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팜, '디지털 전환' 비전 공개…8년후 글로벌 10위 제약사 도약

머니투데이 이창섭 기자 2022.12.14 13:31
글자크기

뇌전증 환자 발작 차단하는 '프로젝트 제로(Project ZERO)' 본격 개발
내년 CES 2023에서 웨어러블 기기 5종 시제품 공개

황선관 SK바이오팜 R&D 혁신본부장이 14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CES 2023' 사전 설명회에서 발표하고 있다./사진=이창섭 기자.황선관 SK바이오팜 R&D 혁신본부장이 14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CES 2023' 사전 설명회에서 발표하고 있다./사진=이창섭 기자.


SK바이오팜 (78,300원 ▼100 -0.13%)이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 비전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디지털 대전환으로 2030년 글로벌 10위권 헬스케어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 시작으로 뇌전증 환자 발작의 원천 차단을 추구하는 '프로젝트 제로(Project ZERO)'를 본격 가동한다. SK바이오팜이 개발한 신약 '세노바메이트'와의 시너지로 뇌전증 분야에서 게임체인저가 된다는 목표를 세웠다. 내년 1월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2023'에서 이와 관련된 5종의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내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하는 CES 2023 참가를 앞둔 SK바이오팜은 14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 로드맵과 비전을 소개하는 사전 설명회를 열었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황선관 SK바이오팜 R&D 혁신본부장은 "최근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가 단일 혁신 신약으로는 국내 제약사 최초로 1억달러 수출의 탑을 쌓았다"며 "SK바이오팜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2030년 글로벌 톱텐(TOP 10) 기업으로 도약하고자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로 사업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SK바이오팜이 처음으로 선보일 디지털 치료제는 '프로젝트 제로(Project ZERO)'다. 뇌전증 환자의 발작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미에서 '제로'라는 이름이 붙었다. 프로젝트 제로는 뇌전증 환자의 발작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웨어러블 디바이스와 이와 연동된 애플리케이션(앱),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하는 인공지능(AI)으로 이뤄진다.



웨어러블 기기가 환자의 뇌파·심전도를 수집하면 이를 AI가 분석한다. 분석 결과, 발작 발생 가능성이 높다면 앱 알림 기능으로 환자에게 사전에 조치하도록 한다. 또한 이렇게 수집된 데이터는 의료진에게 전달돼 환자 처방에 도움을 제공한다.

CES 2023에서 선보일 웨어러블 디바이스 5종은 '제로 글래스', '제로 와이어드', '제로 헤드밴드', '제로 이어버드', '제로 헤드셋'이다. 이 중 제로 글래스와 제로 와이어드는 국내 제약사 최초로 CES 2023 혁신상을 받았다.

황 본부장은 "뇌전증 환자의 30%가 약을 먹고, 수술해도 병이 통제되지 않는다"며 "매해 뇌전증 환자 1000명 중 2.3명에서 많게는 9명까지 사망한다. 여전히 미충족 의료 수요가 많은, 가야 할 길이 먼 질병이다"고 말했다.
황선관 SK바이오팜 R&D 혁신본부장이 14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CES 2023' 사전 설명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스크린 속 제품은 뇌전증 감지 웨어러블 기기인 '제로 글래스'/사진=이창섭 기자.황선관 SK바이오팜 R&D 혁신본부장이 14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CES 2023' 사전 설명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스크린 속 제품은 뇌전증 감지 웨어러블 기기인 '제로 글래스'/사진=이창섭 기자.
첫 디지털 치료제 분야가 '뇌전증'인 이유는 SK바이오팜의 신약 세노바메이트와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다.


치료제와 디지털 기기가 결합해 시너지가 발생한 사례는 당뇨병에서 찾아볼 수 있다. 애보트의 연속혈당측정기 '리브레'가 대표적이다. 리브레는 혈당 자동 측정으로 당뇨 환자 입원율을 67%나 감소시켰다. 올해 예상 매출은 40억달러(약 5조원), 2028년에는 그 두 배인 80억달러(약 10조3000억원)가 기대된다.

황 본부장은 "디지털 기기가 앱과 융합됐을 때 어떤 임팩트를 주고 시장을 만들어 나가는지 보여주는 사례이다"며 "SK바이오팜도 뇌전증 환자 관리에서 '게임체인저'로 가려면 치료제 세노바메이트에 센서와 앱을 연동하는 디지털 전환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웨어러블 기기의 시판 허가를 위한 임상 시험은 내년부터 국내에서 시작될 예정이다. 의료 기기 임상 시험 기간은 신약보다 짧기 때문에 제품 출시까지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게 회사 설명이다.

SK바이오팜은 뇌전증에서 시작해 조현병, 알츠하이머 등 다양한 신경질환과 종양 분야까지 디지털 치료제를 선보일 예정이다. 궁극적으로 종합 헬스케어 솔루션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게 장기적인 비전이다.

황 본부장은 "글로벌 제약사 중에서도 아직 디지털 치료제를 출시한 회사가 없다"며 "크다고 빨리하는 게 아니다. 혁신은 작을수록 빨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제약사이기 때문에 AI 등 IT 기술 경험이 적지만, SK텔레콤과 SKC&C 등 훌륭한 멤버사들이 있기 때문에 이들과 협업해 도움받아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