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권현진 기자 = 고강도 대출규제와 금리인상 등으로 부동산 경기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청약시장 흥행불패 지역이던 서울에서도 미계약,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다. 사진은 29일 서울 강북구 수유동 ‘칸타빌 수유 팰리스'.. 2022.7.2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계약자들이 납부한 계약금에 위약금을 얹어 2배로 '배액배상'을 해줘야 함에도 이런 결정을 한 것은 침체가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해서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인천과 광양의 미분양은 각각 1666가구, 1244가구에 달한다.
눈물의 재고떨이…수분양자와 분쟁도 지금이라도 사업을 취소할 수 있는 상황이 오히려 나을 수 있다. 이미 분양 중인 단지들은 물량을 털어내기 위해 출혈 마케팅 중이다. 이미 계약금 분납제, 발코니 무료 확장, 중도금 무이자 등은 흔해졌다. 청약을 신청하기만 해도 백화점 상품권을 주거나 추첨을 통해 외제차, 가전제품 등을 제공하는 파격 혜택이 넘쳐난다.
눈물을 머금고 할인분양에 들어간 현장도 많다. 할인분양은 분양업체가 쓸 수 있는 마지막 카드로 여겨진다. 파주시 '운정 푸르지오 파크라인'은 현재 첫 공급 당시 분양가 8억원대보다 최대 2억5000만원 싸게 분양 중이다. 서울이라고 다르지 않다. 강북구 '칸타빌 수유팰리스'는 일부 타입을 최대 15% 할인해 최초 분양가보다 1억원 이상 낮은 가격에 분양 받을 수 있다. 여기에 관리비를 대납해주고 2주택 이상인 경우 취득세를 일부 지원해주겠다는 조건까지 걸었다.
상황이 이러니 호황기에 분양 받은 수분양자들은 억울하다. 작년 11월 서울 영등포구 '신길AK푸르지오' 도시형생활주택을 분양 받은 수분양자 수십명은 시행사와 건설사를 상대로 '분양대금 20% 이하, 중도금 대출 무이자'를 요구하고 나섰다. 인근 아파트가격이 분양 당시와 비교해 30% 하락한 만큼 분양가도 조정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난 5월 분양한 대구 수성구 '만촌자이르네' 계약자는 최근 모델하우스를 방문해 계약 취소 등을 요구하다 거절 당하자 의자를 던져 단지 모형을 파손하기도 했다. 이 단지 전용 84㎡ 분양가는 11억5000만원으로 고분양가 논란이 일며 대거 미분양으로 남았다.
업계 "미분양 앞으로도 빠르게 늘 것"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이달 미분양 물량 전망지수는 135.8이다. 이 지수는 공급자 입장에서 미분양 물량이 얼마나 나올지 전망하는 지표로, 주택사업을 하는 한국주택협회·대한주택건설협회 등 500곳 가량을 상대로 매달 조사한다. 100을 초과하면 미분양 물량이 증가할 것이란 의미인데, 지난 10월 122.7에서 11월 131.4, 이달 135.8로 세달째 증가세다.
권지혜 주산연 연구원은 "앞으로 청약 당첨 후 미계약, 수분양자들의 계약 취소 등으로 미분양이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거래, 금융, 세제 부분에서 신속하고 강력한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