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의 매파적 스탠스는 중요하지 않다…이제는 데이터다[오미주]

머니투데이 권성희 기자 2022.12.15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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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오미주'는 '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의 줄인 말입니다. 주가에 영향을 미칠 만한 이벤트나 애널리스트들의 언급이 많았던 주식을 뉴욕 증시 개장 전에 정리합니다.

미국 연준(연방준비제도)이 14일(현지시간)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 회의에서 금리를 예상대로 0.5%포인트 인상했다.

금리 인상폭은 0.75%포인트에서 낮아졌지만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성명서와 연준 인사들의 금리 전망치,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기자회견은 모두 매파적이었다.

이에 따라 FOMC 결과가 나오기 전에 상승하던 미국 증시는 하락 마감했다. 다만 낙폭은 3대 지수 모두 1%를 넘지 않았다.



일각에선 이날 FOMC 결과가 매파적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리 매파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현재로선 연준이 긴축 스탠스를 강하게 고수할 수 밖에 없지만 결국 향후 행보는 인플레이션에 달렸다는 지적이다.



연준의 매파적 스탠스는 중요하지 않다…이제는 데이터다[오미주]


매파적으로 해석된 이유①
이날 FOMC 결과가 매파적으로 읽힌 이유는 3가지 때문이었다.

첫째, FOMC 결과를 담은 성명서의 문구가 지난 11월 FOMC 때와 사실상 동일했다.

일각에서는 "목표 금리 범위의 지속적인 인상이 적절하다"는 성명서 문구에서 '지속적인'(ongoing)이란 표현이 바뀔 수 있다는 관측이 있었다.


긴축 사이클이 끝을 향해 가고 있는 만큼 종결 시점이 열려 있는 '지속적인' 같은 표현보다는 '몇 번의 추가적인' 같이 좀더 한정적인 단어를 사용할 수 있다는 예상이었다.

하지만 이 문구는 표현이 바뀌지 않은 채 그대로 포함됐다. 이는 금리 인상의 끝이 가까워졌다는 인상을 주지 않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성명서에 지난 10월과 11월 소비자 물가지수(CPI)가 예상치를 하회하며 인플레이션에서 진전이 있었다는 점이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는 점도 매파적으로 해석됐다.

CNBC에 따르면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마크 카바나는 "성명서에 최근의 인플레이션 하락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는 것은 연준이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너무 높다고 인식하고 있으며 여전히 매파적이란 점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애파적으로 해석된 이유②
연준의 매파적 스탠스는 중요하지 않다…이제는 데이터다[오미주]
둘째, 연준 인사들의 금리 및 인플레이션 전망치가 높아졌다.

이번 FOMC에서는 매 분기마다 발표되는 연준 인사들의 경제 전망 요약(SEP: Summary of Economic Projections)이 발표됐다.

연준 인사 각각의 금리 전망치를 점으로 찍어 표시한 금리 전망 점도표에 따르면 19명의 연준 인사들이 예상한 내년 금리 중간값은 5.1%였다. 목표 금리 범위로는 5~5.25%를 뜻한다.

이는 지난 9월 연준 인사들의 전망치 중간값이었던 4.6%보다 높아진 것이다.

연준 인사 19명 중 10명이 내년에 금리가 5~5.25% 수준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5명은 5.25~5.5%, 2명은 5.5~5.75%를 최고 금리로 예상했다. 반면 내년에 금리가 4.75~5%까지만 오를 것으로 예상한 비둘기파는 2명뿐이었다.

최고 금리 5~5.25%는 현재 시장의 기대와 거의 일치하는 것이다. 하지만 냇웨스트의 전략가들은 논평을 통해 "단 2명의 연준 인사만 최고 금리를 5% 이하로 예상했다"며 "연준에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매파적"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0.5%포인트의 금리 인상으로 연방기금 금리는 4.25~4.5%가 됐다. 연준 위원들 대다수의 전망대로 금리가 5~5.25%까지 오른다면 0.75%포인트가 남았다. 0.25%포인트씩 인상된다면 금리가 향후 3번 더 올라간다는 뜻이다.

2024년 금리 전망치는 중간값이 4.1%였다. 연준 위원 7명이 2024년 금리를 4~4.25%로 예상했다. 7명은 2024년에도 금리를 지금보다 높은 4.5% 위로 유지해야 한다고 봤다. 4% 미만을 예상한 비둘기파는 5명이었다.

인플레이션 전망치도 높아졌다. 연준 위원들은 변동성이 심한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인플레이션이 내년에 3.5%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 9월 전망치의 중간값인 3.1%보다 높아진 것이다.

근원 PCE 인플레이션은 2024년에도 2.5%를 유지하다 2025년에 2.1%로 떨어져 연준의 목표치 2%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됐다.

매파적으로 해석된 이유③
제롬 파월 연준 의장제롬 파월 연준 의장
셋째,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내년 통화 완화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는 "우리는 많은 기반을 닦았고 급격한 긴축의 효과는 아직 전면적으로 느껴지지 않고 있다"며 "우리는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았다"고 말했다.

또 연준 위원들의 금리 전망치에 대해 "우리가 전망치를 다시 올리지 않을 것이라고 확실하게 말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내년 금리 인하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2%를 향해 내려간다는 확신이 생길 때까지 금리 인하를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며 19명의 연준 인사 중 내년에 금리 인하를 예상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파월 의장은 지난 10월과 11월 CPI가 예상보다 낮게 나온데 대해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서비스 인플레이션은 그렇게 빨리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며 "(인플레이션이) 우리가 원하는 수준에 도달하려면 금리를 더 높게 올려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FOMC) 참여자들은 여전히 인플레이션이 상승세 쪽으로 기울어질 리스크가 있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우리는 아직 충분히 경제 제약적인 정책 스탠스가 아니라고 판단한다"며 "성명서에 '지속적인 금리 인상이 적절하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라고 밝혔다.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를 동반한 물가 상승)이 닥치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우리의 임무는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데 있다"고 답했다. 이는 인플레이션이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면 경제가 침체에 빠져도 금리를 인하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생각만큼 매파적이지 않은 이유

이날 증시는 상승세를 유지하다 FOMC 성명서와 연준 위원들의 경제 전망 요약(SEP)이 발표된 뒤 하락했다. 그러다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 때 잠깐 반등했다.

이유는 파월 의장이 내년 1월31일~2월1일 FOMC에서 금리 인상폭을 통상적인 0.25%포인트로 낮출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파월 의장은 "이제는 금리를 얼마나 빨리 올리는지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궁극적인 금리 수준이 어디인지가 훨씬 더 중요하다"며 "어느 시점이 되면 우리의 질문은 얼마나 오래 경제 제약적인 금리 수준을 유지해야 하는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가장 중요한 문제는 속도가 아니며 이는 2월 FOMC에도 적용된다"며 "2월 (FOMC) 결정은 앞으로 나올 데이터에 근거해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스테이트 스트리트 글로벌 마켓의 수석 경제 전략가인 리 페리지는 월스트리트 저널(WSJ)에 파월 의장이 내년 2월에 금리 인상폭을 0.25%포인트로 낮출 수 있다고 시사한 것으로 해석되면서 채권시장이 반짝 랠리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그는 연준이 내년 2월 FOMC에서 금리를 0.25%포인트만 올릴지 아직 확신할 수 없다며 "경제지표가 여전히 강하면 2월에도 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LPL 파이낸셜의 이코노미스트인 제프리 로치는 CNBC에 연준은 "향후 인플레이션 경로에 대해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금리에 대해 단호하게 매파적 스탠스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연준은 금리 전망치를 계속 조정하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둔화되면 연준 인사들의 최고 금리 전망치도 낮아질 것"이라며 앞으로 통화정책 방향을 알려면 "고용시장 여건과 밀접하게 연관된 비 주택 부문의 핵심 서비스 인플레이션을 주목하라"고 밝혔다.

WSJ도 '연준의 행보는 말보다 훨씬 더 완화적일 수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인플레이션이 빠른 하락세를 지속하면 금리가 이날 발표된 연준 인사들의 전망치만큼 오르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2월만 해도 연준 인사들의 올해 금리 전망치는 0.75~1%에 불과했다. 하지만 현재 금리는 4.25~4.5%다. 이는 인플레이션 상황에 따라 연준의 정책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의미다.

연준이 더욱 매파적으로 보이려 하는 이유도 있다. 첫째는 지난해 오랫동안 인플레이션을 '일시적인 것'으로 오판했다 금리 인상 시기를 놓친데 대한 트라우마 때문이다.

둘째는 채권시장이 이미 금리 인상의 끝이 머지않았음을 예상하고 국채수익률이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리 선물시장은 연방기금 금리가 내년 상반기에 총 0.5%포인트 인상된 뒤 하반기에는 금리가 인하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연준은 파월 의장이 지난 여름부터 강조해온 대로 "데이터 의존적"인 행보를 보일 것이고 이제 중요한 것은 연준의 말보다 CPI와 고용시장 동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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