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춘천 레고랜드 호텔 전경. /사진 제공=레고랜드
강원도 레고랜드 PF(프로젝트파이낸싱) 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 부실로 시작해 역대급 자금경색 위기를 겪은 국내 채권시장의 요즘 분위기가 이렇다. 일단 정부의 '50조원+α' 규모 유동성 지원대책이 효과를 내기 시작했고, '한전채 블랙홀' 현상이 다소 누그러지면서 '최악의 위기'는 벗어났다는 평가다.
레고랜드 사태가 부각된 10월에만 해도 증권가에선 '연말 위기론'이 대세였다. 아무리 고금리에 회사채를 발행해도 인수하는 투자자가 나서지 않았다. 돈은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는 '디폴트' 우려가 팽배했다. 대기업 회사채 미매각 사태가 속출했다. 기업들의 단기자금 조달 창구인 CP(기업어음) 금리는 49거래일 연속 오르기도 했다.
이화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와 CP 매입이 시작되고, 한국은행의 베이비스텝(0.25%포인트 금리인상)으로 분위기가 돌아서면서 초우량 등급 중심으로 신용 스프레드가 강세로 전환됐다"며 "PF ABPC와 증권 CP 금리도 상승세가 꺾이고, 그 외 단기물 금리도 하락하면서 냉각된 회사채 발행시장도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분위기는 전환됐지만 아직 채권시장 관계자들은 '겨울'이 끝나지 않았다고 입을 모은다.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것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금융조치로 채권시장이 회복할 시간을 벌었을 뿐 실물경제가 뒷받침 된 것이 아니다"라며 "'언발에 오줌' 정도로 버티면서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길 기다리는 것"이라고 이 상황을 설명했다.
이 시각 인기 뉴스
미국 FED(연방준비제도)와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이 마무리되지 않았다. 최근 한전채 발행 한도를 늘리는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햇지만 이 역시 잠시 미뤘을 뿐이다. '국채급' 신용도를 가진 한전채가 대거 시장에 풀리면 자금 블랙홀 현상이 다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신용스프레드(국고채와 AA- 등급 회사채 간 금리 격차)는 이날 오전 기준 176.8bp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기업들이 자금수요를 쉽게 채울 수 있는 시기는 아직 아니라는 뜻이다.
연말 15조7000억원 규모 증권사 CP와 17조2000억원 규모 PF ABCP 등 만기가 도래한다. 한국은행은 채권시장에 봄이 오려면 3~6개월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은행은 지난 5일 발간한 '금융·경제 이슈분석' 보고서에서 "CP 시장을 중심으로 여전히 높은 신용 경계감이 지속되고 있다"며 "향후 정책효과가 점차 가시화되겠으나 연말 자금수급 여건, 잔존 리스크, 과거 경험 등을 감안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외국인이 지난달 국내 상장채권을 7320억원치 순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외국인은 11월 중 상장채권 4조2310억원을 순매수, 3조4990억원을 만기 상환했다. 11월 말 외국인 보유 국내 상장채권은 총 232조2000억원으로 전체 상장 잔액의 9.8%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