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톱 수준의 제련업 기술력은 2차전지 소재와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과도 연관된다. 제련사업을 통해 구축해온 글로벌 광산사업자와의 파트너십은 원료광물의 안정적 확보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그동안 아연과 연을 다루면서 익혀온 건·습식 제련기술은 자원 회수 기술로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원이 적은 우리나라에서 그동안 고려아연이 기초 소재산업의 밑거름 역할을 해왔듯 향후 신사업을 통해서도 우리나라 산업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겠다는 포부도 신사업 계획 저변에 깔렸다.
자원순환 사업은 추진 기반 마련을 위해 세계 최대 전자폐기물 시장인 미국과 유럽에서 리사이클 거점을 확보하고 있는 전자폐기물 리사이클 기업인 이그니오를 100% 자회사로 인수했다. 더불어 이그니오가 수거할 전자폐기물을 활용하는 100% 리사이클 동박 생산을 위한 '자원순환 밸류체인' 구축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신성장동력에 힘쏟기 위해서는 실적도 안정적으로 가져가는게 중요한데 시장 전망은 일단 긍정적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고려아연은 11조1385억원의 매출액을 달성해 첫 매출 10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영업이익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조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김윤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말 보고서를 통해 "2023년 연간실적은 2022년 대비 둔화되겠으나 주가의 중요 요인은 동박, 전구체, 리사이클링 등 신성장 사업의 본격화"라며 "2023년 본업의 경우 아연 가격 조정이 전망되나 금, 은 등 귀금속 가격 강세가 이를 상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에서는 고려아연이 창업에 함께했던 영풍그룹과의 지분 정리가 향후 풀어나가야 할 숙제로 손꼽힌다. 고려아연은 고(故) 장병희, 고(故) 최기호 창업주가 동업해 설립했으며 현재도 영풍그룹 계열로 분류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기준 고려아연의 최대주주는 영풍으로 지분율이 26.11%다.
특히 영풍 계열인 코리아써키트와 에이치씨가 지난 8월 고려아연 주식을 장내매수했다고 공시해 다양한 해석을 나왔다. 고려아연이 한화그룹 계열인 '한화H2에너지USA'를 대상으로 3자 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한 뒤에 나온 공시로 영풍과 고려아연이 사업방향을 두고 이견이 있으며, 지분경쟁에 돌입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고려아연이 백기사를 확보해 영풍과의 계열 분리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