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승진···수소·전지·리사이클링 들고 3세 시대 개막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2022.12.13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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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출신 이력·거치는 곳마다 최대 실적으로 경영 능력 입증·사람과 현장 중시···입사 15년 만에 회장 '승진'

/사진=고려아연/사진=고려아연


"친환경 경영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은 모든 기업의 의무이자 기회다. 지난 50년간 고려아연이 쌓아온 독보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국과 전세계에 있는 트로이카 드라이버들과 함께 지속가능한 미래에 기여하는 고려아연을 만들어 가겠다."



최윤범 고려아연 신임 회장이 13일 이같이 강조했다. 고려아연은 이날 이사회를 열어 최 부회장의 회장 승진을 의결했다. 이로써 2024년 창립 50주년을 앞둔 고려아연은 경영 2세 시대 막을 내리고 40대 젊은 리더이자 오너 3세 경영인을 맞아 새 반 세기를 준비에 나선다.

최 회장은 1975년생으로 최창걸 고려아연 명예회장과 유중근 전 대한적십자사 총재 사이 차남으로 태어났다. 미국 애머스트대에서 수학과 영문학을 복수 전공했고 컬럼비아대 로스쿨(JD)을 졸업했다.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후 미국 최고 법무법인 중 한 곳으로 꼽히는 크라벳, 스웨인&무어(Cravath, Swaine & Moore LLP)에서 M&A 전문변호사로 활동했다.



최 회장은 2007년 고려아연에 입사해 온산제련소 경영지원본부장(이사)을 맡은 뒤 2010년에는 페루 현지법인 사장, 2012년 본사 전략기획 부사장, 2014년 호주 아연제련소 선메탈(SMC) 사장 등을 거쳐 2019년 본사 대표이사 사장을 맡았다. 2020년 말 인사에서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승진한데 이어 올해 12월 2년 만에 회장에 올랐다.

고려아연은 최기호 창업주가 1974년 설립했다. 이후 고려아연은 2세들이 형제경영을 해왔으며 최창근 고려아연 회장은 최 창업주의 3남으로 이번에 명예회장이 돼 조카인 최 회장에게 길을 터준다. 최 신임 회장의 부친은 창업주의 장남인 최창걸 명예회장이다.

최 신임 회장이 2019년 고려아연 대표이사 사장으로, 2020년 부회장으로, 다시 2022년 회장으로 초고속 승진한 데는 최대 실적을 이끔과 동시에 미래 비전을 그리는 등 경영자로서의 능력을 충분히 입증했다는 평가다.


특히 최 회장은 2014년 고려아연의 호주 아연제련소인 SMC 사장 재임 시절 기술 개발과 공정 개선에 주력해 해당 법인을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시킨 데 이어 2018년에는 사상 최대 영업이익인 7000만달러(약 937억원)를 기록, 기업가치를 높였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최 회장은 SMC에서 물류사업을 만들어 호주 운송업에도 진출, 사업적 규모를 확대시켰다"며 "이 과정에서 시멘트와 정광을 동시 운송할 수 있는 트럭을 직접 고안했는데 이는 최 회장의 사업적 집념과 감각이 돋보이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고려아연 대표가 된 뒤에도 팬데믹 위기에도 불구하고 3년 연속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지난해에는 매출액 9조9768억원, 영업이익은 1조961억원으로 창사 이래 사상 최대 실적일 뿐만 아니라 첫 영업이익 '1조 클럽'에 진입했다. 물류 효율화, 원가절감을 위한 투자, 안전보건시스템 보완 등 전략이 빛을 발했다.

고려아연은 현재 태생인 비철금속 제련기업이란 업종에 국한하지 않고 신재생에너지 및 그린수소, 2차 전지 소재, 리사이클링을 통한 자원순환 사업 등 '트로이카 드라이브' 3대 신사업에 힘 줘 퀀텀점프를 노린다.

최 회장의 글로벌 감각도 미래 사업에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다. 최 회장은 서구에서 불어온 친환경 흐름을 일찌감치 읽어 호주 SMC 필요 전력 상당부분을 실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했으며 2020년 전세계 대형 제련소 중 최초로 RE100에 가입을 선언했다. 현재 국내외 다양한 파트너사들과 그린수소·배터리 파트너십을 맺고 있고 올해 5월에는 스페인에서 열린 그린수소 글로벌 총회에 나서 글로벌 그린수소 시장 활성화 요인 및 전략에 대한 통찰을 공유했다. (관련기사:[단독]최윤범 고려아연 부회장, 수소 연설문 들고 스페인 무대 선다)

최 회장은 현장과 사람을 누구보다 중시하는 경영인으로 평가된다. '회사의 자산은 결국 사람'이라는 지론을 갖고 있다. 직원들에게 자필 서명을 담은 전체 이메일을 발송하거나 신년사, 창립기념사와 같은 연설문은 매해 직접 쓴다. 2010년 페루 광산 개발 현지법인 사장을 맡았을 당시에도 직원들과 어울려 테니스를 즐겼고 페루 현지 근무 당시 광산인근 주민들에게 납치를 당할 뻔한 위험도 겪은 일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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