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엔플러그 제공
공연 100분 동안 거의 50분을 예쁘고 안정적이고 공감하는 색깔의 음색이나 표현보다 왜곡되지 않은 자연적인 울부짖음이나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듯한 소리만을 재조합한 사운드에 할애했다. 전반부 절반을 지배한 이 소리들은 불편했지만 듣는 순간 온몸에 반응이 즉각적으로 일어날 만큼 압도감이 꽤 컸다.
제목처럼 무대는 4명(쿼텟)이 꾸렸다. 드럼이 없어 좀 밋밋한 무대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나윤선의 '독창적이고 기교적이며 카멜레온 같은' 소리 덕분에 모두 휘발됐다. 그의 소리는 '해쳐모여'식으로 구성됐다. 자연이 처음 탄생한 원초적 소리를 내다가 이내 짐승의 울부짖음으로 뒤바뀌고 다시 주술의 주문 같은 마법의 사운드로 안내한 뒤 인간의 목소리에 디지털 사운드를 교배한 강렬하게 일그러진 탁한 소리로 마무리하는 전개는 충격이라는 표현이 낯설지 않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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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윤선이 신체 기관을 이용해 코맹맹이 소리를 내거나 가슴을 울려 목을 떠는 소리를 낼 땐 다양한 캐릭터가 살아 숨 쉬는 뮤지컬 한 편을 보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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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럴을 잇따라 부를 때 나윤선의 소리는 거친 폭풍우가 지나가고 한 줌 햇살이 스며든 어느 언덕 위의 아름다운 꽃을 그린 정물화로 어느새 순간 이동하고 있었다. 무난하고 평범한 재즈 코드로 입힌 '화이트 크리스마스' 앞에서 나윤선은 자신이 얼마나 예쁜 목소리를 가졌는지 다시 한번 상기시켰다.
2시간도 채 안 되는 시간에서 그는 갖은 표현과 해석력을 통해 음악이 우리에게 선사하는 진정한 메시지가 무엇인지 진하게 알려줬다. 그가 으르렁거릴 때 듣는 이도 함께 분노했고, 그가 비애의 선율을 던질 때 우리도 시큰해진 콧등을 만지작거렸다. 드러내지 못했거나 드러내고 싶지 않았던 우리의 감정에 공감해주는 '소리'를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