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 없이 AI가 추천하는 네이버 '패션타운'...업계는 '글쎄'

머니투데이 정인지 기자 2022.12.12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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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타운 캡쳐/패션타운 캡쳐


네이버가 온라인 패션 쇼핑 플랫폼 '패션타운'을 출시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큰 반향을 얻지 못하고 있다. MZ세대가 선호하는 신명품,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를 입점시켜 판매하는 형태가 아니라 패션 관련 상품을 한 곳에 묶어 소비자들이 상품을 검색하거나 AI(인공지능)를 통해 추천해주는 방식이어서다. 일부 브랜드들은 저가의 소호몰 상품과 함께 묶인다는 점에 브랜드 이미지 하락을 우려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지난 11월9일 백화점, 아울렛 등 각각의 윈도로 운영되던 패션 쇼핑 서비스를 통합해 '패션타운'을 열었다. 지난달 말에는 버추얼휴먼 '모아(MOA)'를 활용한 패션타운 광고도 선보였다. 모아가 패션타운의 세부 카테고리인 △백화점 △아울렛 △소호&스트릿 △브랜드직영몰 △디자이너를 돌아보며 옷을 갈아입는 형식이다. 모아는 네이버 자회사 스노우 산하 AI 버츄얼휴먼 전문회사인 슈퍼랩스가 제작했다.



현재 패션 플랫폼은 대형 브랜드와 디자이너 브랜드 중심의 무신사(29CM), W컨셉과 소호몰 중심의 지그재그, 에이블리로 양분돼 있다. 네이버의 '패션타운'은 이를 모두 통합한 형태다. 300만원짜리 백화점 브랜드 밍크코트와 5만원대의 소호 페이크퍼 밍크코트가 함께 판매되는 셈이다. 상품을 소싱하고 브랜드와 기획전을 조율해 패션 플랫폼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하는 MD(상품기획자)도 없다. 네이버는 '클로바 MD'가 적용된 상품 추천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클로바MD는 AI가 고객 구매 의도를 파악, 상품을 전시하고 추천해주는 기능이다. 네이버에 로그인을 하면 고객이 주로 찾는 상품이나 검색어, 연령, 성별 등을 기준으로 패션 상품을 추천해준다. 네이버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관심사와 취향을 분석해 보다 적합한 상품을 제시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MD가 없는 패션플랫폼에 회의적이다. 현재 패션 브랜드가 플랫폼을 고를 때 기준은 MD가 기획전, 룩북 등을 통해 브랜드를 얼마나 돋보이게 해 줄 수 있느냐인데 이 점에서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는 것이다. 한 대형 브랜드 관계자는 "판매 채널이 늘어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자사 브랜드가 전시된 수많은 브랜드 중 하나가 된다면 브랜드력이 오히려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유행을 이끄는 패션 고관여자들은 추천보다는 자신의 선택을 더 중요시 한다는 점도 걸림돌로 꼽힌다. 또 다른 브랜드 관계자는 "패션플랫폼이 성공하려면 타사와 다른 신선한 상품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패션플랫폼들이 단독상품, 선판매 등을 브랜드에 주문하는 이유다.



다만 네이버의 강점인 라이브커머스, 페이와 결합한다면 매스티지 고객을 포섭할 가능성이 있다. 네이버 쇼핑라이브는 9월 기준 누적 거래액 1조원 이상, 누적 시청 15억뷰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또 네이버페이 할인을 통해 소비자들을 유인한다면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들을 끌어모으는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패션타운 자체 경쟁력보다 네이버가 가진 경쟁력이 무서운 것"이라며 "내년엔 소비 심리도 꺾일 것으로 전망돼 패션 플랫폼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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