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대입 정시모집 상담을 잘 받는 법

머니투데이 이만기 유웨이교육평가연구소장 겸 부사장 2022.12.13 02:03
글자크기
이만기 부사장이만기 부사장


지난주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표가 배부됐다. A4 규격의 종이 한 장이지만 인쇄된 숫자들의 무게는 그 어떤 쇳덩어리보다 무거웠을 것이다. 누가 그 결과에 만족했을 것인가. 아마도 대다수는 실력보다 덜 나왔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수능 직후 가채점을 통해 이미 대략은 알고 있을 본인의 성적이지만 막상 활자로 눈앞에 보이니 더욱 가슴을 짓누른다. 더군다나 가채점과 달리 수시모집 수능 최저학력기준에 미달한 경우 아쉬움과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러나 낙담하긴 이르다. 성적표는 바꿀 수 없으나 이리저리 성적을 조합하면 대학은 바꿀 수 있다. 또 컨설턴트의 도움을 받으면 한결 힘을 얻을 수도 있다. 시기가 시기인 만큼 오늘은 정시모집을 앞둔 수험생과 학부모에게 정시상담에 대비하는 3가지 팁을 주려고 한다.



첫째, 컨설턴트 상담은 꼭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받는다면 가급적 늦게 받는 것이 좋다. 즉 사전준비를 하고 있다가 수시이월인원, 변환표준점수 발표가 이뤄진 후 받으라는 뜻이다. 수시모집에서 뽑지 못하고 정시로 이월되는 인원이 적지 않고 또 주요 대학의 경우 탐구영역 과목간 유불리를 완화해주는 변환표준점수가 나와야 정확한 대학별 환산점수를 산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그것을 통해 자연계생이 인문계 모집단위로 넘어오는 소위 '문과 침공'에 대한 대학의 인식도 알 수 있다. 이 외에도 상담을 늦게 받는 것이 좋은 이유는 다른 수험생의 지원경향을 파악하기 쉽기 때문이다. 더불어 입시업체마다 경쟁적으로 서비스하는 합격진단과 모의지원의 데이터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 쌓인다. 따라서 뒤로 갈수록 프로그램의 정확도가 높아진다.

둘째, 상담 전 입시구조부터 알아야 한다. 입시상담도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다. 정시모집에서는 수능 원점수와 등급은 활용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우리 애가 몇 등급인데 어느 대학에 갈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은 처음부터 성립되지 않는다. 그런 질문을 들고 가면 컨설턴트와의 시간을 낭비하게 된다. 정시모집은 해당 모집단위의 수능반영 과목과 비율에 근거해 환산점수를 산출하고 그것의 석차순으로 선발하는 것이다. 지난해 해당 학교나 학원 전체에서 사례를 볼 때 30등이 모대학에 붙었다면 올해도 그 등수로 붙을 확률이 높다. 가장 알차게 붙는 것은 전화로 추가합격을 통보받는 소위 '전화찬스'에 해당하는 것인데 그럴 수 있도록 원서를 쓰려면 컨설턴트가 정말 대단한 예측능력이 있어야 한다. 쉽지 않다는 얘기다.



셋째, 상담에도 순서가 있다.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사교육으로 바로 상담을 받으러 오는 건 낭비다. 일단 학교 담임교사 또는 학원 담임선생님과 상담하고 시도교육청이나 지방자치단체가 하는 상담프로그램, 각 대학이 제공하는 상담프로그램에 우선 참여하기를 권한다. 이를 통해 대략 대학과 학과의 라인을 잡고 소기의 성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이때 가능하면 공교육과 사교육에서 제공하는 온라인 합격진단 프로그램의 분석보고서를 미리 담임교사에게 주고 충분한 준비 후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 온라인 합격진단 프로그램은 개인성적을 입력하면 AI(인공지능)가 알고리즘을 통해 적정 대학을 추천하고 합격 여부를 확률로 진단해준다. 물론 이는 절대적이 아니다. 전년도에도 모의지원 예측과 실제가 달라 불만이 많았다. 아무튼 그래도 상담결과가 미흡하다면 그때 사교육 컨설팅을 받으면 된다.

컨설턴트가 아무리 복잡한 데이터 통계자료로 설명해도 수험생이 듣고 싶은 것은 나의 성적, 경쟁력에 바탕을 둔 합격 확률이다. 수험생은 그에게서 필연적(必然的)인 확답을 듣고자 하지만 돌아오는 답은 개연적(蓋然的)이다. 그러니 아무리 유능한 컨설턴트도 조력자일 뿐이며 결국 결정도, 책임도 나의 몫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