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계 '황충'…스케일업·투자유치 명중

머니투데이 최태범 기자 2022.12.1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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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人사이드]이호재 와이앤아처 대표 인터뷰
11개국 45개 기관과 연계, 글로벌 시장 공략과 투자유치 지원
로컬 스타트업 생태계 발전에도 기여, 지난해 지방 투자비율 55%
정부 빅3 중 바이오헬스 분야 담당, 스타트업과 투자자 연결

이호재 와이앤아처 대표 /사진=이기범 기자 leekb@이호재 와이앤아처 대표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AC) 중 다소 독특한 이름을 가진 하우스가 있다. '궁수'라는 의미를 사명에 담은 와이앤아처다. 어떤 이유로 스타트업 보육·투자 업무를 '활쏘기'에 빗댔을까.

"와이(Y)는 젊음(Young)과 왜(Why)에 대한 궁금증을 찾아가는 모험을 이야기한다. 아처(Archer)는 궁수를 의미하며 목표를 향해 화살을 날리는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의지, 궁금증에 대해 해답을 던지겠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호재 와이앤아처 대표(사진)는 "'삼국지'에서 가장 활을 잘 다루는 것으로 묘사된 인물 '황충'처럼 스타트업의 가파른 성장이라는 목표를 정조준해 명중하는 AC가 되겠다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스타트업계 '황충'…스케일업·투자유치 명중
2015년 설립된 와이앤아처는 스타트업의 해외진출에 특화된 글로벌 AC를 지향한다. 11개국 45개 기관과 연계해 스타트업의 글로벌 시장공략과 투자유치를 돕는다.



지난 10월 제주에서 개최한 '에이스트림(A-STREAM)'의 경우 국내외 스타트업의 스케일업을 돕는 대표적인 글로벌 투자유치 프로그램이다. 올해 6회째를 맞는 이 행사에는 스타트업 150여개사, 국내와 해외 벤처캐피탈(VC) 70여곳이 참여했다.

지역 스타트업 생태계 발전에도 기여한다. 대구·광주·제주지사를 통해 발굴한 지방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으며 지난해 전체 투자액 40억원의 절반 이상을 지방기업에 투입했다.

정부가 미래 신사업으로 지정한 빅(BIG)3 육성의 한 축도 맡았다. 바이오헬스분야 투자유치 지원기관으로 선정돼 잠재력을 보유한 창업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도록 돕고 있다. 기술·경영·투자유치 등 다양한 분야의 멘토링을 제공한다.


와이앤아처의 지난해까지 투자액은 80억원, 포트폴리오는 60개사로 이들의 총 기업가치는 2020년 3645억원에서 7107억원으로 95% 성장했다. 지난해 휴런, 인포마이닝, 글로랑 등에서 엑싯(투자금 회수)하며 모두 100~300%의 IRR(내부수익률)을 달성했다.

와이앤아처는 글로벌 지원 역량을 보다 확대하고 각 권역별 창업지원기관, 대·중소기업과 협업해 활동반경을 넓힐 계획이다. 내년 더욱 높은 도약을 목표로 하고 있는 와이앤아처의 구체적인 계획을 이호재 대표로부터 들어봤다.

이호재 와이앤아처 대표 /사진=이기범 기자 leekb@이호재 와이앤아처 대표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AC로서 와이앤아처의 강점은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의 노하우(Know-how)와 두하우(Do-how)를 확실하게 갖고 있다. 스타트업들이 어느 수준까지 올라올 수 있도록 돕는 멘토링, 대기업과의 연계, 글로벌 진출 지원을 시스템적으로 효율화하고 VC들과의 네트워크를 통해 스타트업의 투자유치를 위한 연결고리를 만들고 있다.

-글로벌 AC를 목표로 한다고
▶초기부터 글로벌 액셀러레이팅을 지향했다. 한국과 아시아에 있는 스타트업들이 북미로 가거나 유럽으로 갈 수 있도록 지원해왔다. 이 같은 기조에는 변화가 없다. 에이스트림이라는 말에도 아시아 스타트업들을 주류로 만들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코로나19 때문에 다소 위축됐었지만 내년부터는 다시 글로벌을 본격화하기 위해 태국과 말레이시아에 별도의 인력을 배치할 계획이다.

-현지에 인력을 두는 이유는
▶기본적인 딜소싱(투자기업 발굴) 외에도 모더레이터(조정자) 역할이 가능하다. 국내 스타트업들이 태국에 진출하려고 할 때 사업적으로 서로 맞닿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 이를 중간에서 조율해 붙여주면 이들이 각각 따로 진출하느라 소모해야 하는 리소스를 줄이고 빠르게 시장을 확대할 수 있는 상황들이 생길 수 있다. 매년 600여개사를 액셀러레이팅하고 있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업들이 많다.

-딜소싱 방법은
▶다른 기관과 공동으로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게 많다. 1년에 50~60개의 프로그램이 가동된다. 1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스타트업이 10~15개사, 따라서 1년에 600여개사가 유입된다. 각 프로그램에 서류를 내는 곳들까지 합하면 2000개 이상의 데이터가 확보된다. 이들이 우리가 제시한 문제를 풀었는지 3~6개월 꾸준히 지켜보면서 스킨십하면 리스크를 헷지(손실 최소화)하면서 유망 기업을 찾을 수 있다. 11개국 45개 기관과 연계하고 있어 이 부분들까지 포함하면 생각보다 많은 기업을 모수로 갖고 있는 것이 강점이다.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와이앤아처가 지난 10월 17~18일 제주에서 글로벌 스타트업 컨퍼런스 '에이스트림(A-STREAM)'을 개최했다. /사진=와이앤아처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와이앤아처가 지난 10월 17~18일 제주에서 글로벌 스타트업 컨퍼런스 '에이스트림(A-STREAM)'을 개최했다. /사진=와이앤아처
-기억에 남는 스타트업은
▶임신·출산·육아 맞춤 먹거리 큐레이션 서비스 '맘마레시피'를 운영하는 잇더컴퍼니다. 처음에 사업 아이템이 공감이 안 됐다. 대표(CEO)가 의지를 꺾지 않고 사업을 계속 진행했는데 수용할 부분은 빠르게 수용했다. 그 행동반경에서 서울보다는 제주도가 더 맞을 것 같다고 제안하니 바로 제주도로 내려갔다. 새로운 먹거리를 상품화하는 사업을 통해 현재 시리즈B 투자유치를 준비하는 스타트업으로 성장했다.

-투자 혹한기 체감하나
▶투자시장의 한파가 시리즈B 이상 투자하는 곳에 타격이 있었는데 지금은 극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AC 입장에서도 한 번 정도는 더 고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장이 좋을 때는 스타트업이 투자유치 이후 6개월이면 허들을 넘어 다음 단계 투자를 받았는데 지금은 1년 6개월은 버텨야 하는 상황 같다. 다음 투자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스타트업의 기업가치를 낮춰야 하는 게 어려운 부분이다.

-바이오 쪽 상황은 어떤가
▶후속 투자를 해줘야 하는 VC나 사모펀드(PE) 쪽에서도 당분간 바이오 기업은 갖고 오지 말라는 얘기를 할 정도다. 이들이 기존에 투자한 바이오 기업의 후속 투자도 안 되고 있는 상황이라 새로 발굴해서 투자를 연결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문제를 해결할 필요성이 매우 크다.

-어떻게 풀고 있나
▶정부의 빅3 육성 사업 중 바이오헬스 분야를 맡아 스타트업과 투자자를 연결하는 작업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 한림제약이나 대웅제약 등 제약바이오 기업들과도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다. 과거에는 한쪽 라인에서만 바이오를 보던 투자자를 연결했다면 지금은 더욱 다양한 형태로 다른 분야를 보던 투자자까지 흡수해 장기적으로 스킨십이 이뤄질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투자자가 원하는 포인트에 맞도록 바이오 기업의 IR(기업소개)을 조정하고, 글로벌 투자자들까지 연결하며 바이오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좀 더 판을 키워 진행하고 있다. 빅3에 참여하며 이런 부분들을 더욱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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