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레고랜드·흥국생명…다사다난했던 올해 채권 시장, 2023년은?

머니투데이 홍재영 기자 2022.12.30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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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춘천 레고랜드 호텔 전경/사진 제공=레고랜드강원 춘천 레고랜드 호텔 전경/사진 제공=레고랜드


다사다난했던 한해였다. 글로벌 긴축 기조 속에 국채와 회사채 금리가 솟았고 채권 시장 심리는 악화됐다.

레고랜드 사태로 자금 시장은 급격하게 경색됐고 흥국생명의 콜옵션 미행사로 불안감을 키웠다.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급한 불을 껐지만 2023년은 아직 남은 불안 요소와 함께 맞이할 전망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올해 3월 미국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부터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긴축을 시작했다. 전 세계가 긴축 모드로 전환했고 한국은행도 견조한 금리 인상을 이어갔다. 이에 국채와 회사채 금리 또한 동반 상승했다.



29일 금융투자협회 통계에 따르면 연초(1월3일) 1.855%에 불과했던 국고채 3년물 금리는 레고랜드 사태가 불거지기 직전인 9월26일 4.548%까지 치솟았다. 꾸준히 오른 회사채 3년물(무보증 AA-) 금리도 레고랜드 사태 발생 이후 이어진 투심 악화에 지난 10월21일 5.736%를 기록하기도 했다.

9월 말 발생한 레고랜드 사태는 올 하반기 채권 시장의 분위기를 급속도로 냉각시켰다. 지난 9월29일 강원도 산하 강원도중도개발공사(GJC)가 레고랜드를 짓는 과정에서 발행한 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 상환에 실패했다. 강원도가 보증 의무를 이행하는 대신 GJC의 법원 회생 절차를 추진하기로 하면서 지난 10월4일 최종 부도 처리됐다.



미매각 사태가 속출하면서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기업들이 심각한 위험에 빠졌고 시장은 더욱 냉각되자 정부가 유동성 공급에 나섰다. 금융 당국은 지난 10월23일 2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화펀드(채안펀드)를 포함한 '50조원+α(알파)' 규모의 시장안정화 대책을 시행했다. 이후에도 PF-ABCP 추가지원조치, 채안펀드 추가 캐피탈콜 및 금융규제 유연화 등 시장 안정화 조치를 내놨다.

지난 11월2일 흥국생명이 시장에서 13년 만에 처음으로 신종자본증권(후순위채) 콜옵션을 미행사 하면서 채권 시장 투심이 더욱 냉각되기도 했지만 정부의 긴급 조치로 채권 시장은 점차 안정을 찾아 갔다.
/사진제공=금융위원회/사진제공=금융위원회
크레딧 스프레드가 축소됐고 레고랜드 사태 이후 지속적으로 솟던 91일물 기업어음(CP) 금리도 상승을 멈췄다. 91일물 CP 금리는 지난 1일 5.54%까지 올랐다가 지난 12일 하락을 시작했다. 지난 28일 91일물 CP금리는 5.27%로 마감했다.

우려하던 자금 시장 경색은 어느 정도 완화됐다. 증권가에 따르면 12월 회사채 수요예측 규모는 5000억원대에 달했다. 우량한 등급의 기업부터 회사채 발행에 나서고 있다. 2023년 2분기를 전후로 크레딧시장이 턴어라운드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전기 요금 인상 계획이 발표되고 정부도 한전채 발행을 대폭 줄이기로 하면서 공급 부담도 덜었다.


그러나 2023년 채권시장에는 아직 잠재 불안 요소들이 남아있다. 먼저 연준의 긴축 강도와 지속 정도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1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는 25bp(1bp=0.01%) 인상이 유력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가운데 완화 기조가 굳어지면 스프레드 축소도 속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당장 오는 2023년 1분기에 증권사 CP와 PF-ABCP 만기 물량이 많다는 점도 신용 시장의 경계감을 강화하는 요인이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1월에만 증권사 CP는 약 6조원, PF-ABCP는 약 16조원의 만기도래분이 있다"며 "2월까지 많은 만기 물량들이 존재해 이에 대한 차환리스크가 높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금리 상승 및 주택경기 둔화로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시장이 크게 위축됐고, 추가적인 약화가 우려된다"며 "결과적으로 1월부터 증권사 및 PF-ABCP의 차환 발행이 원활하게 이뤄질지에 초점이 맞춰진다"고 말했다.

특히 부동산 경기 냉각이 심화되고 있는 점에 시장은 주목한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부동산 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부동산금융의 취약고리인 브릿지론이 본PF 전환이나 만기연장에 실패하면서 부실이 발생할 가능성은 올해보다 2023년에 더 높은 것으로 판단한다"며 "이와 관련해 향후 부동산 경기를 가늠해 볼 수 있는 1월17일 둔촌 주공 정당계약 결과 발표와 19일 둔촌 주공 PF ABCP 만기 도래 등과 관련해 부동산 관련 리스크에 대한 경계감이 재차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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