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미국 법원은 지난 7일(현지시간) GSK와 화이자, 사노피, 베링거잉겔하임 등의 항궤양제 성분 라니티딘이 암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것과 관련된 2500건의 소송을 기각했다.
이 소송은 라니티딘이 특정 조건에서 분해돼 발암 우려 물질인 N-니트로디메틸아민(NDMA)으로 변한다는 주장에서 시작됐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019년 GSK의 잔탁(성분명 리니티딘)에서 미량이지만 NDMA가 검출됐다고 발표했고 NDMA가 검출된 일부 제품 회수명령을 내렸다. 2020년에는 모든 라니티딘 성분 의약품 판매를 중단시켰다. 이에 해당 성분을 복용한 후 암에 걸렸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소송을 제기했다.
라니티딘 파동의 충격은 컸다. 특히 국내 라니티딘 성분 1위 의약품 '알비스'를 판매하는 대웅제약이 큰 타격을 입었다. 2018년까지만 해도 연간 600억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낸 알비스는 우루사와 함께 대웅제약의 간판 의약품이었다. 하지만 2019년 연매출이 345억원으로 수직낙하했고 2020년부터 올해까지 판매 중단으로 매출은 '0'인 상태다. 간판 의약품 판매중지는 회사 전체 실적에도 영향을 줬다. 2020년 대웅제약의 매출은 1조554억원으로 전년보다 5.2% 감소했다.
때문에 국내 제약업계도 미국의 이번 판결 결과를 주목한다. 일단 긍정적 반응이 나온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라니티딘의 안전성이 법원을 통해 간접적으로 인정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웅제약은 알비스 판매 중단 후에도 한동안 라니티딘의 안전성을 검증하는 분석연구를 진행했던 것으로도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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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해당 판결이 곧바로 라니티딘의 시장 복귀로 연결될 가능성은 낮다는게 업계 중론이다. 우선 FDA가 라니티딘의 안전성에 대한 재평가를 바탕으로 미국에서 판매재개를 허가해야 국내 허가당국도 이를 토대로 관련 검증을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FDA는 이번 판결에 대한 별도의 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미국에서의 소송이 아직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이번에 기각된 소송은 2개 이상의 미국 연방지방법원에 계류 중인 민사소송을 하나의 단일 연방법원으로 합쳐 진행하는 다지구소송(MDL)이었는데, 집단소송과 달리 사건이 기각될 경우 원고는 원래 법원에서 재판을 계속할 수 있다. 원고가 추후 개별 소송을 통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셈이다.
이 같은 변수를 뚫고 라니티딘이 국내 시장에 복귀해도 예전만큼의 매출을 내기 힘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라니티딘이 판매 중단된 3년간 대웅제약의 펙수클루 등 라니티딘을 대체할 다른 기전의 동종 신약이 이미 출시된 상태"라며 "이미 라니티딘의 빈자리를 채워가고 있는 상황이어서 라니티딘이 복귀한다 해도 '명예회복' 정도의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간판 약품 알비스를 잃은 대웅제약이 역설적으로 라니티딘 퇴출 덕에 세계시장에서 자체 신약 펙수클루 입자를 넓혔다는 분석도 있다. 펙수클루는 지금까지 15개국에 기술수출됐고 누적 기술수출액은 1조원이 넘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