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메신저 멈췄다…예산 없는데 "민간 솔루션 사라" 날벼락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2023.01.03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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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7월 전 중앙행정기관 보급된 '바로톡', 올 1월부터 중단
CSAP 인증받은 민간 솔루션 5개 도입 극히 저조
"중앙부처 차원의 예산배정 및 지침 나와야" 지적도

2014년 12월 행정자치부는 공무원들이 업무관련 대화와 자료 공유에 이용할 수 있는 모바일 메신저서비스 '바로톡'을 개발해 30일 시범운영을 한다고 28일 밝혔다. 2014.12.28.(사진 = 행자부 제공)2014년 12월 행정자치부는 공무원들이 업무관련 대화와 자료 공유에 이용할 수 있는 모바일 메신저서비스 '바로톡'을 개발해 30일 시범운영을 한다고 28일 밝혔다. 2014.12.28.(사진 = 행자부 제공)


공무원 전용 메신저 '바로톡'이 보급된지 8년여만인 이달 1일부터 전격 운영이 중단됐다. 중앙 정부부처·기관 등 46곳이 당장 공무원용 모바일 메신저가 없는 상태에 놓이게 됐다.

행정안전부는 민간 업체의 메신저 등 협업 플랫폼 중에서 CSAP(클라우드 서비스 보안인증) 등 보안성 인증을 획득한 솔루션을 각 부처별 사정에 맞게 구매해서 사용하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개별 부처에서는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민간 솔루션 도입이 지지부진하다. 이와관련 일각에서는 공무 관련 대외비 자료를 카카오톡같은 민간메신저로 주고받다 보안사고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3일 한 중앙 부처 정보화 담당자는 "바로톡 운영 중단 후 민간 메신저 서비스 등 솔루션을 구매해서 쓰라는 지침만 왔을 뿐 관련 예산 편성 등에 대한 아무런 지침이 없다"며 "예산도 확보되지 않았고 어떤 민간 솔루션을 사용할지에 대해서도 검토한 바 없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행안부가 개발해 제공한 바로톡과 달리 민간 메신저 등 협업 솔루션은 1인당 사용료를 월별, 연간 단위로 결제해야 하는 유료 서비스"라며 "적잖은 예산이 소요될 것임에도 (행정안전부 등에서) 아무런 지침이 없는 것은 문제"라고 했다.



바로톡은 2015년 7월 전 중앙행정기관에 확대보급된지 약 7년6개월여만인 올 1월1일부터 운영을 전면 중단했다. 행안부 주도로 개발된 바로톡은 느린 속도에 기능적 불편함으로 공무원들의 외면을 받으며 이용률이 극히 저조해 사실상 퇴출된 것이다.

행안부가 바로톡 개선 예산으로 2022년 16억여원을 신청했으나 국회에서 이용부진을 이유로 예산 전액을 삭감당했다. 이에 행안부도 바로톡 운영을 중단하고 각 부처·기관들이 CSAP 인증을 받은 민간 솔루션을 제각각 구매하도록 지침을 내렸다.

CSAP 인증 민간 솔루션으로는 △네이버의 네이버웍스 △KT클라우드의 KT비즈웍스 △NHN의 두레이 △더존비즈온의 위하고V △가비아의 하이웍스 등이 있다. 실제 외교부와 국민연금공단 등 일부 부처와 기관들이 NHN 두레이 등의 협업툴을 지난해 도입했다.


문제는 다수 정부부처들은 관련 예산을 편성하지 않아 당분간 도입이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이다. 한 정부부처 관계자는 "행안부가 CSAP 인증을 받은 솔루션 등에 대해 안내를 한 시점은 각 부처들이 예산편성 논의가 이뤄진 뒤였다"며 "정작 2023년 1월부터 바로톡이 중단되지만 이를 대체할 민간 솔루션을 구매 예산을 책정하기는 너무 늦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중앙 부처들이 제각각 메신저 서비스를 구매해 쓰는 게 과연 효율적인지도 의문"이라며 "보안성과 편의성을 갖춘 우수 민간 솔루션을 (행안부 등이) 지정해 일괄 계약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도 했다.

이에대해 행안부 관계자는 "각 정부부처가 바로톡을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무료였던 바로톡의 운영이 중단된 것"이라며 "부처별로 보안인증을 받은 민간 메신저를 쓰려면 알아서 예산을 따내서 집행하면 될 일이고 행안부가 과거처럼 예산을 일괄 배정받아 부처별로 배정하거나 특정 민간업체와 일괄 계약해 각 부처에 배분할 계획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정작 답답한 것은 민간 사업자들이다. 바로톡 운영 중단이 이미 1년여 전부터 예고된 후 CSAP 인증을 받은 5개 사업자들도 공공시장 공략을 추진해왔으나 부처들의 예산 확보 미비로 진척이 더디다.

한 업체 관계자는 "민간이 개발한 협업툴의 편의성, 효율성이 높다는 것은 각 부처에서도 이미 알고 있지만 부처들도 제각각 관련 예산을 따본 경험이 없다보니 혼선을 빚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때문에 당분간 일반 모바일 메신저를 업무용으로 쓰는 사례가 적지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자칫 오발송 또는 해킹으로 인한 공용문서 유출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일반 범용 메신저를 통해 주요 공문서를 주고받는 것은 업무 편의성은 있을 지 몰라도 보안위협에 노출될 수 밖에 없다"면서 "바로톡 중단이후를 대비한 면밀한 준비가 이뤄지지 못한게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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