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넷플릭스
피노키오의 쉴 새 없는 수다와 경쾌한 노래, 코믹한 캐릭터들이 등장함에도 작품 전반에 깔린 고통스러움과 불안감은 아동이 아닌 성인을 위한 작품임을 새삼 느끼게 만든다. 델로토 특유의 기괴한 영상미와 판타지, 여기에 기술적인 정교함까지 더한 '피노키오'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계의 한 획을 긋는 수작으로 재탄생했다.
'피노키오'는 귀뚜라미 '세바스티안'의 내레이션을 통해 나무인형 '피노키오'가 남자 아이로서의 생명을 얻는 과정과 늙고 외로운 목수 '제페토'와 가족이 되는 과정을 그린다. 작가를 꿈꾸는 귀뚜라미는 작품을 관통하는 통찰력과 현자와도 같은 지혜를 드러내며 '피노키오'에 철학적인 매력을 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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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것을 지켜본 푸른 요정은 나무 인형에게 피노키오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생명을 불어넣었다. 잠에서 깬 제페토는 피노키오의 존재를 부정하고, 마을 사람들은 '악마'라며 피노키오를 몰아세운다. 파시스트 시장은 죽지않는 피노키오를 전쟁에 최적화된 군인이라며 청소년 군 캠프에 보내려하고 서커스단을 운영하는 볼페 백작은 피노키오를 속여 공연에 이용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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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노키오는 군캠프를 피하고 아버지 제페토에게 돈을 주기 위해 집을 떠나 볼페 백작의 서커스단에 들어가고, 이를 안 제페토는 피노키오에 대한 사랑을 뒤늦게 깨닫고 그를 찾기 위해 길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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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바스티안은 "어린 자식을 잃게 되면 부모는 큰 짐을 지게 되지. 아파도 내려놓을 수 없는, 평생 짊어지고 가야할 짐이지"라며 카를로를 먼저 떠나보낸 제페토의 마음을 대변한다. 그리고 "아빠들도 다른 사람들처럼 절망할 때가 있단다. 그때 하는 말들은 그 순간에는 진심이라 생각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알게 되지. 진심이 아니었다는 걸"이라고 아버지의 사랑을 설명한다.
반면 제페토를 향해서는 "많은 게 서툴긴 하지만, 그 애는 당신의 있는 그대로를 사랑한다. 그 사랑을 돌려주는게 그렇게 힘든가. 진짜 아버지답게 굴어라"라고 일갈하며 두 부자의 간극을 메워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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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기의 시대에 서정적이고 판타스틱한 서사를 녹여낸 이번 작품은 델토로 감독의 전작 '판의 미로'를 연상시킨다. 작품 속 캐릭터들의 미쟝센과 순수한 동심, 전쟁이라는 시대적 배경과 신비로운 상상 속 크리쳐들의 등장 등 많은 부분이 닮아있다. 비극적 여운을 남기는 열린 결말로 막을 내린 '판의 미로'처럼 '피노키오' 역시 마냥 행복하기만한 동화 같은 엔딩은 아니다.
"불완전한 아버지와 불완전한 아들에 관한, 상실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는 아름다운 영화 속 노랫소리만큼이나 행복한 망각을 선사하는 작품이다. 영원한 생명을 포기하고 사랑하는 아버지를 선택한 소년 피노키오와 함께 한 선물 같은 100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