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뮤지컬 장르를 표방한 '피노키오'는 화려한 목소리 출연진으로도 눈길을 끈다. 이완 맥그리거, 데이비드 브래들리, 그레고리 맨, 크리스토프 발츠, 틸다 스윈턴, 론 펄먼 등 쟁쟁한 배우들이 목소리를 더해 캐릭터에 숨을 불어넣고 아름다운 선율을 선사한다.

이 모든 것을 지켜본 푸른 요정은 나무 인형에게 피노키오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생명을 불어넣었다. 잠에서 깬 제페토는 피노키오의 존재를 부정하고, 마을 사람들은 '악마'라며 피노키오를 몰아세운다. 파시스트 시장은 죽지않는 피노키오를 전쟁에 최적화된 군인이라며 청소년 군 캠프에 보내려하고 서커스단을 운영하는 볼페 백작은 피노키오를 속여 공연에 이용하려 한다.
피노키오는 군캠프를 피하고 아버지 제페토에게 돈을 주기 위해 집을 떠나 볼페 백작의 서커스단에 들어가고, 이를 안 제페토는 피노키오에 대한 사랑을 뒤늦게 깨닫고 그를 찾기 위해 길을 떠난다.

세바스티안은 "어린 자식을 잃게 되면 부모는 큰 짐을 지게 되지. 아파도 내려놓을 수 없는, 평생 짊어지고 가야할 짐이지"라며 카를로를 먼저 떠나보낸 제페토의 마음을 대변한다. 그리고 "아빠들도 다른 사람들처럼 절망할 때가 있단다. 그때 하는 말들은 그 순간에는 진심이라 생각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알게 되지. 진심이 아니었다는 걸"이라고 아버지의 사랑을 설명한다.
반면 제페토를 향해서는 "많은 게 서툴긴 하지만, 그 애는 당신의 있는 그대로를 사랑한다. 그 사랑을 돌려주는게 그렇게 힘든가. 진짜 아버지답게 굴어라"라고 일갈하며 두 부자의 간극을 메워주기도 한다.

광기의 시대에 서정적이고 판타스틱한 서사를 녹여낸 이번 작품은 델토로 감독의 전작 '판의 미로'를 연상시킨다. 작품 속 캐릭터들의 미쟝센과 순수한 동심, 전쟁이라는 시대적 배경과 신비로운 상상 속 크리쳐들의 등장 등 많은 부분이 닮아있다. 비극적 여운을 남기는 열린 결말로 막을 내린 '판의 미로'처럼 '피노키오' 역시 마냥 행복하기만한 동화 같은 엔딩은 아니다.
"불완전한 아버지와 불완전한 아들에 관한, 상실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는 아름다운 영화 속 노랫소리만큼이나 행복한 망각을 선사하는 작품이다. 영원한 생명을 포기하고 사랑하는 아버지를 선택한 소년 피노키오와 함께 한 선물 같은 100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