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30도' 美 덮친 30년만의 기록적 한파…에너지난 더 심해진다

머니투데이 정혜인 기자 2022.12.25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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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한파·폭설 동반 '폭탄 사이클론' 피해 속출…
최소 17명 사망, 24일 항공편 5700개 이상 결항…
항만·가스정 폐쇄 등으로 천연가스 공급·수출 차질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주 버펄로의 한 레스토랑 건물이 기록적 한파에 생긴 고드름에 뒤덮여 있다. /로이터=뉴스1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주 버펄로의 한 레스토랑 건물이 기록적 한파에 생긴 고드름에 뒤덮여 있다. /로이터=뉴스1


미국을 강타한 기록적 한파와 눈 폭풍 등으로 대규모 정전, 항공편 결항 및 지연 등 각종 문제가 발생한 가운데 미국은 물론 유럽에 공급한 천연가스 생산에도 차질이 생겨 세계 에너지난이 한층 악화할 위기에 놓였다.

2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월스트리트저널(WSJ)·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크리스마스 연휴를 앞두고 미 주요 도시에 들이닥친 '폭탄 사이클론'에 최소 17명이 사망하고, 대규모 정전 피해가 발생했다. 또 수천편 이상의 항공편이 취소되고, 공항이 폐쇄됐다.



폭탄 사이클론은 대서양의 습한 공기와 북극의 차가운 기류가 만나 만들어진 저기압 폭풍이다. WSJ은 미 동부 오대호 부근에서 발달한 저기압이 이례적인 폭설과 강풍을 일으켰고, 이것이 30~40년 만에 미국의 가장 추운 크리스마스 연휴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미 국립기상청은 미국 동부의 3분의 2가 현재 폭탄 사이클론에 영향을 받고 있다며 동부 대부분의 지역이 30~40년 만에 가장 추운 크리스마스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일부 지역에서 불과 몇 분 만에 동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한파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여행객들에게는 이번 주말여행이 '생명을 위협하는 위험'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영상=트위터/영상=트위터
애틀랜타, 보스턴, 시카고, 뉴욕 등 주요 도시에서 지난 23일부터 폭탄 사이클론에 각종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가장 큰 피해를 본 지역 중 하나인 뉴욕주 버펄로는 23일부터 지금까지 내린 적설량이 28인치(약 71.12cm)에 달했고, 크리스마스인 25일 오전까지 60cm의 눈이 더 내릴 것으로 예보돼 추가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인명피해도 발생했다. 뉴욕에서는 폭설로 응급구조대의 발이 묶여 2명이 목숨을 잃었고, 오하이오에서는 46중 추돌사고로 4명이 사망하고 부상자 속출했다. 캔자스에서도 교통사고로 3명이 숨졌다. 펜실베이니아에서는 3명이 사망했는데, 이 중 한 명은 동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규모 정전 피해도 이어졌다. 미국 정전 집계 전문 사이트 파워아웃티지에 따르면 24일 오후 8시 46분 기준 정전된 가구는 20만가량이다. 이날 오전까지 정전 피해 가구는 180만에 달하기도 했는데, 이후 전기 공급이 복귀돼 그 규모가 계속 줄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AFPBBNews=뉴스1/AFPBBNews=뉴스1
공항·도로 폐쇄 및 철도·버스·항공 운행 중단 피해도 발생해 크리스마스 시즌 여행 및 물류 배송에도 차질이 생겼다. 항공편 추적 사이트인 플라이트어웨어 미 동부 기준 24일 오후 9시 22분 기준 이날에만 5600편의 항공편 운항이 취소됐고, 1만7438편이 지연됐다. 버펄로 나이아가라 공항은 폭설 피해로 오는 26일까지 폐쇄 조처를 내렸다. 물류업체 페덱스는 "폭풍으로 인해 주요 항공 허브에 상당한 혼란이 발생해 배송이 지연될 수 있다"고 밝혔고, 아마존은 일부 시설을 폐쇄했다고 공지했다.

미국을 강타한 이번 한파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세계 에너지난이 한층 악화할 거란 우려도 등장했다. 영하 20~30도까지 떨어진 기온에 천연가스관이 얼고 가스정이 폐쇄돼 세계 주요 액화천연가스(LNG) 수출국인 미국의 생산량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에너지 시장조사업체 블룸버그 NEF에 따르면 지난 23일 미 천연가스 일일 생산량은 10년 만에 최악의 하락세를 보였고, 미 전역의 난방 및 발전 연료 공급량은 전일 대비 약 100억 입방피트(10%)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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