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과적으로 진 내정자와 조 회장의 협의와 조율을 거쳐 지난 20일 발표된 조직개편안은 지주사 힘을 빼면서 계열사에 권한을 더 주는 방향으로 결정됐다. 그룹사 재무 성과 관리를 전담한 지주사 경영관리부문을 해체하기로 한 것이다. 아울러 지주사와 자회사 겸직 형태로 운영해 온 WM(자산관리)·퇴직연금·GMS(Global Markets & Securities) 사업그룹장 체제도 해제하기로 했다.
지주사에 부회장이나 사장급 총괄직을 신설해 사업그룹체제(매트릭스)를 강화하려던 계획도 완전히 백지화됐다. 신한금융은 조 회장의 3연임을 전제로 차기 승계 구도 확립과 지주사 권한 강화를 위해 지주사 사업그룹장의 직급을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보다 높이는 조직개편을 추진해 왔다. 부회장직 신설과 지주사 권한 강화도 조 회장의 구상이었다.
진 내정자 입장에선 회장 임기와 동시에 부회장직을 신설하기엔 부담이 컸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신한금융 내부 사정에 밝은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지주 부회장 신설은 매트릭스 내에서의 계열사 관리 기능 강화와 함께 지배구조 측면에서 차기 후보군을 내외부에 명확히 공표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임기를 막 시작하는 진 내정자에겐 부담스러운 선택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당초 조 회장이 3연임하면 진 내정자와 함께 지주 부회장 후보군으로 꼽혔던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은 이번 사장단 인사에서 후배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용퇴했다. 허영택 신한지주 경영관리부문장(CMO)도 조직이 해체되면서 물러나게 됐다.
신한금융이 금융회사 CEO와 임원의 권한과 책임 불일치에 문제의식을 가진 금융당국의 입장을 고려한 측면도 있어 보인다. 금융당국은 금융사고 발생시 책임과 권한을 명확히 하는 등 금융회사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지배구조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형 금융사고가 빈발하는데도 지주사 회장과 부회장이 권한만큼 책임을 지지 않는 구조에 대해 당국이 부정적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