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공개매수 25년만에 부활 "상장사 경영권 M&A때 소액주주 지분도 사줘야"

머니투데이 정혜윤 기자 2022.12.22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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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공개매수 25년만에 부활 "상장사 경영권 M&A때 소액주주 지분도 사줘야"


상장사를 주식양수도 방식으로 M&A(인수합병)할 때 의무공개 매수 제도가 도입된다. 주식 25% 이상을 보유하는 M&A 때 나머지 지분의 일정 비율을 공개 매수해 '50%+1'를 보유해야 한다. 최대주주의 경영권 프리미엄만 인정되면서 소액주주들이 상대적으로 피해를 본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의무공개 매수 제도는 1998년 2월 폐지된 후 25년만의 부활이다. 이 제도는 1997년 1월 도입됐다가 기업 구조조정을 지연시킨다는 우려와 IMF(국제통화기금) 요구에 따라 1년만에 폐기된 바 있다.



금융위원회는 21일 한국거래소·자본시장연구원과 '주식양수도 방식의 경영권 변경시 일반투자자 보호방안 세미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주식 양수도 방식의 경영권 변경시 일반투자자 보호방안'을 발표했다.

25년만의 부활 '의무공개매수'…물량 '50%=1' 만들어야
의무공개매수제도는 상장회사의 지배권을 확보할 정도의 주식을 취득할 때 주식의 일정 비율 이상을 의무적으로 공개매수의 방법으로 취득하는 제도다. 1997년 1월 지분율 25% 이상이 되는 경우 '50%1주' 이상을 공개매수하도록 했지만 1년만에 폐지됐다. 외환위기 당시 기업간 M&A를 어렵게 해 기업 구조조정을 지연시킨다는 우려에 따라서다.



이날 발표된 의무공개매수제도는 상장사를 대상으로 한다. 주식의 25% 이상을 보유한 최대주주가 되는 경우 잔여 주주를 대상으로 공개매수의무가 부과된다. M&A 계약을 통해 새롭게 주식을 25% 이상 보유해 최대주주가 되거나 기존에 25% 미만 보유한 최대주주가 추가로 주식을 취득해 25% 이상이 되는 경우 모두 해당한다. 매수가격은 지배주주와 동일한 가격(경영권 프리미엄 포함)이 적용된다.

매수 물량은 1997년과 마찬가지로 총 50%+1주 이상이다. 공개매수에 응한 주식이 50%를 초과하는 경우 비율대로 안분한다. 반대로 50%에 미달하면 공개매수 청약물량만을 매수하면 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일반주주 보유지분 전량을 매수하게 할 경우 과도한 인수대금 등으로 M&A 위축 가능성이 우려되는만큼 경영권 변경 지분 확보 후 잔여 지분의 일정부분에 대해 공개매수 의무를 부과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단 기업 구조조정 등과 같이 산업합리화를 위해 필요한 경우, 다른 법률에서 부과된 의무에 따라 지분을 취득하는 경우 등은 예외다.

소액주주도 경영권 프리미엄 공유해야
금융위원회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한국거래소 · 자본시장연구원과 함께 주식양수도 방식의 경영권 변경 시 일반투자자 보호방안 세미나를 개최 후, 방안을 발표했다./사진제공=금융위원회금융위원회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한국거래소 · 자본시장연구원과 함께 주식양수도 방식의 경영권 변경 시 일반투자자 보호방안 세미나를 개최 후, 방안을 발표했다./사진제공=금융위원회
소액주주는 기업 M&A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 주식 가치가 떨어지는 걸 경험한다. 예컨대 KB금융지주가 2016년 현대증권을 인수할 때 경영권 지분 22.56%를 매입하면서 주당 2만3182원을 지급했다. 하지만 소액주주에겐 주당 6737원에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했다.

또 미래에셋증권이 대우증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도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으로부터 43%를 사면서 주당 1만6518원을 지불했지만 소액주주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은 7999원에 불과했다.

M&A에 반대하는 일반 주주는 자금 회수 기회도 없고 지배주주의 경영권 프리미엄도 공유받지 못한다. 의무공개매수 제도가 도입되면 일반 주주도 경영권 변경과정에서 소외되지 않게 된다. 또 지배주주와 불투명한 거래를 통한 약탈적 기업인수를 막을 수 있다.

기업이나 인수자 입장에선 부담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정우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정책부회장은 "주식양수도에 의한 방법으로 M&A를 진행하는데 지배주주에게 많은 경제적 부담을 일으키면 인수자 입장에선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 목소리도 있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는 "단순히 사는 물량이 더 늘어난다고, 금액이 커진다고 M&A가 위축되지 않을 것"이라며 "이런 조치들이 제대로 취해지면 주가가 정상화되고 자금 조달이 쉬워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적용요건과 매수 대상 등에 대한 보완 필요성도 대두된다. 25%에 미치지 못하는 지분으로도 회사 경영권을 좌우하는 경우 등 편법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해성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일단 50%+1주로 하지만 자발적으로 인수인이 잔여 주식을 매수하도록 장려하고 원활하게 제도를 보완하는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 역시 "50%만 사면되니까 45%를 취득할 경우 5%만 공개매수하면 되는데 일반주주 지분이 55%면 결국 10분의 1만 공개매수에 참여하게 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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