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내이사 중에서는 최 명예회장, 노 부회장, 백 부사장이, 사외이사 중에서는 한 고문, 김 변호사, 김보영 교수 등이 2023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뒀다. 11명의 이사들 중 과반 이상인 6명의 임기가 만료되는 것이다.
지난 15일 공시에 따르면 영풍의 계열회사들로 파악되는 테라닉스, 코리아써키트, 에이치씨가 8월 말~12월에 여러 차례에 걸쳐 고려아연 주식 총 11만여주를 사들였다. 이들이 장내매수한 주식 수량을 15일 종가(59만1000원) 환산시 670억원이 넘는 대규모였다.(관련기사 : '아름다운 결별은 없다'···고려아연 두 창업주 일가 지분 경쟁 본격화) 앞서 지난 8월 말 코리아써키트와 에이치씨가 고려아연 주식을 사들인 규모(약 37억원 어치) 대비 월등히 컸다. 8월 당시에도 양사가 지분 경쟁 구도에 들어선 것 아니냐는 시각들이 있었는데 이번 대규모 지분 매입으로 이같은 관측에 힘이 더 실린 것이다.
경영의 주체는 나뉘어 있다고 하나 지분관계는 상호 주식을 보유하는 구조다. 고려아연의 최대주주는 영풍으로 지분율이 26.11%에 달한다. 장형진 회장도 고려아연 지분을 3.63% 들고 있어 개인으로는 최대주주다. 이에 비해 최창걸 명예회장(0.13%), 최윤범 회장(1.72%) 등 최씨 일가 측이 보유한 지분은 14%가 조금 넘는 것으로 파악된다.
재계에서는 올해 8월 고려아연이 진행했던 유상증자에 한화 계열인 한화H2에너지USA가 참여, 고려아연 지분 5%를 취득한 것에서부터 두 일가 간 이견표출이 가시화됐다고 본다.
고려아연은 지난 8월 3대 신사업 투자를 위해 총 4700억원 규모 3자 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업계에서는 장 회장 측이 고려아연의 신사업 확대에 반대한 것은 아니나 최 회장 측이 우호지분이라 할 수 있는 한화를 통해 고려아연 지분율을 높이는 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으로 추측했다.
실제로 이사회 회의록을 보면 장 회장은 올해 8월 해당 유증 안건을 다뤘던 이사회에 불참했다. 이사진이 이사회에 불참하거나 안건에 반대하는 것은 이상하지 않은 일이지만 장 회장은 지난 2020~2021년 이사회에 100% 참석해 모든 안건에 찬성표를 던졌었다. 상이한 움직임이 나와 업계 관심이 쏠렸다.
이후 (주)한화, 한화임팩트 등은 지분스왑 형태로 고려아연에 대한 지분율을 높였고 현재 한화 측의 고려아연에 대한 지분율은 8.08%까지 올라왔다. 고려아연은 이밖에 LG화학 등과도 신사업을 구상함과 동시에 자사주를 활용한 우호 지분을 확보 중이다.
시장에선 고려아연이 최윤범 회장의 승진으로 3세 경영 시대를 열면서 수소·전지 소재·자원순환 등 신사업을 중심으로 영풍과 계열분리 수순에 돌입할 것으로 봤으나 영풍 측이 공격적으로 지분 매입에 나서면서 계열분리는 사실상 어려워진 것으로 봤다.
한 재계 관계자는 "장 회장과 영풍 측이 30% 넘게 지분율을 갖고 있는데 이를 팔지 않는 이상 계열분리는 어려울 것"이라며 "현재로선 3월 주총 이사진 교체를 두고 양 측 표대결로 가는 수순이 예측되는데 이 경우 최 회장 측도 주주명부가 폐쇄되는 올 연말까지 꾸준히 지분을 더욱 늘려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