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쌀이 주식" 가나인 입맛 사로잡은 '한국형 벼'…삶까지 바꾼다

머니투데이 아크라(가나)=정혁수 기자 2022.12.08 06:00
글자크기
KOPIA 가나센터 김충회 소장(왼쪽 두번째)이 지난 달 26일 다웬야지역 벼 농가실증 시험포 현장을 찾아 농촌진흥청 및 현지 농업인을 상대로 사업 진행상황을 설명하고 있다.KOPIA 가나센터 김충회 소장(왼쪽 두번째)이 지난 달 26일 다웬야지역 벼 농가실증 시험포 현장을 찾아 농촌진흥청 및 현지 농업인을 상대로 사업 진행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KOPIA 가나센터는 수확량이 적은 현지 품종을 대신해 질병에 강하고 수확량이 많은 한국형 벼품종을 개발해 현지농가에 보급중에 있다. 사진은 가나센터가 운영하고 있는 벼 농가실증 시험포 현장.KOPIA 가나센터는 수확량이 적은 현지 품종을 대신해 질병에 강하고 수확량이 많은 한국형 벼품종을 개발해 현지농가에 보급중에 있다. 사진은 가나센터가 운영하고 있는 벼 농가실증 시험포 현장.
'100세 시대'를 고민하는 대한민국 이지만 아프리카는 아직도 평균수명이 60세 미만인 유일한 대륙이다. 심지어 에스와티니(옛 스와질란드) 국민 평균수명은 겨우 30세에 불과하다. 질병과 기아가 가져온 참담한 결과다. 지난 50년 동안 2조 달러 이상의 국제사회의 원조금중 상당액이 아프리카에 전해졌지만 지속가능한 경제성장과 빈곤 퇴치는 여전히 요원한 과제로 남아있다.



국세사회의 '원조 효과'를 둘러싼 논란도 거세다. "가난과 부패, 정치 불안 등으로 점철된 아프리카에 원조는 독이 된다"는 비판이 있는 반면 "이들이 처한 위기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반드시 원조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아프리카의 삶을 변화시키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모색되고 있는 가운데 농촌진흥청 해외농업기술개발사업(KOPIA)이 주목받는 이유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공공혁신전망대(OPSI)는 올해 공공부문 혁신 우수사례로 지구촌에서 진행되고 있는 KOPIA 활동을 선정했다. 이는 KOPIA가 전 세계 23개 개발도상국의 빈곤과 농업·농촌 문제를 해결하는 혁신적이고도 효과적인 맞춤형 농업기술임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K-농업기술'이 빛을 발하고 대표적 지역중 하나가 바로 가나(Ghana)다.
KOPIA 가나센터는 양계 농가 소득제고를 위해 양계 우량종 선발 및 농가 보급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충회 소장이 가나 과학산업연구청(CSIR) 관계자와 사육중인 닭들의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KOPIA 가나센터는 양계 농가 소득제고를 위해 양계 우량종 선발 및 농가 보급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충회 소장이 가나 과학산업연구청(CSIR) 관계자와 사육중인 닭들의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지난 달 26일 아크라에서 만난 KOPIA 가나센터 김충회(75) 소장은 "가나에는 세계 최대의 인공호수인 볼타호(Volta Lake, 8482㎢)가 있고 전 국토의 57%(1360만 ha)가 농지일 만큼 농업여건이 뛰어나지만 농업 인프라가 열악하고 토양이 척박해 생산성이 매우 낮다"며 "우리 나라가 경작지 165만 ha에서 평균 쌀 433만톤을 생산하는 데 비해 이 나라는 경작지 680만 ha에서 생산하는 쌀이 97만톤에 불과해 쌀 수요량의 절반인 95만톤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쌀, 토마토, 가금육 등 수입 의존 식량작물의 자급 달성이 국가적 과제로 추진되고 있는 가나에서 KOPIA 센터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생산성 증진을 위한 기술개발과 보급이 시급한 상황에서 K-농업의 선진 노하우가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가나센터는 품종 육성, 재배기술 개선, 수확후 관리기술 및 마케팅에 이르는 전 과정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특히 수확량이 적은 현지 품종을 대신해 병해에 강하고 수확량이 많은 한국형 벼 3품종(CRI-KOPIA, CRI-KAFACI, CRI-YawOfosu)을 개발·보급하면서 가나인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올 해 품종 등록을 마친 이들 신품종 보급종 생산량(2019~2021년)은 CRI-YA(5495kg), CIR-KA(2474kg) 등 모두 9993kg을 기록했고, 같은 기간 158개 농가( 85개 마을, 28개 카운티)에 보급되면서 가나 쌀 증산에 기폭제가 되고 있다.
가나에서는 쌀 증산이 최대 현안 농업과제다. KOPIA 가나센터 김충회 소장이 현지 농업 연구자들과 함께 다수확성 품종 개발을 위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가나에서는 쌀 증산이 최대 현안 농업과제다. KOPIA 가나센터 김충회 소장이 현지 농업 연구자들과 함께 다수확성 품종 개발을 위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한국의 선진농업기술은 가나 청소년들에게도 배움의 대상이다. KOPIA 가나센터 김충회 소장이 청소년들에게 토마토 재배와 관련된 질문에 답하고 있다.한국의 선진농업기술은 가나 청소년들에게도 배움의 대상이다. KOPIA 가나센터 김충회 소장이 청소년들에게 토마토 재배와 관련된 질문에 답하고 있다.
가나 국민들에게 쌀이 주식이라면 '없어서는 안될 반찬'인 토마토의 자급 달성 노력도 활발하다. 가나는 한 해 800만불(7만5000톤, 2020년 현재) 규모의 토마토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가나센터는 이를 위해 양질의 다수성 신품종 3종(KOPIA Tomato, CRI Kwabena, CRI Tomafresh)을 육성·등록한 상태로 재래품종(8.1톤/ha)에 비해 각각 20.6톤, 18.9톤, 17.7톤의 월등한 생산량을 기록하고 있다.

2023년 가나에서는 농업을 중심으로 한 '한국형 신(新)ODA 사업'이 추진될 예정이다. '가나 물-에너지-식량 넥서스 농민 삶의 향상 프로그램(WEFP)'사업으로 명명된 이 프로젝트는 △농촌진흥청 KOPIA(벼 보급종 생산) △한국농어촌공사(경지정리, 관개시설) △한국산업기술진흥원(태양광발전소) 등 3개 유관기관들이 협업으로 진행하는 최초의 사업이다. '다웬야지역 벼 패키지사업'으로도 알려져 있다.
KOPIA 가나센터 김충회 소장이 양계 우량종 선발 프로젝트와 관련 가나 과학산업연구청(CSIR)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KOPIA 가나센터 김충회 소장이 양계 우량종 선발 프로젝트와 관련 가나 과학산업연구청(CSIR)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KOPIA 가나센터 김충회 소장은 "가나에 있어 쌀은 식량작물중 최대 수입 품목으로 이번 사업을 통해 100ha 규모의 벼 종자 생산단지가 조성되면 쌀 수입량 의존도를 크게 낮추게 될 것"이라며 "이와 함께 가나 벼 재배면적 30만ha의 1/3에 해당하는 10만ha에 보급종을 무상보급해 쌀 64만톤을 생산하는 계획도 차질없이 추진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