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경영에 진심' SK 이사회의 극한 시도, 어디까지···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2022.12.12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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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경영에 진심' SK 이사회의 극한 시도, 어디까지···


SK(주)가 컬쳐 서베이 결과를 이사회에 보고토록 한 것은 구성원의 행복도 증진을 경영진이 보다 더 진정성있게 다루도록 함과 동시에 그만큼 이사회의 기능과 역할을 더 다양화·강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SK 그룹 내 이사회는 '거수기'라는 재계의 해묵은 틀을 깬 지 이미 오래다. SK 이사회가 시도하는 변화마다 업계 이목이 쏠리고 화제가 될 정도로 국내에서는 진일보했단 평가를 받는다.



SK(주)는 2016년 사외이사로만 구성된 거버넌스위원회를 만들어 지배구조 선진화를 도모했고 2018년에는 대기업 지주사 중 처음으로 '기업지배구조헌장'을 제정하고 선임사외이사제도, 주주소통위원제도를 신설했다.

2019년 3월, 기존에 회사 대표만이 맡을 수 있었던 이사회 의장직을 외부에도 개방해 사외이사 등 등기이사 자격만 갖추면 누구나 맡을 수 있도록 했다. 현재 SK(주) 이사회 의장은 염재호 전 고려대 총장이다.



2021년에는 김선희 매일유업 CEO를 사외이사로 선임, 첫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해 이사회 다양성을 확충했다. 아울러 같은해 이찬근 전 골드만삭스 한국대표를 위원장으로 한 인사위원회, 장용석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를 위원장으로 한 ESG위원회를 신설했다.

특히 인사위원회는 주총에서 선임할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고 대표이사에 대한 평가 및 유임여부, 사내이사의 보수액 적정성 등에 관한 사항을 심의토록 했다. CEO의 핵심성과지표(KPI)를 정하고 평가하는 것은 물론 대표이사 해임이나 대표 후보 추천안까지 상정할 수 있는 그야말로 막강한 권한을 이사회에 부여한 상징적 대목으로 회자됐다.

파격 행보는 현재진행형이다.


SK는 그룹 차원에서 지난 11월 이사회 전문성과 역량 강화를 위해 사외이사 후보군 구성, 이사회 업무 지원 포털 시스템 도입, 디렉터스 서밋 개최 정례화 등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디렉터스 서밋이란 SK 사외이사들이 모여 SK 주력 사업에 관한 국내외 산업 동향과 글로벌 기업의 이사회 운영 모델을 연구, 이사회 역할을 논의하는 자리다.

이같은 조치에는 SK 이사회가 '제대로' 일하는 환경을 만듦과 동시에 사외이사진이 단순히 감시·견제하는 역할 뿐 아니라 기업가치를 함께 높여나갈 동반자로서 '집단지성'을 발휘하게 한다는 전략도 내포돼 있다. SK 이사회가 또 하나의 완벽한 독립기구로 스스로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토대를 다진 것이다.



그 일환으로 30년 넘는 통상전문가 경력을 지닌 김종훈 SK이노베이션 의장은 최근 그룹의 온라인 학습 시스템 '써니(mySUNI)'에 일일 강연자로 나서 국제 동향과 정세에 대한 의견을 구성원들과 공유하기도 했다.

SK 이사진의 끊임없는 시도 배경에는 이사회의 홀로서기를 지원하는 최태원 그룹 회장의 의지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 회장은 "이사회 역량을 강화해 독립경영이 가능한 수준으로 혁신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수치로 비교해봐도 SK 이사회의 수준은 이미 평균을 앞선다.



삼일PwC 거버넌스센터가 발간한 '2022 이사회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304개 코스피 상장사(비금융업)의 이사회 분석 결과 이사회의 사외이사 비율은 평균 50%, 여성 비율은 9%, 대표이사와 의장이 분리된 경우는 38%, 사외이사가 1회라도 교육을 제공받은 회사의 비율은 74%, 평균 교육 횟수는 2.2회였다. 이사회의 평균 회의 횟수는 11.6회, 이사회 내 위원회 갯수는 2.8개였다.

이에 비해 SK(주)는 사외이사 비중이 55.6%, 여성 비율은 11.1%다. 또 이사회 내 소위원회 갯수는 4개다. 2021년 기준 사전보고 5차례, ESG 위원회 14회, 감사위원회 7회, 인사위원회 2회, 워크쇼 및 교육 7차례, 이사회 12회가 열렸다.

이런 사정에 SK 그룹 안팎에서 SK 이사회의 다양한 시도는 '놀랍다'는 평가들을 받는다.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SK 디렉터스 서밋에 강연자로 참석해 "우리 사회에서 가장 탁월한 조직은 어쩔 수 없이 기업인데 이는 험악한 시장에서 살아 남아야 하기 때문"이라며 "이번 디렉터스 서밋에 와서 보니 기업이 드디어 변하기 시작했단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진성 한국ESG기준원 ESG평가 실장은 "최근 기업들이 이사회 역할과 책임을 강화하는 움직임이 잇따른다"며 "이사 본연의 역할인 견제와 조언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지배주주 등의 독단적 경영을 막게하고 중장기적으로 기업이 지속가능한경영을 하게 한다는 측면에서 이사회 역할 강화는 매우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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