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매물폭탄 26조 와르르"...삼성해체법 '뜨거운 논란'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2022.12.27 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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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매물폭탄 26조 와르르"...삼성해체법 '뜨거운 논란'


보험업법 개정안, 일명 '삼성생명법' 또는 '삼성해체법'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지난 19, 20대 국회에서 임기 만료로 폐기된 삼성생명법이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소위에 상정되며 시장에 대규모 삼성전자 매물이 쏟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불거진다.

법 취지를 두고 여야 의견이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금융투자업계에서도 주주들의 이해득실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삼성생명이 결국 삼성전자 주식을 대규모 처분하면 삼성그룹의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이 약화되는 것은 물론 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생명 주주에 실익이 없다는 것이다.



삼성생명법은 2020년 6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했고 지난달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 제1소위에 상정되며 5년 만에 논의가 재점화됐다. 이 법이 법안소위까지 상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생명법 통과시...삼성그룹 오너일가 지분 8.5%로 하락" 삼성그룹 지배구조 '흔들'
법안의 핵심은 보험사가 보유한 주식 가치를 '취득 원가'에서 '시가'로 변경하는 것이다. 보험사가 보유한 자회사의 채권 및 주식 합계액 총 자산 3% 기준을 취득원가에서 시장가격으로 변경하면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평가액이 급증, 삼성생명은 이를 대량 매도해야 한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삼성생명법 시행 때 삼성생명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8.69% 중 약 26조원에 해당하는 8.3%를, 삼성화재는 삼성전자 지분 1.49% 중 0.8%(약 2조6000억원)를 매각해야 한다. 즉 법안 통과시 삼성그룹 입장에서는 삼성전자 지분 9.1%에 대한 지배력을 읽게되고 시장에는 대규모 매물이 쏟아지게 된다.

특히 '이재용 회장→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삼성그룹 지배구조도 흔들린다. 삼성전자 1대주주가 삼성생명에서 삼성물산으로 변경되고 지주회사법에 따라 삼성물산은 삼성그룹의 지주회사로 강제 전환 효과가 발생한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위원은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할 경우 삼성물산의 총 자산(약 38조8000억원) 대비 자회사 가치가 21조4000억원으로 자회사의 지분가액이 50%를 상회하게 된다"며 "이 경우 삼성물산은 지주회사로 강제 전환되며 2년 이내 행위제한(상장 자회사 지분 30% 이상 소유 등)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미지=김다나 디자인 기자 이미지=김다나 디자인 기자
삼성물산은 지주회사 전환에 대응하기 위해 삼성생명 지분 전량(19.34%)을 처분하는 대신 삼성전자 지분을 대폭 늘려야 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은 전량 매각해야 한다.

아니면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3.1%를 처분해 홍라희 여사(1.96%)에 이어 2대 주주로 내려감으로써 지주회사 전환 의무를 피해야 한다.

하지만 이 경우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물산이 매각해야 하는 삼성전자 지분은 총 12.2%로 약 40조원에 달해 시장 충격과 동시에 삼성전자 지배력 약화가 불가피하다.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그룹 특수관계인 삼성전자 지분율은 8.5%로 대폭 하락한다.

법안을 발의한 박 의원측은 국민연금 지분(7.68%)을 포함하면 삼성그룹 지배구조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박용진 의원은 앞서 "삼성생명-제일모직 합병 때 사실상의 백기사 역할을 한 국민연금 지분까지 합하면 특수관계인 지분율에 무슨 문제가 있겠냐"고 했다.

이에 최 연구위원은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하면 삼성물산이 삼성전자의 1대 주주가 되고, 삼성물산은 지주회사 규제를 받아 추가로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하면서 대규모 매물은 물론 (오너일가) 특수관계인 지분은 8%대로 낮아진다"며 "국민연금을 특수관계인 지분으로 분류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주주 실익 있나..."업황 요동치는 반도체 산업, 오너 책임경영 필요하다" 주장
민주당 측은 "보험업권 자산운용의 건전성과 공정성이 확보"를 내세우지만 금융투자업계는 삼성생명법이 금융시장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도 불분명하다고 지적한다.

삼성전자 지분 처분 이익으로 삼성생명의 배당이 일시적으로 확대될 수 있지만 중장기 기업가치에는 오히려 부정적이란 분석이 적잖다.

30조원에 달하는 주식을 처분한 뒤 약 11조원 규모의 현금성 자산 확보가 예상돼 같은 금액으로 채권을 매수해도 기존 수익보다 약 1조원 가량의 수익 감소가 나타나기 대문이다. 삼성생명의 2021년 배당금 수익은 1조7800억원이었는데 이 중 1조5300억원이 삼성전자 배당이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김휘선 기자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김휘선 기자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법안 통과시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주식 대부분을 처분할 가능성이 높고 이 경우 처분 이익은 최대 13조6000억원으로 추정된다"며 "유배당 계약자 배당 지급, 법인세 납부, 삼성전자로부터 수취하던 배당수익률 약 3%까지 감안할 때 삼성전자 지분 처분은 중장기 이익 흐름을 훼손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만일 삼성전자가 삼성생명과 삼성물산의 주식 처분 물량을 사들인다면 약 46조원이 소요될 전망이다. 주주환원에 사용돼야할 재원이 계열사 지분 처리에 투입되며 주주와 주가에 모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삼성물산 주주 입장에서도 현재 삼성전자로부터 대규모 배당금을 수취(연간 약 1조5400억원)하고 있어 지분 매각시 배당 축소는 불가피하다.

최남곤 연구위원은 "삼성생명법 시행시 삼성그룹 특수관계인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20.75%에서 8.5%로 하락한다"며 "반도체와 2차전지 기업에는 불황기에 과감한 투자를 단행하고, 장기간의 적자도 감내하며 경영에 책임을 질 오너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법안 반대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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