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대(對)베트남 투자액은 1992년 1700만달러에서 증가 흐름을 보이며 2019년 46억1200만달러(6조원)로 정점을 찍었다. 지난해에도 24억7000만달러의 투자가 이뤄졌다. 또 베트남 기획투자부가 밝힌 2022년 10월20일까지 한국의 대베트남 누적 투자 규모는 806억1200만달러로 일본(683억4600만달러), 중국(225억9600만달러)에 앞선 1위다.
대베트남 투자 규모 및 교역액에서 알 수 있듯 우리 기업들을 꾸준히 베트남 투자를 늘려오는 한편 최근 들어 양국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추세다.
효성은 2007년 베트남에 첫 진출 후 누적 35억달러를 투자해 베트남 외자기업 투자액 기준 3위에 올랐다. 베트남 전역에 약 6곳의 생산법인도 설립했다. 조현준 효성 회장은 지난 6일 푹 주석을 직접 만나 베트남을 섬유, 첨단소재, 중공업 등 전 사업 부문의 전초기지로 육성하는 한편 향후 친환경, 바이오, 소재, 신기술 등 베트남의 미래 산업 투자에 적극 나서는 방안을 논의했다.
삼성전자는 2008년부터 베트남 투자를 본격화해 박닌, 타이응웬, 호치민에 모바일 및 가전 생산 및 판매시설을 두고 있다. LG전자도 하이퐁 공장에서 가전, TV 등을 생산한다. 삼성전자는 특히 하노이 지역에 연구개발(R&D) 시설을 짓고 있어 올 연말 완공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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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도 2018년 베트남에 투자법인을 설립해 동남아 전초기지로 삼고 있다. 해당 법인은 베트남 마산그룹, 빈그룹 지분에 잇따라 투자해 우호적 관계를 강화중이다.
애플이나 구글 등 글로벌 기업들이 미중 무역갈등 불확실성, 중국의 코로나 봉쇄 정책 탓에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생산시설 이전을 선언한 데서 알 수 있듯 향후 국내 기업의 베트남행은 더 빨라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탈중국 동남아 이전은 이웃국인 일본에서 뚜렷하게 감지된다. 일본의 닛케이가 지난 11월 일본 주요 제조업체 1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기업 중 53%가 '전체 글로벌 생산에서 중국으로부터의 조달 비중을 줄일 것'이라고 답했다. 중국 의존도를 줄이는 이유에 대해 80%는 '대만 비상사태에 대한 우려'를, 67%는 '봉쇄 등 엄격한 조치'를 꼽았다. 실제로 일본 내 오피스 장비 제조업체인 오키는 2020년 이후 중국에서 프린터 생산을 하지 않는 대신 베트남 등 다른 동남아 지역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했다.
베트남의 정책 변화도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의 유인책이 되고 있다.
안병선 한국무역협회 신산업연구실 수석연구원은 "한국의 대베트남 수출입, 투자 등 규모는 수교 이후 베트남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2007년), 한국과 베트남 자유무역협정(FTA) 체결(2015년) 등을 계기로 성장해 왔다고 볼 수 있다"며 "베트남 정부 차원에서는 글로벌 500대 기업 중 50%를 베트남에 유치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최근 공급망 재편 과정을 기회로 외국인 투자 유치에도 적극 나서고 있는데다 교역품목도 다변화하고 있다는 점이 특이점"이라고 말했다.
베트남 내수 및 노동 시장 자체가 매력적이란 견해다. 국내 재계 한 관계자는 "베트남 인구가 1억 명에 달하고 젊은 층 인구가 대다수인 것 등 내수시장이 안정적이고 인건비 등 측면에서 중국 대비 원가 경쟁력도 높은편"이라며 "지정학적으로 봐도 정치적으로 안정된 공산당 체제란 점은 베트남이 앞으로 동남아 지역에서 허브 역할을 할 여지들이 많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코트라(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 따르면 중국에서 최저 임금이 가장 높은 상하이 지역의 월간 최저임금이 약 2590위안(약 50만원)인데 비해 베트남 1지역 최저 임금은 468만동(약 24만원)이다.
최근 베트남의 빠른 임금 상승세, 고숙련 노동자 부족은 베트남 투자에 대한 한계로 지적된다. 안 수석연구원은 "한국의 대베트남 기술수준별 중간재 수출 비중을 보면 고위기술 비중이 1992년 2.1%에서 올해 1~9월 누계 기준 51.0%로 높아지는 등 그 내용이 고부가가치화되고 있음은 분명하다"면서도 "최근 베트남의 인건비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고 숙련된 인력을 충분히 고용하지 못해서 현지에서 공정을 100% 운영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단 점은 제약 요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