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닥]"조기 위암 내시경 일괄절제율 99%, 기술적 한계는 없죠"

머니투데이 이창섭 기자 2022.12.06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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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징스타닥터: 라스닥]⑩ 윤영훈 강남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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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훈 강남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윤영훈 강남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윤영훈 강남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2004년부터 세브란스병원에서 강사를 했다. 조교수가 될 순서였지만 돌연 대학을 떠났다. 2006년부터 제주한라병원에서 소화기센터 소장을 맡았다. 윤 교수는 그 당시를 "사실 너무 힘들어서 도망쳤다"면서도 제주도에서의 경험이 다시 서울로 돌아오는 계기가 됐다고 회고했다.

윤 교수가 세간의 주목을 받은 건 2008년.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에서 조기 위암을 치료하는 내시경점막하박리술(ESD)을 실시간으로 중계했다. 1000여 명이 모인 컨벤션에서 윤 교수는 스타가 됐다. "그날 라이브 시술을 한 사람 중 가장 완벽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임상 조교수로 복귀한 윤 교수는 조기 위암 ESD 치료의 최고 전문가가 됐다. 암세포가 위벽의 점막에만 국한된 조기 위암은 수술하지 않고 내시경으로 치료할 수 있다. 암 병변 밑에 주사액을 넣고 부풀린 다음 내시경에 달린 칼로 긁어내는 시술이 ESD다.

ESD의 가장 큰 장점은 수술이 아닌 방법으로도 병변을 한꺼번에 잘라낼 수 있다는 점이다. 이것을 '일괄절제'라고 한다. ESD 시술법이 나오기 전에는 내시경점막절제술(EMR)이 시행됐다. EMR은 튀어나온 종양을 올가미로 조여서 목을 자르듯이 떼어낸다. 일괄절제가 어려워 병변을 조각내는 분할절제가 이뤄졌다. 암세포가 과자 부스러기처럼 병변에 남을 수 있어 재발률이 높다.



윤 교수는 "분할절제 시 암의 국소재발률은 10~15%에 달한다"며 "ESD를 통해 일괄절제가 잘 된다면 재발률은 0.2~0.3%밖에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ESD 시술에서 일괄절제율은 시술자가 얼마나 잘하느냐에 따라 갈리는데 보통 95% 이상이라면 어셉터블(acceptable)하다"며 "내 시술의 일괄절제율은 99%를 넘어 거의 100%에 가깝다"고 자신했다.

그의 명성은 미국에도 닿았다. 미국에서 암 치료로 가장 유명한 MD 앤더슨 암센터의 제프리 리(Jeffrey H. Lee) 교수가 2014년부터 꾸준히 윤 교수를 찾아오고 있다. 코로나19(COVID-19) 영향이 있었던 최근 2~3년을 제외하고 해마다 한 번씩은 윤 교수를 찾아와 시술을 참관한다고 한다.


윤 교수는 "미국은 위암 환자가 많지 않아 의사들도 조기암 내시경 치료를 많이 해볼 기회가 없다"며 "제프리 리 교수가 일본을 비롯해 국내 대형병원도 여러 차례 갔지만 나를 만난 이후로는 나한테만 찾아온다"고 말했다.

윤영훈 강남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윤영훈 강남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모든 조기 위암에서 ESD 시술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암이 림프절이나 혈관까지 침범했다면 수술해야 한다. 그러나 종양이 위 점막에 국한돼 있고 분화도가 좋다면 내시경을 통한 치료가 가능하다. 종양 크기는 상관없다.

우리나라 EDS 시술의 보험 급여는 종양 크기 2㎝ 이하에만 적용된다. 그러나 분화도가 좋고, 림프절·혈관 침윤만 없다면 박리할 수 있는 종양 크기의 제한은 없다는 게 윤 교수 설명이다.

윤 교수는 "시술 후 예후가 좋지 않거나, 전이 위험 등 종양학적인 개념에서의 한계로 환자에게 수술을 권할 수는 있다"면서도 "'너무 어렵다'라거나 '감당이 안 돼서 못 하겠다'는 식으로 기술적 한계로 ESD 시술을 포기하는 일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결단코, 어느 부위든지 시술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실제로 다른 병원에서 내시경 시술을 하다가 포기해 윤 교수에게 맡기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전 내시경 치료로 병변에 딱딱한 흉터가 생기고, 여기에 위암이 재발할 수 있는데 윤 교수는 이러한 케이스도 ESD 시술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암의 림프절 전이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다는 게 윤 교수는 가장 아쉽다고 했다. 점막하 침윤이 깊거나 혈관·림프관 침윤이 있는 경우에는 수술을 권고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림프절 전이 위험성은 15~20%가량이다. 그 15~20% 가능성 때문에 수술을 추가로 더 해야 한다.

윤 교수는 "뒤집어 얘기하면 10명 중 8명은 결국 잔존 암이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수술하게 된 것"이라며 "그렇다고 수술 안 하기에는 그 15%가 너무 부담스러운 수치다. 암세포의 림프절 침윤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기법의 개발이 위암을 진료하는 의사들의 숙제"라고 말했다.

[프로필]윤영훈 강남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1996년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했다. 동대학에서 2001년과 2013년 각각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4년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강사를 지냈다. 2006년부터 2009년까지 제주한라병원 소화기센터 소장을 역임했다. 2009년부터 강남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20년 강남세브란스병원 위암센터 소장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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