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예고편 영상 캡처
그러나 페이즈4 말미부터 페이즈 5초기인 현재에 이르기까지 MCU를 대하는 관객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멀리 갈 필요도 없이 최근 개봉한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는 국내 개봉 20일 만에 겨우 200만을 돌파했다. ‘블랙 팬서 1’이 개봉 4일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한 것과 비교하면 국내 관객이 MCU에 대한 관심이 현저히 떨어졌음을 보여준다.
이런 MCU의 아슬아슬한 행보는 OTT 디즈니 플러스 속 드라마를 통해 더욱 확연히 드러난다. ‘왼다 비전’, ‘로키’, ‘호크아이’ 시리즈를 통해 보여준 작품성은 사라지고 ‘미즈 마블’, ‘쉬헐크’ 등이 자리를 채웠다. ‘MCU도 여기까지인가 보다’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떠도는 현 상황은 결코 좋은 신호가 아니다.
'블랙팬서2' ,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하지만 우리에게 더 이상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블랙 위도우는 없다. ‘어벤져스1’에서 강력한 파괴력을 보여주던 헐크도 지나치게 똑똑해진 탓에 사라진 것이나 다름없다. 따라서 앞으로의 MCU를 이끌어 갈 새 얼굴의 소개는 필수적이다. 지금은 MCU의 페이즈5라기보다 MCU라는 야구팀의 리빌딩 기간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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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관점을 바꾸면 흑인 소녀가 아이언맨 수트를 입는 것도, 슈리가 차세대 블랙 팬서가 되는 것도, 관대하게 지켜볼 수 있다. 여성 히어로가 늘어나는 것도 전혀 문제 되지 않는다. 오히려 권장할 만하다.
그런데 왜 최근 몇 년 사이 “MCU도 여기까지”, “갈 데까지 갔다”는 말이 나오는가. MCU가 바라보는 미래에 스토리보다 이상주의가 앞서있기 때문이다. 최근 싱가포르에서 열린 디즈니 콘텐츠 쇼케이스 2022 행사에 화상으로 참석한 루이스 데포시토 마블 스튜디오 공동 회장은 “전 세계는 정말 다양하고 우리의 영화와 시리즈도 그 다양성을 반영해야 한다. 다양한 인종과 연령, 종교를 가진 사람들과 작업할 수 있다는 것이 마블의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현장에 있었다면 손뼉을 쳤을 발언이다. 그러나 여기에 앞으로 어떤 서사를 들려줄 것인가 아닌 ‘다양성’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중요하게 언급된다. ‘스토리’로 현재의 금자탑을 쌓은 MCU가 ‘무슨 이야기를 하겠다.’가 아닌 ‘다양성을 더욱 반영하겠다.’고 말하는 건, 마치 선거 때 정치인이 제시하는 공약처럼 들린다.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 매니아',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이런 MCU의 유연성은 철저하게 ‘상인 정신’에 입각해 이뤄졌다. ‘거액을 투자한 만큼 흥행 수익을 내고야 말겠다.’, ‘적어도 손해는 보지 않겠다.’는 상인 정신이 있었기에 앞서 언급한 결정들을 내릴 수 있었을 것이다.
어느새 ‘글로벌 미디어 공룡’이 되어버린 디즈니 산하의 마블 스튜디오에 이런 말이 우스울 수도 있겠다. 그런데도 지금의 MCU에 ‘상인 정신’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하고 싶다.
행여 MCU가 “더 다양한 인종을 출연시켜서 그 지역 관객들을 더 많이 확보해야지”라는 생각을 혹시 가지고 있는 것이라면 멀티버스 노래를 부르면서도 현실에서는 1차원적인 생각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상인 정신’을 잃은 듯한 MCU의 지금을 보고 있노라면 ‘재벌 집 막내아들’ 진양철 순양그룹 회장님의 자서전이라고 보내주고 싶은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