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흥국생명의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태광산업 (650,000원 ▼1,000 -0.15%)의 사례는 국내 주식시장에서 주주자본주의가 자리잡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유동성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흥국생명을 지원하겠다는 태광산업이 트러스톤자산운용을 비롯한 주주의 반발에 백기를 든 사례다.
KT&G (88,900원 ▼100 -0.11%)도 행동주의펀드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 안다자산운용 등에 주주가치 제고 압박을 받고 있다.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역시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의 주주로서 라이크기획과의 라이선스 계약을 종료하라고 요구했고 에스엠은 올 연말 계약 종료의 뜻을 밝혔다. 앞서 라이프자산운용이 SK그룹의 지주사 디스카운트 해소를 지적하자 SK는 2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을 발표했다.
과거 외국계 행동주의 펀드들이 삼성, SK, 현대차 그룹 등에 적대적인 경영개입을 하다 이른바 '먹튀'한 사례들이 있었다. 미국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 매니저먼트가 대표적이다. 엘리엇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2018년에는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분할·합병을 반대하며 공격적인 경영 개입을 시도해 논란을 빚었다. 때문에 국내 자본주의의 토양에서 단기 차익을 추구하는 듯한 인상만을 주는 행동주의 펀드가 설 자리는 없었다.
2006년엔 국내 최초의 주주행동주의 펀드로 화려하게 데뷔한 일명 '장하성펀드'(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KCFG))의 열풍 사례도 교훈을 남겼다. 당시 장하성펀드가 매입한 대한화섬과 태광산업의 주가가 급등세를 보이며 화려한 시작을 알렸다. 하지만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와 함께 주가가 급락하고 투자자들이 빠져나가면서 2008년 40% 이상 손실을 기록했다. 이후 수익률을 회복하기도 했지만 2011년에는 다시 -19.4%로 수익률이 곤두박질치면서 2012년 보유 주식을 모두 유동화하고 청산의 길을 걷게 됐다. 결국 수익이 안나면 행동주의 펀드도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일깨워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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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시행착오와 흑역사는 오늘의 행동주의 펀드 시대를 여는데 밑거름이 됐다. 토종 행동주의 펀드들의 활약에 소액주주들의 호응이 커지고 있다. 이는 곧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가능성을 높여준다. 앞으로 행동주의 투자가 해외처럼 보편화돼 한국의 기업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가 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