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美 IRA 설득 총력전…화답한 백악관 "상호이해 도달 확신"

머니투데이 정한결 기자, 박가영 기자 2022.12.14 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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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뉴스1) 박세연 기자 =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오른쪽부터), 윤관석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 최형두 국회의원이 4일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전기차 보조금 협의를 위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하고 있다.   윤관석 위원장과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간사, 최형두 의원,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으로 구성된 IRA 정부·국회 협상팀은 이날부터 3박5일 일정으로 위싱턴DC를 방문해 미국 행정부 및 상·하원 의원 등 IRA 관계자들을 만날 예정이다. 2022.12.4/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인천공항=뉴스1) 박세연 기자 =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오른쪽부터), 윤관석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 최형두 국회의원이 4일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전기차 보조금 협의를 위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하고 있다. 윤관석 위원장과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간사, 최형두 의원,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으로 구성된 IRA 정부·국회 협상팀은 이날부터 3박5일 일정으로 위싱턴DC를 방문해 미국 행정부 및 상·하원 의원 등 IRA 관계자들을 만날 예정이다. 2022.12.4/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부가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한국 기업들이 최대의 인센티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총력전에 나섰다. 동시에 법 개정을 위해 설득에 나서는 등 '투트랙' 전략을 펼치면서 백악관과 미국 의회를 비롯해 현대자동차 등 국내 기업으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美 재무부 가이던스에 한국 입장 반영 요청…"3년 유예 달라"
14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 윤관석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정부·국회 합동 대표단은 지난주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해 IRA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은 "앞으로도 IRA 가이던스에 우리측 의견이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해나가는 동시에 업계와의 긴밀한 소통을 통해 IRA 내 다양한 인센티브 혜택을 극대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11일에는 이도훈 외교부 2차관도 한미 고위급 경제협의회(SED) 참석을 위해 미국 워싱턴DC로 출국했다.

미국 재무부는 8월 발효된 IRA의 세부 규정을 명확히 하기 위한 가이던스를 수립 중이다. 지난 11월 초와 이달 초 두차례에 걸쳐 각 부문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쳤고, 올해 말 이를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는 자동차·배터리·소재·에너지·철강 등 관련 업계 간담회, 통상 전문가·법조계 자문 등 의견 수렴을 거쳐 친환경차 세액공제 이행에 3년의 유예기간 부여, 상업용 친환경차 범위 확대, 배터리 요건 구체화 등을 담은 의견서를 두 차례에 걸쳐 제출했다.

특히 미국 내 생산 조건이 적용되지 않는 '상업용 친환경차 세액공제'를 한국 기업들이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상업용 친환경차'의 범위를 확대하고, 집중적인 세액공제를 제공해 줄 것을 요청했다.

산업계 관계자는 "일단 상하원을 통과해 발효된 법안을 개정하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장기적인 시각을 가지고 미국 정부와 의회를 설득해야 성과를 거둘 수 있다"며 "지금은 재무부의 가이던스에 집중해 한국 기업들이 최대한의 혜택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성과 내는 총력전…美 상·하원, IRA 개정안 발의
정부는 미국 정부에 법 개정 및 행정조치도 요구 중이다. 지난 8월 IRA 발표 직후 모든 채널을 가동해 선제적으로 나섰으며, 미국 상무부 면담을 비롯해 미국무역대표부(USRT)에 서한을 보내 한국산 전기차가 세제혜택 대상국에 포함될 수 있도록 요청했다. 법안 발효 직후부터는 국내 경제와 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미국 정관계 설득에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산업부 장관, 통상교섭본부장, 외교부 장관 등이 직접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해리스 부통령, 행정부 관료들과 의회 의원들을 만나 한국차에 대한 차별적 조항을 수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력하게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국회도 적극 나섰다. 지난 8월 말에는 여야 국회의원단이 미국을 방문해 우려를 전달했고, 9월 1일에는 국회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기반한 미국의 한국산 전기차 세제 지원 촉구 결의안'을 초당적으로 가결시켰다.

결국 정부는 지난 9월 초 미국 정부와 한미정부협상단 채널을 구축하기로 합의하고, 같은 달 16일부터 한미 정부 협상단 실무협의체를 가동시켰다. 지난 11월 4일 미국과의 첫 협의를 시작한 EU(유럽연합)보다 발빠른 행보다.

정부와 국회, 현대자동차 등 한국기업들이 힘을 합치면서 미국 상·하원에서 친환경 자동차 세액 공제 3년 유예를 골자로 하는 법 개정 발의도 이끌어냈다. 라파엘 워녹 조지아주 민주당 상원의원은 9월 말 IRA의 친환경 자동차보조금 지급 관련 조항 적용을 3년 유예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으며, 지난 11월에는 민주당 소속 앨라배마주 테리 스웰 하원의원을 중심으로 같은 내용의 법안이 하원에서도 나왔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올해 내 법 개정은 힘들 수 있지만, 중간선거 및 레임덕 의회라는 정치적인 제약 속에서 한국정부와 기업이 협력해 미국 의회에서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차별을 해소하는 수정 법안 발의를 이끌어냈다는 점은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백악관도 "건설적인 대화" 화답…장재훈 현대차 사장 "정부 노력에 감사"
(워싱턴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12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IRA과 관련해 "양국의 경제적 이익을 모두 고려할 수 있는 이해의 장에 도달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밝히고 있다.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워싱턴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12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IRA과 관련해 "양국의 경제적 이익을 모두 고려할 수 있는 이해의 장에 도달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밝히고 있다.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백악관도 한국과 대화를 통해 해결방안을 찾겠다고 화답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양국 정상을 포함해 다양한 레벨에서 건설적인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며 "특히 전기차 관련 조항을 두고 한국과 IRA에 대해 광범위하게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설리번 보좌관은 "미국 노동자와 기업, 그리고 다른 동맹과 한국의 경제적 이익과 요구를 입증할 장기적인 접근법을 결국 찾게 되리라고 믿는다"면서 "양국 간 경제적 이익이 고려되는 상호 이해의 지점에 도달할 수 있으리라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IRA를 두고 "크고 복잡한 법안"이라며 "모든 문제가 하루나 한 주, 한 달 내에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장기적인 접근 방식을 취하겠다는 것이다.

외신들도 한국 정부의 상업용 친환경차 관련 요구에 주목하고 있다. 로이터는 지난 6일 "한국 정부는 재무부에 상업용 친환경 자동차'를 광범위하게 해석하여 우버나 리프트 등 차량공유 기업에서 사용하기 위해 구입한 렌터카, 리스 차량을 포함할 것을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미국 주요 동맹국들은 IRA에 분노하고 있다"며 "가장 반발하는 국가는 한국"이라고 주목했으며, 블룸버그 역시 "유럽과 일본 등의 전기차 제조업체들도 보조금 차별 조항에 불만을 품고 있지만, 유독 한국이 솔직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국내 기업들도 정부의 국내 기업 입장 반영 노력에 감사의 뜻을 나타냈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지난 11월 29일 열린 'IRA 대응 민·관 합동 간담회'에서 "IRA 발표 이후 정부에서 미국 행정부 및 의회 설득에 발벗고 뛰었다"며 "다른 나라보다 가장 먼저, 또한 제일 적극적으로 미국 측에 문제제기를 하고 동맹국과의 공조를 이끌어 내고 있는 것에 감사를 드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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