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이 안 읽히는 시대에 읽히는 책이 되려면 조건이 몇 개 있는데 일단 ‘재미있어 주는 것’이 독자에 대한 예의다. 김종훈의 『한국사 로드 1』(선사시대부터 남북국시대까지)은 재미가 있다. 역사문화유산을 소재로 쓴 책 중 발군의 인기를 끈 책은 단연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다. 유홍준은 미학, 미술사학, 동양철학을 공부한 미술평론가다. 미술사학자의 쉽고 재미있는 심미적 문화유산 해설이 누구에게라도 술술 읽힌 탓이다.
자, 경기도 연천 전곡리 선사유적지로 가보자. 걷기 좋은 길로 손꼽히는 ‘한탄강 주상절리길과 잔도길’이 있는 이곳에 전곡선사박물관이 있다. 이곳은 돌을 깨 만든 돌도끼, 돌칼 등 초기 구석기 시대 유물의 보고다. 강변을 아무렇게나 구르는, ‘양쪽 면이 뾰족하고 날카로운 돌멩이’가 미국 하버드대 모비우스 교수의 학설을 뒤집는 주먹도끼임을 알아본 사람은 미군에 입대해 동두천에서 근무하던 고고학도 그렉 보웬이었다.
공주의 백제 무령왕릉 발견도 우리나라 고고학의 최대 사건으로 평가받는다. 1971년 장마를 대비해 배수로 공사를 하는 도중 인부의 삽이 돌에 걸리면서 1500년 동안 숨어 있던 무령왕릉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곳 역시 한성백제에 이어 웅진백제 시대를 열었던 공산성이 있는데 백제왕궁의 유적, 유물이 지금도 계속 발굴되고 있다.
『한국사 로드 1』은 전곡리의 구석기 시대부터 고조선, 부여, 가야, 삼국시대가 남긴 유적과 유물을 다뤘다. 저자는 제5부 ‘남북국시대, 두 나라가 공존했다’의 마지막 탐방을 발해에서 마친다. 조선 정조 때 ‘통일신라시대’가 아닌 ‘남북국시대’라고 명명했던 『발해고』 저자 유득공의 웅장한 역사의식을 만주땅이 아닌 국립중앙박물관 발해실에서 달래야 하는 아쉬움을 남긴다.
『한국사 로드 1』를 읽다 보면 우리가 살고 있는 한반도는 집밖에 나서기만 하면 사방팔방이 역사유물유적지임을 실감하게 된다. ‘역사덕후’가 십 년을 돌아도 부족할 정도니 비행기 타고 멀리 떠날 이유가 없다. 한국사능력검정시험 요점도 정리가 돼 있어 부모가 읽은 후 자녀에게 넘기면 책값은 충분히 빠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