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 따라 샀다가 망했네…서학개미 "TSMC 마이너스" 울상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22.12.16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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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핏 따라 샀다가 망했네…서학개미 "TSMC 마이너스" 울상


워런 버핏이 올해 3분기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TSMC를 대거 매수한 사실이 알려진 이후 서학개미(해외주식 투자자)들도 추종 매수에 나섰다.

버핏이 저평가 종목 장기투자로 월가의 전설이 된 만큼 버핏이 선택한 TSMC 역시 장기 우상향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작용한 결과다. 최근 주가 흐름은 부진하지만 주가 하락을 저점 매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시각도 나온다.



16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16일부터 지난 15일까지 한 달 동안 국내 투자자들은 TSMC 주식 4200만달러(550억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이 기간 해외주식 순매수 규모 5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이전까지 국내 투자자들은 TSMC에 거의 관심을 두지 않았다. 삼성전자의 경쟁업체라는 점도 있지만 그보다 테슬라나 애플, 구글, 아마존 같은 미국 빅테크 업체에 더 관심을 뒀다.



최근 한 달 사이 분위기가 바뀐 건 버핏 때문이다. 지난달 15일 워런 버핏이 운영하는 버크셔 해서웨이는 올해 3분기 TSMC 주식 41억1800만달러(5조4000억원) 어치를 신규 매수했다고 밝혔다.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1.4% 비중이다.

버핏은 저평가 된 주식을 싸게 사 장기투자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경기침체 우려와 반도체 업황 둔화로 TSMC 주가는 올 들어 46% 하락했지만 버크셔 해서웨이는 이를 오히려 저가 매수 기회로 활용하고 투자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서학개미들도 버핏의 안목을 믿고 투자에 나섰다. 물론 버핏의 투자가 모두 성공한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은 장기투자로 큰 성과를 거뒀다.


대표적인 사례가 애플이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2016년1분기 처음으로 애플을 포트폴리오에 편입했다. 평균 매입단가는 37.17달러. 지난 15일 종가는 136.5달러로 보유기간 6년 동안 3.7배에 달하는 수익률을 올렸다. 현재 버크셔 해서웨이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큰 비중(41.9%)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 철도회사 벌링턴 노던 산타페에 투자해 대박을 거둔 사례나 일본 종합상사 투자로 수익을 올린 일은 유명하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코라콜라, 무디스, 다비타 등은 10년 이상 장기투자하면서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올해는 셰브론, 옥시덴탈 등 에너지 기업 비중을 늘려 수익을 얻었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TSMC 투자가 알려진 이후 현재까지 성과는 썩 좋지 않다. 최근 한 달 간 TSMC 주가는 3.5% 하락하며 약보합권에 머물렀다. 같은 기간 S&P500(-1.29%)이나 나스닥종합지수(-3%)보다 안 좋은 성과다.

TSMC는 올해 3분기 매출액 6131억4300만대만달러(26조원), 영업이익 3103억2400만대만달러(13조1800억원)로 역대 최고 실적 기록을 이어가고 있지만 주가는 반도체 업황 둔화 여파를 피해가지 못했다. 내년 경기침체가 심화할 경우 글로벌 IT 수요 감소는 불가피하다.

글로벌IB(투자은행)들도 내년 TSMC 이익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다. 야후파이낸스에 따르면 내년 TSMC 추정 EPS(주당순이익)은 평균 5.96달러로 전년 대비 7.6%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남대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증가하면서 TSMC는 올해 연간 투자규모를 10% 하향 조정했다"며 " TSMC가 상대적으로 파운드리 시장의 강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지금은 시장 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의 강력한 경쟁력을 감안하면 오히려 지금이 저가매수 기회라는 분석도 나온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TSMC의 파운드리 시장 매출 점유율은 53.4%로 업계 2위인 삼성전자(16.5%)를 압도한다.

초미세공정에서 앞선 경쟁력으로 애플, 퀄컴, 엔비디아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을 고객으로 삼았다. 삼성전자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3나노 공정에서도 TSMC가 고객 확보전에서 앞서고 있다는 평가다. 최근에는 400억달러를 들여 미국 애리조나에 파운드리 공장 2개를 건설할 계획을 밝혔다. 내년 반도체 업황이 반등한다면 시장 점유율과 경쟁력이 높은 TSMC가 가장 주목받을 것이란 분석이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초미세공정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유지하는 가운데 내년 하반기부터 애플을 포함한 대형 고객들의 주문이 회복되면 TSMC 실적은 내년에도 상승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주가 하락 시기를 이용해 저점 분할매수하는 전략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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