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가 풀어준 '죽음의 상인' 빅토르 부트…"우크라 더 일찍 침공했어야"

머니투데이 윤세미 기자 2022.12.14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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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 무기 거래상 빅토르 부트/AFPBBNews=뉴스1 러시아 무기 거래상 빅토르 부트/AFPBBNews=뉴스1


미국 정부가 러시아에 억류됐던 여자프로농구(WNBA) 스타 브리트니 그라이너와 맞교환한 러시아 무기 거래상 빅토르 부트(56)가 본국으로 돌아간 뒤 극우정당에 가입하며 본격적인 대외활동을 시작했다.

12일(현지시간) 뉴욕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그는 러시아의 친푸틴 성향의 극우정당인 자유민주당(LDPR)에 가입했다. 레오니드 슬루츠키 LDPR 총재는 부트에게 당원증을 수여하고 부트를 "오늘날 러시아의 영적·도덕적 토대를 위한 투쟁의 상징이 된 용감한 인물"이라고 말했다.



일각선 부트의 LDPR 가입을 두고 정계진출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러시아 언론과 정치권은 부트를 영웅으로 치켜세우고 있다. 푸틴 대통령의 측근 예브게니 프리고진 와그너그룹 설립자는 성명을 통해 "그는 결의의 상징"이라면서 "부트는 어느 정당을 이끌어도 손색이 없다. 사람들의 존경을 받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부트는 푸틴 대통령에 대한 찬사로 화답했다. 그는 지난주 '러시아 스파이' 출신 진행자인 마리아 부티나와 한 현지 매체 인터뷰에서 "내가 러시아인인 것이 자랑스럽다"라며 "푸틴은 우리의 대통령"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수감 중에도 푸틴 대통령의 사진을 보관했다고도 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선 "내가 아는 건 우리가 승리한다는 것"이라며 "왜 더 일찍 (침공을) 하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이어 자신이 필요한 기술을 보유했다면 최전선에서 싸우기 위해 자원 입대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 육군 중령 출신인 부트는 아프리카와 남미, 중동 등 분쟁 지역에서 반군 단체나 독재자 등에 무기를 팔아넘겨 '죽음의 상인'이라고 불린다. 그를 주인공으로 한 책과 영화가 나올 정도로 암흑세계에선 유명 인사다. 할리우드 배우 니콜러스 케이지가 주연한 영화 '로드오브워'의 실제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는 2008년 태국에서 살인, 불법무기 거래 등 혐의로 붙잡힌 뒤 미국에서 기소돼 2012년 징역 25년형을 선고 받고 복역했다. 러시아 군사정보 당국과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의심도 받아왔다.


왼쪽은 지난 8월 러시아서 수감 중인 미국 농구 스타 브리트니 그라이너. 오른쪽은 2008년 3월 태국 방콕에서 체포된 빅토르 부트. /AFPBBNews=뉴스1왼쪽은 지난 8월 러시아서 수감 중인 미국 농구 스타 브리트니 그라이너. 오른쪽은 2008년 3월 태국 방콕에서 체포된 빅토르 부트. /AFPBBNews=뉴스1
그러나 이번에 그라이너 석방을 위해 미국은 지난주 부트를 풀어줬다. WNBA 피닉스 머큐리 소속인 그라이너는 비시즌 기간에 러시아 농구팀 UMC 예카테린부르크에서 뛰기 위해 지난 2월 모스크바 공항을 통해 입국하다가 마약 오일이 발견돼 약물 밀반입 혐의로 징역 9년을 선고받아 러시아에 수감 중이었다.

그라이너와 부트의 맞교환을 두고 미국에선 균형이 맞지 않는 거래였다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부트 석방을 두고 "푸틴에 대한 선물이자 미국인의 생명을 위태롭게 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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