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집 막내아들' 이성민의 진양철 어록으로 본 '돈'의 가치

머니투데이 윤준호(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2.12.16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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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SLL 래몽래인, 재벌집막내아들문화산업전문회사사진제공=SLL, 래몽래인, 재벌집막내아들문화산업전문회사사진제공=SLL 래몽래인, 재벌집막내아들문화산업전문회사사진제공=SLL, 래몽래인, 재벌집막내아들문화산업전문회사


종합편성채널 JTBC 금토일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이 고공 비행을 이어가고 있다. 6.1%로 출발한 전국 시청률(닐슨코리아 기준)은 11회 21.1%까지 치솟았다.

이 드라마는 회귀물을 차용한 판타지다. 미래의 기억을 간직한 채 과거로 돌아가 재벌집 막내아들로 태어난 진도준(송중기)이 재벌가를 장악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 드라마의 진짜 주인공은 진양철(이성민 분)이라는 평이 적잖다. 그는 순양그룹의 창업자다. 진양철이 던지는 한 마디, 한 마디는 단순한 대사를 넘어, ‘돈’이라는 존재에 대한 깊은 울림을 준다. 곱씹을수록 그 맛이 진하게 배어나는 진양철의 어록을 통해 ‘재벌집 막내아들’이 전하는 돈에 대한 철학을 짚어봤다.

#"국내 1위? 니 어디 전국체전 나가나?"



진양철은 배포가 크다. 그리는 그림의 크기부터 다르다. 그래서 소심하고 배포 작은 자식들이 못마땅하다. 진양철은 아들 진영기에게 "어이 봐라. 순양전자 부사장. 니 한번 대답해 봐라. 전자, 올해 매출이 얼매고?"라고 물었고, 진영기는 " 2조 3000억입니다. 지난해보다 15% 상승한"이라고 답한다.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진양철에게 진영기는 "그래도 국내 1위입니다. 백색가전 분야에서 1위를 놓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라고 강조한다. 그러자 진양철의 불호령이 떨어진다. "국내 1위? 니 어디 전국체전 나가나?"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 이 드라마에서, 진양철은 기업을 키우기 위해 내수 시장이 아닌 해외 시장과 겨뤄야 한다는 것을 꿰뚫고 있다.

#"그기 민주화다."

‘재벌집 막내아들’이 시작되는 1987년은 대통령 직선제가 시행된 해다. 이전까지는 육사 출신 대통령들이 다스린 군부 독재였다. 이 상황을 두고 진양철은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후보 중 누구를 후원할지 고민한다. 정치와 경제는 떼려야 뗄 수 없다는 것을, 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이 상황에서 진양철은 비서실장 이항재에게 묻는다. "니 민주화가 뭔지 아나? 전에는 내 주머니 돈을 노리는 놈이 군인 한 놈이었다면은, 인자는, 민간인 세 놈아로 늘었다. 그기 민주화다." 모두가 민주화 사회를 열망했지만, 그 사회 속에서 재벌인 자신은 더 챙겨야 할 이들이 늘었다는 한탄이다. 현재 지탄받고 있는 정경유착과 재벌가의 비뚤어진 시선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사진제공=SLL 래몽래인, 재벌집막내아들문화산업전문회사사진제공=SLL 래몽래인, 재벌집막내아들문화산업전문회사
#"내한테 없는 게 니한테 있어야 그게 거래다"

어린 진도준은 할아버지 진양철에게 거래를 제안한다. 이런 손자를 귀엽게 바라보던 진양철은 "내한테 없는 게 니한테 있어야 그게 거래"라며 "내가 없는 게 있을 거 같드나?"라고 되묻는다. 애초에 둘 사이에 거래라는 것은 존재할 수 없다는 단언이다. 이에 진도준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라면서 "순양가에선 아무도 갖지 못한 것을 가져다 드리겠다. 대한민국 최고학부 서울 법대 합격증"이라고 말한다. 진양철은 이 거래 제안에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당연히 거래는 성사됐다. 진도준이 제안한 것은 실제 순양가 누구도 갖지 못한 성공의 증거이기 때문이다. 진양철은 그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아는 장사치다.

#"내한테 반기드는 위인은 내 용서한 적이 없다."

진양철은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빈손으로 시작해 순양가를 일궜다. 그래서 자식이라고 봐주는 법이 없다. 은근한 욕심을 드러내는 고명딸 진화영에게는 "니는 진양철이 고명딸로 살아라"라고 말한다. 쓸데없는 욕심부리지 말고 지금에 만족하고 살라는 의미다. 이것이 바로 진양철이 살아가는 방법이다. 그는 진도준에게 이렇게 말한다. "도준이 니, 내가 우예 이 자리까지 온지 아나? 내한테 반기드는 위인은 내 용서한 적이 없다. 그기 내 피를 나눈 형제 자식이라 캐도." 이 기조는 쉽게 변하지 않는다. 장자상속원칙을 고수하던 진양철은 애지중지하는 장손자 진성준이 사업권을 빼앗기고, 몰래 땅투기하려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손자의 결혼식에서 그를 지방 공장으로 좌천시키는 결정을 내린다.

사진제공=SLL, 래몽래인, 재벌집막내아들문화산업전문회사사진제공=SLL, 래몽래인, 재벌집막내아들문화산업전문회사
#"장사꾼이 이문 앞에서 부모 형제, 삼강오륜 다 따지가 우예 돈을 벌겠노"

진양철의 이같은 돈에 대한 철학은 자신에게도 충실히 적용된다. 순양그룹은 한도제철을 인수하기 위해 뛰어들고, 라이벌 그룹인 대영그룹도 그 경쟁에 참여하며 인수 금액이 천정부지 솟는다. 자금난에 허덕이는 것으로 알고 있던 대영그룹의 돈줄은 다름 아닌 진양철의 둘째 아들인 진동기였다. 장자상속을 고수하는 진양철이 큰아들 진영기에게 힘을 실어주자 진동기가 이같은 전략을 몰래 펼친 것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후 이항재는 "진동기를 부르겠다"고 한다. 하지만 진양철은 씁쓸하게 웃으며 이렇게 말한다. "장사꾼이다 글마. 장사꾼이 이문 앞에서 부모 형제, 삼강오륜 다 따지가 우예 돈을 벌겠노." 돈을 벌겠다고 덤비는 장사꾼의 논리는 핏줄마저 지울 수 있다는 게, 돈을 대하는 그의 신념이다.

#"‘운이 좋은 아’인지 ‘눈이 좋은 아’인지 보자"

진양철은 어느 순간부터 막내 손자인 진도준이 눈에 들어온다. 노태우를 시작으로 모든 대선주자를 후원하라고 조언하고, KAL기 폭발 사고에서 진양철을 구한 진도준의 혜안이 놀랍다. 게다가 진도준은 퀴즈를 맞힌 대가로 할아버지에게 분당 땅 5만 평을 받는다. 진양철은 "옹기나 짓던 곳"이라고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신도시 계획이 발표되며 진도준은 단숨에 240억 원을 번다. 그러자 진양철은 흡족해하면서도 "어디 돈이 주인 나이 봐가 붙는다 카드나, ‘운이 좋은 아’인지 ‘눈이 좋은 아’인지 보자"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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