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가 K-반도체 반등 계기 되나…"차세대 기술 한국에 있다"

머니투데이 오진영 기자 2022.12.22 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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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이지혜 디자인기자/사진 = 이지혜 디자인기자


"전력 소비량이 높은 데이터센터가 늘면 효율 좋은 국내 기술의 서버용 D램 수요도 덩달아 늘어날 겁니다. "

21일 한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내년 메모리반도체 시장이 부진할 것이라면서 데이터센터를 국내 기업의 반등 계기로 꼽았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올해 하반기부터 데이터센터 구축을 늘리면서 서버용 D램 수요가 내년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데 따른 것이다. 고전을 면치 못하던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서버용 고성능 D램 기술을 앞세워 점유율을 다시 올릴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이 나온다.



이날 업계에 따르면 데이터센터 증가로 구축에 필요한 서버용 D램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서버용 D램 수요는 684억 8600만 기가비트(Gb)로, 역대 최초로 모바일용 D램(662억 7200만 Gb) 수요를 돌파할 전망이다. 구글과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들이 운영 중인 8000여개의 데이터센터가 내년 더 늘면서 오는 2026년까지 서버용 D램 수요의 연평균성장률(CAGR)은 24%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국내 기업들은 서버용 D램 중에서도 고성능인 DDR5에 기대를 걸고 있다. 차세대 D램인 DDR5는 기존 서버용에 사용되던 DDR4보다 2배 이상 속도가 빠를뿐더러 전력 소모량은 10% 이상 낮다. 데이터센터를 신축하거나 기존 데이터센터의 속도를 개선하려면 DDR5로 교체할 수밖에 없는데, 기존 DDR4보다 가격이 최대 20~30% 비싸기 때문에 수익성이 높고 시장 확대 전망도 밝다.



열 효율을 높여 '전기 먹는 하마'라는 오명을 썼던 차세대 데이터센터인 그린 데이터센터에도 DDR5가 적극 활용될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애리조튼은 빅테크 기업이 이스라엘이나 UAE, 사우디아라비아 등지에 투자를 늘리면서 중동·아프리카에 5G 구축을 위한 그린 데이터센터를 증설할 것으로 내다봤다. 2027년까지 그린 데이터센터의 CAGR은 15%로, 교체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DDR5 신기술을 확보하고 있어 내년까지 반도체 시장 침체가 이어져도 서버용 D램 시장을 딛고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내년 1월 인텔의 차세대 서버용 CPU인 '사파이어 래피즈'의 출시를 계기로 엔비디아나 애플 등 로직 반도체 기업들의 기술 개발이 잇따를 것이라는 예측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D램 전체 매출(2021년 기준) 중 서버용 제품의 비중은 각각 28%·40%다.

삼성전자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DDR5 시장 선점을 노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날 업계 최선단(최소 선폭) 12나노급 공정을 적용한 16기가비트(Gb) DDR5 D램을 개발하고 호환성 검증을 마쳤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업계 최선단 14나노 DDR5 D램 양산에 이어 또 다시 미세공정 한계를 극복한 개발에 성공한 것이다. 이달 방한한 팻 겔싱어 인텔 CEO와 함께 DDR5 공급 논의를 하는 등 고객사 확보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서버용 D램 기술에서 업계 최고를 자부한다. 기존 기존 4.8Gb인 서버용 DDR5보다 속도가 80% 이상 향상된 DDR5 MCR DDIM(D램 여러 개를 한 기판에 결합한 제품) 개발에 성공한 데 이어 기업용 대용량 저장장치(eSSD) 분야에도 집중 투자하고 있다. 제품 양산이 본격화되면 빠른 속도를 갖춘 하이닉스 제품의 수요가 크게 오를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이 주력하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 매출이 내년 16.2%나 감소하는 등 어두운 전망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향후 서버용 D램 시장을 조기에 선점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데이터센터 구축에 들어가는 DDR5 D램 기술 격차를 지속 확보할 필요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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