그렇지 않다면' 같은 질문을 던지고 도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NASA에서 제가 참여하는 '고위험감수 성공전략 위원회'가 있다. NASA 과학자들도 '기술개발 잘 되고 있는데 무슨 걱정이냐'며 현존 기술로 미래 임무를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위원회 등을 통해 타성을 깨고 미래 혁신을 만든다.
- 한국 정부에 NASA 아르테미스 협약 체결에 안주해선 안 된다고 쓴소리했는데.
▶미국과 아르테미스 협약(유인 달 착륙을 포함한 심우주 탐사 계획)을 구체화하려면 한국 정부의 노력이 더 필요하다. 특히 국제협력을 통해 국가의 목표를 달성하려면 우주 과학기술에 대한 정책 확립과 그 정책 목표를 이행하기 위한 로드맵, 마일스톤(Milestone·단계별 성과)을 정해놓아야 한다. 우주 탐사는 예산과 인력 등이 요구되며 국제협력은 필수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등이 NASA와 달·화성, 소행성 자원 탐사 접점을 모색하고 있다. 국가적 사명이 있다면 자원개발뿐만 아니라 물질 생산시설, 달 궤도 유인 우주정거장 건설 등에도 참여할 수 있다고 본다.
-한국에선 올해 NASA를 모델로 한 우주항공청이 신설된다.
▶NASA의 전신은 1915년 세워진 NACA(미국국가항공자문위원회)다. 냉전시대 경쟁은 NACA를 1958년 NASA 체제를 만들었고, 아폴로 프로그램(유인 달 탐사)을 탄생시켰다. 앞으로는 유인 우주 탐사뿐만 아니라 달·화성 정착, 우주자원 탐사·채취를 본격화한다. NASA는 백악관 우주위원회(Space Council) 산하에서 우주 정책과 예산 집행을 한다.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발전해왔다. 그런데 한국은 미국과 달리 조직문화의 상하 구분과 위계질서에 따라 소통이 이뤄진다. 정부 내 우주청이 어떤 위치에 있느냐가 중요한 이유다. NASA처럼 창의적이고 도전하는 조직이 되려면 대통령 또는 국무총리 아래 독립기구로 설립되는 편이 좋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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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청은 과기정통부 산하에 신설이 유력한데.
▶부처 내에 설립되면 우주항공 정책 추진 과정에서 기능 저하가 우려될 수 있다. 또 부처 내 다른 과학기술 분야들과 경쟁하는 희생도 있을 것으로 본다. 순수 우주 과학기술 계획들이 퇴색될 가능성이 높다. 과거 미국 국방부나 에너지부에서도 우주 프로그램이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퇴색된 사례가 있다.
-우주개척에 나서는 한국을 위한 조언은.
▶미국에선 '어떻게'(How)를 생각하는 사람은 자기를 먹여 살릴 직업은 보장되지만 '왜'(Why)를 생각하는 사람은 지도자가 된다는 말이 있다. 지식은 이미 존재하고 언제나 습득할 수 있는 과거의 영역이고, 지혜는 왜라는 질문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드는 미래의 영역이다. 한국에는 지혜가 필요하고 이를 가능케 하는 국가 리더십이 필요하다. 한국 사회가 발전하려면 현재의 성과를 타파하는 혁신의 물결이 넘쳐나야 한다.
최상혁 미국항공우주국(NASA) 랭글리연구소 수석연구원과 연구진의 모습. / 사진제공=미국항공우주국(NAS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