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손님'이라는 배달앱도 있나요?

머니투데이 최우영 기자 2022.12.26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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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노조가 11일 서울 송파구 우아한형제들 앞에서 배달 노동자대회를 마치고 기본료 인상, 지방 차별 폐지 등을 촉구하며 오토바이 행진을 하고 있다. 2022.10.11.[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노조가 11일 서울 송파구 우아한형제들 앞에서 배달 노동자대회를 마치고 기본료 인상, 지방 차별 폐지 등을 촉구하며 오토바이 행진을 하고 있다. 2022.10.11.


최근 배달앱 라이더들이 늘어나며 평상시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일반 라이더들이 오해를 사는 경우가 있다. 오토바이를 가게 앞에 세워둔 채 라이더 복장으로 들어서면 종업원이 먼저 건네는 질문은 "배민이세요 쿠팡이츠세요?"라고 한다. 당혹감을 감춘 라이더가 "손님이요"라고 답하면, 가게에선 되묻는단다. "손님이라는 배달앱도 있어요?"

이 같은 촌극이 벌어지는 이유는 배달앱 라이더마다 복장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배달앱이 활성화된 동남아지역만 해도 라인맨, 그랩, 로빈후드처럼 브랜드 로고가 새겨진 라이더들이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다. 정작 배달앱의 성지인 우리나라에선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와 같은 브랜드가 새겨진 유니폼을 찾는 게 쉽지 않다.



물론 국내 배달앱들도 라이더들에게 유니폼을 제공하지만 이를 반드시 입도록 강제하진 않는다. '업무의 전속성'을 인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배달앱과 라이더는 보통 도급 계약으로 묶여있다. 음식점으로부터 배달 수요가 발생하면 이를 라이더가 건별로 받아서 수행업무 결과별로 비용을 지급 받는다. 이 때문에 배달앱들은 라이더의 종속성이 없다고 주장한다. 반면 라이더유니온 등 라이더 단체에서는 배달앱이 실질적인 고용주라며 복지나 처우개선을 직접 해결해달라고 요구한다.

배달앱들은 '업무의 전속성'을 부여하는 순간 이들을 자사 근로자로 인정하는 것이라 판단하고 있다. 그래서 유니폼을 제공하되 착용을 강제하진 못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라이더의 겉모습을 구분하기 힘든 건 음식점뿐만이 아니다. 소비자들도 상대방이 배달앱 라이더인지, 일반 오토바이 운전자인지 알기 쉽지 않다. 꾸준히 제기되는 라이더 비하 논란의 원인 중 하나로, 정비되지 않은 라이더 복장 규정이 꼽히기도 한다.



배달앱들은 한국의 경직된 노사관계법 때문에, '업무 전속성'에 대해 일말의 여지라도 줄 경우 자칫 실질적 고용주처럼 이들의 모든 복지를 책임져야하는 사태가 벌어질까 우려하고 있다. 경직된 고용관계와 라이더 계약관계의 특수성 탓에 생긴 혼란은 고스란히 음식점과 소비자들이 감당하고 있다. 배달앱 플랫폼들이 과도한 부담을 지지 않으면서도, 소비자와 점주 등 이해관계자들의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자수첩]'손님'이라는 배달앱도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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