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억 깎아줄게요" 아파트 재고떨이…위약금 주고 분양 취소도

머니투데이 이소은 기자 2022.12.12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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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커지는 미분양 공포] ①분양취소·할인분양·취득세 지원까지..그래도 "계약취소해 달라"

편집자주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이라는 둔촌주공 분양 성적표는 초라했다. '10만 청약통장' 전망까지 나왔지만 1순위 마감도 실패했다. 분양 대박 기대는 미계약 우려로 바뀌었다. 전문가들은 둔촌주공도 이 정도면 앞으로 미분양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부동산 시장의 미분양 공포와 대책을 짚어본다.

(서울=뉴스1) 권현진 기자 = 고강도 대출규제와 금리인상 등으로 부동산 경기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청약시장 흥행불패 지역이던 서울에서도 미계약,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다.  사진은 29일 서울 강북구 수유동 ‘칸타빌 수유 팰리스'.. 2022.7.2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서울=뉴스1) 권현진 기자 = 고강도 대출규제와 금리인상 등으로 부동산 경기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청약시장 흥행불패 지역이던 서울에서도 미계약,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다. 사진은 29일 서울 강북구 수유동 ‘칸타빌 수유 팰리스'.. 2022.7.2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국 미분양이 5만가구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건설사들이 분양가를 수억원 깎으며 수요자 모시기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가격 하락을 우려한 수분양자들은 되려 '계약취소'를 요구하고 나섰다. 장기 침체가 예상되면서 위약금을 물고 사업을 취소하는 현장도 나오고 있다.



계약금 2배 물어줘도 분양 미루는 게 나아
12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최근 수도권과 지방 분양 현장에서 입주자 모집공고를 취소하고 분양을 미루려는 사례가 속속 발생하고 있다. 인천 미추홀구 '서희 스타힐스 더도화'와 전남 광양 '더샵 광양 라크포엠'이다. 이들 단지는 청약이 미달된 데 이어 당첨자들조차 계약을 하지 않아 대거 미분양이 발생하자 입주자모집공고 취소를 검토 중이다.

계약자들이 납부한 계약금에 위약금을 얹어 2배로 '배액배상'을 해줘야 함에도 이런 결정을 한 것은 침체가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해서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인천과 광양의 미분양은 각각 1666가구, 1244가구에 달한다.



비단 이 지역들만의 얘기가 아니다. 전국 미분양은 10월 기준 4만7217가구로 1년 전(1만4075가구)대비 3배 이상 늘었다. 서울은 같은 기간 44가구에서 855가구로 20배 가까이 폭증했다. 미신고 물량까지 합치면 전국 미분양은 이미 6만가구에 근접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분양업계는 통상 미분양이 5만~6만가구를 넘어서면 침체기가 본격화 된 것으로 본다.

"2.5억 깎아줄게요" 아파트 재고떨이…위약금 주고 분양 취소도
눈물의 재고떨이…수분양자와 분쟁도
지금이라도 사업을 취소할 수 있는 상황이 오히려 나을 수 있다. 이미 분양 중인 단지들은 물량을 털어내기 위해 출혈 마케팅 중이다. 이미 계약금 분납제, 발코니 무료 확장, 중도금 무이자 등은 흔해졌다. 청약을 신청하기만 해도 백화점 상품권을 주거나 추첨을 통해 외제차, 가전제품 등을 제공하는 파격 혜택이 넘쳐난다.


눈물을 머금고 할인분양에 들어간 현장도 많다. 할인분양은 분양업체가 쓸 수 있는 마지막 카드로 여겨진다. 파주시 '운정 푸르지오 파크라인'은 현재 첫 공급 당시 분양가 8억원대보다 최대 2억5000만원 싸게 분양 중이다. 서울이라고 다르지 않다. 강북구 '칸타빌 수유팰리스'는 일부 타입을 최대 15% 할인해 최초 분양가보다 1억원 이상 낮은 가격에 분양 받을 수 있다. 여기에 관리비를 대납해주고 2주택 이상인 경우 취득세를 일부 지원해주겠다는 조건까지 걸었다.

상황이 이러니 호황기에 분양 받은 수분양자들은 억울하다. 작년 11월 서울 영등포구 '신길AK푸르지오' 도시형생활주택을 분양 받은 수분양자 수십명은 시행사와 건설사를 상대로 '분양대금 20% 이하, 중도금 대출 무이자'를 요구하고 나섰다. 인근 아파트가격이 분양 당시와 비교해 30% 하락한 만큼 분양가도 조정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난 5월 분양한 대구 수성구 '만촌자이르네' 계약자는 최근 모델하우스를 방문해 계약 취소 등을 요구하다 거절 당하자 의자를 던져 단지 모형을 파손하기도 했다. 이 단지 전용 84㎡ 분양가는 11억5000만원으로 고분양가 논란이 일며 대거 미분양으로 남았다.

업계 "미분양 앞으로도 빠르게 늘 것"
"2.5억 깎아줄게요" 아파트 재고떨이…위약금 주고 분양 취소도
앞으로도 미분양 물량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고금리 상황이 이어지는데다 구축 가격이 하락하면서 분양가 경쟁력도 떨어지고 있어서다. 여기에 10만 청약설이 돌았던 '둔촌주공(올림픽파크 포레온)'조차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들면서 시장에 충격을 안겼다. 서울 도심·분양가상한제·대단지, 3박자를 고루 갖춘 아파트조차 '완판'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이달 미분양 물량 전망지수는 135.8이다. 이 지수는 공급자 입장에서 미분양 물량이 얼마나 나올지 전망하는 지표로, 주택사업을 하는 한국주택협회·대한주택건설협회 등 500곳 가량을 상대로 매달 조사한다. 100을 초과하면 미분양 물량이 증가할 것이란 의미인데, 지난 10월 122.7에서 11월 131.4, 이달 135.8로 세달째 증가세다.

권지혜 주산연 연구원은 "앞으로 청약 당첨 후 미계약, 수분양자들의 계약 취소 등으로 미분양이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거래, 금융, 세제 부분에서 신속하고 강력한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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