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정주행하는 삼성바이오, 100만원 돌파 확신하는 증권가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2022.12.26 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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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목대해부]연간 매출 2조원,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바이오 전문기업

편집자주 매일같이 수조원의 자금이 오가는 증시는 정보의 바다이기도 합니다. 정확한 정보보다는 거품을 잡아 손실을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머니투데이가 상장기업뿐 아니라 기업공개를 앞둔 기업들을 돋보기처럼 분석해 '착시투자'를 줄여보겠습니다.

올 해 약세장은 모두를 힘들게 하고 있지만, 이 가운데서도 가장 피로도를 느끼는 이들은 바이오 투자자들이다. 다른 업종에 비해 낙폭은 큰데, 시장이 반등할 때도 쉽게 오르지 못하니 답답할 노릇이다. 이는 제약, 바이오 기업들의 상황이 그만큼 좋지 못하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신약개발 성공이라는 기대감으로 높은 밸류에이션이 정당화됐으나 코로나19(COVID-19)가 장기화하면서 임상시험이 지연되면서 성과없는 투자비용만 지출되는 중이다. 과거에는 신약개발로 몰리던 관심이 이제는 재무제표로 이동한 상태이니 주가가 좋을 리 없다.

그러나 실적이 뒷받침되는 바이오 기업들은 예외다. 오히려 약세장을 거슬러 올라가는 흐름이 이어지는데 다른 바이오 투자자들의 자금까지 유입되다보니 매수세가 상당하다. 대표주가 삼성바이오로직스다. 수년간 쌓아온 노력과 잠재력이 제대로 터지면서 올해 매출 2조원 달성이 유력시된다. 주가는 연일 강세를 보이는데 큰 악재가 없다면 100만원 돌파가 무난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2011년 삼성의 성장동력 이끌 바이오 기업으로 설립. 올 상반기 삼성바이오에피스도 100% 자회사로 편입
삼성바이오로직스 (790,000원 ▼1,000 -0.13%)는 2011년 삼성그룹이 반도체 이후 차세대 신사업 동력을 바이오로 결정하면서 설립된 회사다. 삼성의 바이오사업은 바이오 의약품을 위탁 생산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는 삼성바이오에피스, 이 두 회사를 통해 진행돼 왔다. 올해 상반기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을 추가 확보해 100%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바이오 사업이 일원화됐다.

이에 따라 사업구조는 △동물세포기반 항체의약품의 CMO(위탁생산) 사업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 사업 △세포주 개발부터 초기 임상까지 개발서비스를 제공하는 CDO(위탁개발) 사업 등 크게 3가지로 재편된 상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1년 설립 이후 현재까지 총 4조2500억원 이상을 투자해왔다.



올해는 삼성바이오로직스 (790,000원 ▼1,000 -0.13%)가 그간 투자에 대한 결실을 본격으로 수확하기 시작하는 시기다. 올해 3분기까지 기록한 매출액(연결기준 잠정치)은 2조357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81%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6708억원으로 64% 늘었다. 순이익은 4281억원으로 집계됐다.

4월까지는 삼성바이오에피스 실적을 지분법 실적으로 처리했고, 5월부터는 연결실적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2조원 매출에 부여되는 의미는 간단치 않다. 회사 설립 11년 내 매출액 2조원 달성은 한국 제약업계 최초이고, 세계적으로도 극히 드문 사례다. 이선경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세계 30대 빅파마 중 1990년대 이후 성장한 암젠이나 길리어드도 1조 매출을 달성할 때까지 각각 12년, 17년이 소요됐다"며 "셀트리온도 2002년 설립된 후 17년만인 2019년에야 9818억원 매출을 올렸고 2020년 1조7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추세가 이어지면 올해 연간 영업이익은 7500억원을 무난히 넘어설 것으로 보이는데 이 또한 대단한 성과라는 평가다. 한미약품, 유한양행 등 국내 대형 제약기업의 영업이익이 1000억원 내외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7배 이상의 이익 창출력을 지닌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잠재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가늠할 수 있다고 이 연구원은 언급했다.

그는 "최근 급격히 성장한 글로벌 빅파마인 모더나(2조원)와 다이이치 산쿄(2조5000억원), 머크(2조1000억원)를 기준으로 보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연구개발 투자역량이 이들의 1/3 수준까지 성장한 것"이라며 "현재와 같은 영업실적 성장이 지속된다면 연간 1조원 연구개발 투자능력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설립 11년만에 매출 2조원 돌파. 국내 제약 바이오 업계에서 처음
숫자와 별개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신약발굴 △생산개발 △임상개발 △마케팅 등 모든 부문에서 글로벌 수준의 역량을 입증했다는 점도 큰 성과라는 지적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내년 본격 가동되는 4공장을 포함해 총 60만4000리터의 생산역량을 구축했다. 전세계 바이오의약품 생산능력 중 약 30%를 차지한다. 전세계 CMO중 가장 큰 생산능력이며 오리지날 제약사 전체를 포함해도 전세계 2위에 달한다. 생산개발에서도 다양한 종류의 항체 생산경험을 쌓았고 공정 효율화를 통한 수율확보, 빠른 공정속도, 안정적인 품질관리 등을 입증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를 통해서 진행한 바이오시밀러 제품에 대한 임상연구 경험과 미국 및 유럽의 시판허가도 큰 의미가 있다. 국내 기업 중 다국가 글로벌 임상을 실제 수행하고, 시판승인까지 받아본 경험을 가진 회사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유럽과 미국내 약가 시스템, 공급망 구조, 보험등재 및 약가결정, 마케팅, 고객채널 등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무형가치가 엄청나다는 것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본다면 이런 다양한 분야에서의 학습경험이 숫자로 나타난 실적보다 더 중요한 글로벌 경쟁력이다.

투자 관점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강점을 정리하면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산업의 고성장과 동행하며 글로벌 CDMO(위탁개발생산) 및 바이오시밀러 산업의 선두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는 기업"이라는 점이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글로벌 경기둔화와 무관하게 성장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권해순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바이오의약품 시장은 2021년 3664억달러에서 2030년 7198억달러로 연평균 10%를 상회하는 고성장세가 지속될 전망"이라며 "2010년 이후 단일항체 의약품이 상업화에 성공했고 생명공학 기술의 발달로 2020년 새로운 기전(ADC, 이중항체, RNA 관련, 세포치료제 등)의 치료제 성장이 시작됐다"고 언급했다. 이어 "연구개발에 집중한 이머징 파마들의 등장과 기술 도입을 통해 신약 출시에 집중하고 있는 빅파마 사이에서 생산의 안정성을 보장해주는 CDMO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졌다"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25년까지 매출이 연평균 28%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이미 올해 상반기말 기준 수주잔고는 4조원을 상회하며, 현재 임상단계인 제품들이 상업화 될 경우를 가정하면 수주잔고가 9조원에 달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글로벌 CDMO로 업력이 높은 론자는 CDMO의 적정 수익성을 약 35% 수준으로 제시하고 있는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수익성도 비슷한 수준이라 가정하면 앞으로 이익성장 가능성이 얼마나 큰 지 가늠할 수 있다. 4공장 부분가동을 전후로 5개 글로벌

제약사들의 7개 품목 수주를 마친 가운데 추가적으로 16개 이상의 기업과 약 25개의 품목 수주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게 증권가의 판단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 효과까지 더해져…증권가 130만원 목표가도 제시


지난 상반기 100% 자회사로 편입된 삼성바이오에피스도 주목해야 한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바이오시밀러 연구개발에 특화돼 있으며 생산은 삼성바이오로직스를 포함한 글로벌 CMO 기업에서 진행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펼치고 있다. 판매는 지역마다 파트너가 다르다. 유럽은 바이오젠이 담당하고 미국, 중국, 일본은 오가논이 담당하는 구조다. 중국은 현지 업체인 3SBio, C-Bridge Capital 등과 협력해 임상개발, 인허가, 마케팅 등을 추진 중이다.

유진투자증권이 추정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올해 예상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8900억원, 2020억원인데 2023년부터는 바이우비즈(BYOOVIZ) 판매실적이 더해지면서 매출성장이 크게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바이우비즈는 로슈(Roche)와 노바티스(Novartis)가 판매하는 습성 연령유관 황반변성, 당뇨병성 황반부종 등의 안과질환 치료제 루센티스의 바이오시밀러 제품이다.

루센티스는 지난 해 매출이 약 4조4000억원에 달했으며, 그 중 미국 시장에서만 약 1조8000억원(13억5300만 스위스프랑)의 매출을 기록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 해 8월과 9월 각각 유럽과 미국에서, 올해 5월에는 한국에서 루센티스 바이오시밀러를 승인받은 바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상승도 삼성바이오로직스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달러로 결제되는 매출이 많다 보니 매출에 환율상승 효과가 그대로 반영된다. 반면 원료는 파트너사가 달러로 구매해주는 구조이기 때문에 환율상승으로 인한 비용상승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애널리스트들은 잇따라 삼성바이오로직스 목표주가를 상향조정하고 있으며 신규 매수의견을 내는 이들도 많다. 목표주가 밴드는 100만~120만원 가량인데 이달미 SK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목표가 130만원을 제시하기도 했다. 3분기 실적발표로 시장 눈높이를 충족시켰을 뿐 아니라 내년 전망이 밝다는 점도 입증됐다는 것이다.

이 연구원은 "매출의 90% 이상이 달러결제라 환율상승 효과가 컸으며 1, 2, 3 공장이 모두 풀가동되고 있으며 단가가 높은 제품 위주의 생산 및 DP 생산량이 많다"며 "이번 실적발표를 토대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2022년, 2023년 영업이익을 각각 37.5%, 22.7% 상향조정했고 새로운 밸류에이션 테이블을 적용해 목표주가를 산정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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