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기술이전은 올해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에서 발생한 가장 큰 규모의 계약이다. 올해 두 번째로 나온 10억달러 이상의 기술 수출이기도 하다. 앞서 에이비엘바이오의 이중항체 후보물질 'ABL301'이 사노피에 10억6000만달러(약 1조3599억원)에 기술이전된 바 있다.
ADC는 항체와 약물을 연결하는 링커(linker)와 항체에 결합되는 약물인 페이로드(payloads)로 구성된다.
이번 계약에서 레고켐바이오가 제공하는 기술은 링커와 페이로드, 결합 방법(Conjugation)이다. 이 모든 기술을 아우르는 레고켐바이오의 ADC 플랫폼이 '콘쥬올(ConjuAll)'이다. 항체는 암젠이 보유한 물질을 사용한다. 두 회사의 협력으로 향후 5개 유전자를 타깃하는 ADC를 개발할 계획이다.
레고켐바이오는 이번 계약까지 포함해 ADC 분야에서만 총 12건의 기술이전을 체결했다. 2015년 중국 포순파마에 'LBC14'를 기술이전한 것을 시작으로 2020년에는 영국의 익수다, 미국 픽시스, 2021년에는 체코의 소티오와 라이선스아웃 계약을 체결했다. 지금까지 누적 계약 금액은 6조5000억원이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인수합병(M&A)과 라이선스인 방법으로 경쟁적으로 ADC 파이프라인을 확보 중이다. 올해 7월에는 MSD가 ADC 전문 기업 시애틀제네틱스를 팬데믹 이후 최대 규모인 약 53조원에 인수를 시도하기도 했다.
암젠도 ADC 파이프라인을 강화하기 위해 레고켐바이오과 손잡은 것으로 분석된다. 암젠은 저분자화합물, 항체, RNA, 이중항체, CAR-T 등 거의 모든 치료제 파이프라인을 보유했지만 유일하게 ADC가 없다. 레고켐바이오와의 기술이전 계약으로 부족했던 ADC 파이프라인을 확보한 것이다.
특히 암젠은 레고켐바이오 플랫폼의 안전성에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ADC 항암제의 단점은 부작용 발생 비율이 높다는 것이다. 유방암 치료제로 유명한 ADC인 '엔허투'도 3등급 이상 부작용 발생 비율이 50% 이상이다. 레고켐바이오의 후보물질 'LCB14'는 앞선 임상 시험에서 엔허투 대비 4배 이상의 치료지수(Therapeutic Index)를 보였다. 치료지수가 높을수록 부작용이 적고 안전성이 좋다는 뜻이다.
이선경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안전성이 높은 레고켐바이오의 ADC 플랫폼 경쟁력은 이미 LCB14 임상 연구를 통해 입증했다"며 "차별화된 ADC 플랫폼을 찾고 있는 빅파마들에게 임상에서 입증된 레고켐 플랫폼은 좋은 후보이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