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훈택 티움바이오 대표는 생존을 거듭 강조했다. 김 대표는 선경(현 SK) 인더스트리생명과학연구소, SK케미칼에서 스핀오프(분사)한 인투젠을 거쳐 SK케미칼 생명과학연구소 신약연구실장, 혁신R&D센터장 등을 지냈다. 2016년 희귀·난치성 질환 치료제 개발기업인 티움바이오를 창업했다. 국내 최초의 합성신약 '선플라주'(항암·국산 1호)와 '앱스틸라'(혈우병·미국 FDA 승인) 개발을 주도한 경험이 있다. 최근 자금난을 겪고 있는 국내 바이오 벤처들의 동료이자 조언자로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 나섰다.
김 대표는 "기업에 위기는 변수가 아닌 상수"라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꽃을 피우려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기업이 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을 찾아 실행해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왜 우리가 이 회사를 차렸는지(신약개발), 지향점을 잊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과제 지원금이 예년의 10분의 1로 줄어도 도전하고 기업가치가 기대에 못 미쳐도 투자를 받아야 한다"며 "감원, 임금 삭감 등 고정비를 줄이는 노력도 동반해 핵심 파이프라인 개발을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투젠은 2007년 SK케미칼에 흡수합병 됐다. 김 대표는 "인정에 의한 흡수합병이 아닌, 핵심 자산가치 증가로 인한 흡수합병"이라며 "그 시절이 회사가 단단히 성장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회상했다.
이러한 깨달음은 티움바이오 창업 후에도 적용됐다. 티움바이오는 앱스틸라 개발을 주도한 경영진의 면면과 잇단 기술이전 성과로 설립 초기부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상대적으로 투자 시장에서 유리한 조건이었음에도 낮든 높든 평가 가치에 연연하지 않고 최대한 자금을 확보했다. 김 대표는 "제약·바이오는 돈이 없으면 버틸 수 없는 긴 호흡의 산업"이라며 "미래는 불확실하다고 생각해 우선 안정적인 환경을 만들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를 기반으로 티움바이오는 2022년 하반기 2000억원 규모 기술수출 성과를 냈다.
물론 최근의 어려움은 바이오벤처 혼자 노력한다고 헤쳐 나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시장 불확실성 증대, 금리인상 기조로 모든 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다. 다만 성과를 내기까지 대규모 자금이 투입돼야 하는 바이오벤처는 위기를 버틸 체력이 더 부족할 수밖에 없다.
김 대표는 "우리나라 제약 시장에서 후발주자인데 지금은 경기침체, 인플레이션 등으로 성장 산업인 바이오에 지원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정부의 지원이 없으면 바이오벤처는 단기적으로 살아나기 어렵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어 "정부 주도로 만기가 도래하는 펀드나 연기금 펀드 기한을 연장하고 바로 돈을 회수하지 않는 등 방식의 지원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벤처캐피탈(VC)의 적극적인 역할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벤처캐피탈은 수익 창출뿐 아니라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기업을 발굴하는 역할도 있다"며 "기준에 맞는 좋은 기업을 선정해 투자를 지속하는 분위기를 보여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어느 산업이든 잘하는 기업은 있다"며 "투자가 어려운 시기란 걸 알지만 좋은 기업을 잘 선별해 투자하면 투자자와 기업 모두 윈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