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만에 재도입되는 '의무공개매수'... 물량 '50%+1주' vs '100%'

머니투데이 정혜윤 기자 2022.12.21 14:19
글자크기
25년만에 재도입되는 '의무공개매수'... 물량 '50%+1주' vs '100%'


1998년 폐지됐던 의무공개매수 제도가 재도입된다. 의무공개매수 제도는 기업 구조조정을 지연시킨다는 우려와 IMF(국제통화기금) 요구에 따라 1년만에 폐기된 바 있다.

금융당국이 25년만에 의무공개매수 제도를 꺼내 든 이유는 기업 M&A(인수 합병) 과정에서 일반 투자자 피해 논란이 지속해서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소액주주도 경영권 프리미엄 공유
소액주주는 기업 M&A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 주식 가치가 떨어지는 걸 경험한다. 예컨대 KB금융지주가 2016년 현대증권을 인수할 때 경영권 지분 22.56%를 매입하면서 주당 2만3182원을 지급했다. 하지만 소액주주에겐 주당 6737원에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했다.

또 미래에셋증권이 대우증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도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으로부터 43%를 사면서 주당 1만6518원을 지불했지만 소액주주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은 7999원에 불과했다. M&A에 반대하는 일반 주주는 자금 회수 기회도 없고 지배주주의 경영권 프리미엄도 공유받지 못한다.



의무공개매수 제도가 도입되면 일반 주주도 경영권 변경과정에서 소외되지 않게 된다. 또 지배주주와 불투명한 거래를 통한 약탈적 기업인수를 막을 수 있다.

제도 도입으로 추가 수익률도 얻을 수 있다. 김광일 금융위원회 공정시장과장은 "유럽 사례 연구를 보면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은 경영권 거래 공시 직후 피인수 기업 주가를 약 8%포인트 이상 추가 상승시키는 효과도 있었다"고 말했다.

반면 기업이나 인수자 입장에선 부담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정우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정책부회장은 "주식양수도에 의한 방법으로 M&A를 진행하는데 지배주주에게 많은 경제적 부담을 일으키면 인수자 입장에선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M&A 위축은 기우일 수 있단 주장도 나온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는 "단순히 사는 물량이 더 늘어난다고, 금액이 커진다고 M&A가 위축되지 않을 것"이라며 "이런 조치들이 제대로 취해지면 주가가 정상화되고 자금 조달이 쉬워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보다 M&A가 더 활발한 유럽 등의 사례만 봐도 그렇다.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의무공개매수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미국은 제도를 도입하고 있진 않지만 이사회의 적극적인 역할과 민사소송제도 등을 통해 일반주주 이익을 보호하고 있다.

의무공개매수 물량 50%+1주→100% 확대 필요
금융위원회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한국거래소 · 자본시장연구원과 함께 주식양수도 방식의 경영권 변경 시 일반투자자 보호방안 세미나를 개최 후, 방안을 발표했다./사진제공=금융위원회금융위원회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한국거래소 · 자본시장연구원과 함께 주식양수도 방식의 경영권 변경 시 일반투자자 보호방안 세미나를 개최 후, 방안을 발표했다./사진제공=금융위원회
전문가들은 의무공개매수 제도 도입을 환영하면서도 적용 요건과 매수 대상에 대해 보완 필요성을 강조했다.

금융당국이 재추진하는 의무공개매수 제도는 1997년과 유사하다. 지분율이 25% 이상 보유한 최대주주가 되는 경우 '50%+1주' 이상을 공개매수하도록 하는 것이다. 매수가격은 지배주주와 동일한 가격이다.

정준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여러 맹점이 있다"면서 "25%에 미치지 못하는 지분으로도 사실상 회사 경영권을 좌지우지하는 경우 편법으로 빠져나갈 구멍이 있다"고 말했다. 제도의 실질적 집행력을 높이기 위해 지분율이 25% 미만이어도 이사회 과반수를 장악한다든지 대표이사를 뽑는다든지 여러 하위규정을 만들어 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단 지적이다.

김해성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일단 50%+1주로 하지만 자발적으로 인수인이 잔여 주식을 매수하도록 장려하고 원활하게 제도를 보완하는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 역시 "50%만 사면되니까 45%를 취득할 경우 5%만 공개매수하면 되는데 일반주주 지분이 55%면 결국 10분의 1만 공개매수에 참여하게 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렇게 되면 주가에 긍정적 영향 미치는게 적을 수 있고 도입 취지에 맞지 않을 수 있다"며 "장기적으론 100%로 가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부연했다.

일단 정부는 일반주주 보호 필요성과 기업 M&A 위축 가능성을 모두 고려해 50%+1주로 물량을 정했다.

송영훈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상무는 "전부 취득을 강제하면 그만큼 M&A 미치는 부작용도 분명히 있을 것"이라며 "적절한 범위 내에서 조정하는게 어려운 문제였고 고민의 결과인 것 같다"고 했다.

이윤수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정책관은 "제도를 안착시키고 시장 변화를 봐가면서 추가적인 부분은 보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