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한강공원에 등장한 흡연부스…흡연자들은 "눈치 안 봐 좋아"

머니투데이 원동민 기자, 하수민 기자 2022.12.08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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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1시30분쯤 여의나루역 2번 출구 앞 여의도한강공원 천상의 계단 옆에 설치된 흡연부스의 모습. 지난 1일부터 운영을 시작했다. 여의도한강공원엔 해당 부스 포함 총 5개의 부스가 설치됐다. /사진=원동민 기자오후 1시30분쯤 여의나루역 2번 출구 앞 여의도한강공원 천상의 계단 옆에 설치된 흡연부스의 모습. 지난 1일부터 운영을 시작했다. 여의도한강공원엔 해당 부스 포함 총 5개의 부스가 설치됐다. /사진=원동민 기자


"담배 피우러 공원 바깥까지 나갔다 올 필요가 없어져서 좋아요."

7일 서울 지하철5호선 여의나루역 근처에 있는 여의도 한강공원 흡연부스는 삼삼오오 모여 담배를 피우는 애연가들로 붐볐다. 오모씨(28)와 최모씨(27)는 "한강변에서 놀다가도 흡연을 하려면 공원 바깥에 있는 술집 거리까지 가서 담배를 피우고 오곤 했다"며 "흡연부스가 생겨서 흡연하러 가는 시간이 단축됐다"고 했다.

서울시는 지난 1일 이곳에 흡연부스를 설치했다. 한강공원은 원래 금연구역이 아니다. 도시공원법상 공원은 2011년부터 순차적으로 금연구역이 됐지만, 한강공원은 하천법상 녹지인 까닭에 그간에도 흡연이 가능했다.



하지만 시민들이 산책이나 여가생활을 위해 찾는 공간인 만큼 흡연자들은 따가운 눈빛을 감수해야 했다. 죄를 짓는 심정으로 사람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외진 곳을 찾아 헤맸다. 주로 화장실이나 쓰레기통 근처였다.

한강사업본부는 올 연말까지 한강공원 전역에 흡연부스를 설치해 지정 구역에서만 담배를 피우도록 계도할 예정이다. 한강공원 11곳(광나루, 잠실, 뚝섬, 잠원, 반포, 이촌, 여의도, 망원, 난지, 강서, 양화)에 각 2개부터 6개까지 흡연부스 총 37개 동이 설치된다. 여의도, 뚝섬, 반포에는 각각 5개, 6개, 6개의 흡연부스가 이미 설치돼 지난 1일부터 운영되고 있다.



한강사업본부는 "한강공원 전면 금연구역화와 흡연부스 설치를 통해 간접흡연 피해를 최소화하고 쾌적한 공원 이용문화를 만들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공원을 찾은 흡연자들은 새로 설치된 흡연부스에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자전거를 타러 한강공원에 왔다가 흡연부스에 들른 배동호씨(49)는 "원래 주차장이나 사람들이 없는 곳을 찾아가서 담배를 피워야 했는데 흡연부스가 생겨서 좋다"며 "개수도 다섯 개 정도면 적당한 것 같다"고 말했다.

공원 관계자들은 "겨울인 만큼 시민들이 한강공원을 많이 찾지 않아 흡연부스의 효용에 관해서는 아직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봄이나 여름에는 간접흡연으로 인한 민원이 종종 들어온다. 일하는 입장에서는 그런 경우 흡연부스로 안내하면 되니까 한결 편해질 듯하다"고 했다.


다만 흡연부스가 멀리 있어 오가기 불편할 것 같다는 시민도 있었다. 60대 남성 A씨는 "한강변에서 놀던 사람들이 굳이 몇 분씩 걸어서 흡연부스까지 오진 않을 것 같다"며 "밤에는 그냥 놀던 곳에서 피우고 말지 않겠느냐"고 의견을 밝혔다.

서울시는 내년까지 조례를 개정해 한강공원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할 계획이다. 한강공원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려는 움직임은 2015년에도 있었지만 흡연자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한강사업본부는 이번 사업을 추진하기 전인 지난 8월 서울시민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 90.8%가 금연구역 지정에 동의했다. 금연구역 지정방식으로는 '전체를 금연구역을 지정하고 일부 흡연구역을 별도로 지정'하는 것에 61.2%가 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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