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김건희가 지난 9월 홈구장 고척스카이돔에서 응원 차 방문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여기에 또 한 명의 익숙하지만, 아직 낯선 새 얼굴이 등장할지도 모르겠다. 2023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6번으로 지명된 신인 김건희(18)가 그 주인공이다.
다만 프로 무대는 차원이 다르다. 그걸 알기에 키움도 "투·타 겸업이 가능한 재능이라 생각한 것은 맞다"면서도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최대한 말을 아껴왔다. 지난달 강원도 원주에서 열린 키움 마무리캠프는 김건희의 투·타 겸업 가능성을 처음 확인하는 무대였다. 설종진(49) 키움 퓨처스리그팀 감독도 캠프의 주요 목적 중 하나로 김건희의 투·타 가능성을 꼽았다.
설 감독은 "타격할 때 변화구와 직구를 나눠서 치게 했다. 직구와 사람이 던지는 공은 무조건 밀어서, 변화구는 좌우 어디든 상관없으니 라인드라이브로 치라는 것이었다"면서 "그런데 밀어 치면서 우측 담장을 넘긴다. 고졸 선수가 이 정도면 A+급"이라고 칭찬했다. 이어 "아직 타격 포인트가 뒤에 잡혀 있긴 하지만, 요령은 가르치면 된다. 기본기는 잘 갖춰져 있다. 타자로서 김건희는 매 타석 긍정적인 자세와 빠른 배트 스피드다. 거기에 유연한 손목으로 밀어서 담장을 넘길 힘까지 갖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키움 김건희가 2022 원주 마무리캠프에서 피칭하고 있다./사진=키움 히어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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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퓨처스 코치진은 김건희에 대한 기대를 애써 누르고 있었다. 스카우팅 리포트에 적힌 것과 실제 모습이 다른 경우는 얼마든지 있기 때문. 하지만 김건희는 한 달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코치들의 마음을 들뜨게 했다. 설 감독은 "리포트대로 '그 정도까진 아니겠지' 했는데 막상 던지는 것을 보고 우리가 놀랐다. 근력량 등 전체적인 피지컬 면에서 A급으로 판정됐고 그러다 보니 욕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래서 관리도 좀 더 세심해졌다. 캠프 막바지에는 김건희에게 공도 방망이도 쥐여주지 않았다. 설 감독은 "오히려 더 조심하게 됐다. 욕심부리다가 다칠까 봐 걱정했다. 투·타 훈련을 같이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본인도 처음에는 힘들어하다가 끝날 무렵에는 확실히 힘들어하는 것이 우리 눈엔 보였다. 물론 본인 입으로는 지쳤다고 말하지 않더라"고 웃었다.
신인이 첫 스프링캠프를 1군에서 맞이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설 감독은 김건희에게 프리패스권을 부여했다. 그는 "마무리캠프가 끝나고 나서 홍원기 감독에게 '구단에서 방향을 정했으니 1군에 데리고 가도 될 것 같다'고 보고했다. 어차피 1군에서 쓸 자원이면 감독님과 단장님이 잘 상의해서 1군 코치진에게 보여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봤다. 가서 아직은 아니다 싶으면 내가 또 매뉴얼에 맞게 움직이면 된다. 사람마다 보는 눈을 다르겠지만, 당분간 투·타를 함께 해도 괜찮을 것 같다"고 높게 평가했다.
모두가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하지만, 수많은 재능을 육성해온 지도자는 KBO리그에도 제2의 오타니가 탄생하길 바랐다. 설 감독은 "두 개가 다 잘되면 좋은 일이다. KBO리그에서도 몇 없던 일이고 구단의 이러한 도전 자체를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한국 야구 발전을 위해서도 투·타 잠재력이 모두 있으면 도전해도 괜찮다고 보고 (김)건희의 재능은 충분하다"고 힘줘 말했다.
설종진 고양 히어로즈 감독./사진=키움 히어로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