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의 영리한 추억 소환

머니투데이 한수진 기자 ize 기자 2022.12.05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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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 사진제공=RBW카라, 사진제공=RBW


걸그룹 역사에 중요한 해를 꼽자면 2007년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원더걸스, 소녀시대 그리고 카라가 데뷔한 해이기 때문이다. 이들 그룹은 대중의 많은 사랑을 받으며 한국 가요사에 유의미한 족적을 남겼다. 원더걸스는 미국에서 한국 아티스트 최초로 빌보드 메인차트인 '핫 100'에 랭크를, 소녀시대는 오랜 기간 명맥을 유지하는 것 이상의 건재를, 카라는 한국 여성 아티스트 최초로 도쿄 돔에서 단독 공연을 했다.



소녀시대를 제외하곤 원더걸스는 지난 2017년 해체를 공식화했고, 카라도 사실상 DSP엔터테인먼트와 전속계약 만료를 기점으로 2016년부터 팀 활동을 하지 않았다. 이들의 해체는 국내는 물론 해외의 많은 케이팝 팬들도 아쉬워했던 소식이었다. 원더걸스의 경우는 멤버들이 솔로 활동을 왕성하게 펼치며 아쉬움을 달랬지만, 카라는 한승연의 배우 활동을 제외하곤 멤버들의 모습을 보기가 쉽지 않았던 상황이다.

그렇게 추억이 될 뻔한 시점에 박규리, 한승연, 니콜, 강지영, 허영지가 카라의 이름으로 대중 앞에 다시 섰다. 그리고 자신들의 기록을 다시 썼다. 7년 만에 발표한 신곡 'WHEN I MOVE(왠 아이 무브)'가 멜론 등 국내 음원차트와 일본 차트에서 상위권을 기록한 것이다. 과거 발표곡 '루팡'과 '미스터' 등도 신곡과 함께 역주행하는 상황까지 이어졌다. 대중의 추억을 영리하게 소환한 성공적인 귀환이다.



카라, 사진제공=RBW카라, 사진제공=RBW
이들이 다시 뭉친 데에는 세월 속의 성장과 그룹에 대한 멤버들 스스로의 향수가 적지 않게 작용했을 것이다. 때마침 데뷔 15주년이라는 좋은 명목도 있었으니 재결합은 그리 결연하거나 재기에 무게를 주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었다. 멤버들도 이번 앨범으로 무언가를 보여줘야겠다는 비장한 마음은 덜고 마치 축제처럼 활동을 즐기고 있다. 음악방송에서 후배 걸그룹이 카라의 오랜 활동 비결을 묻자 박규리가 "결혼을 안 하면 된다"고 말한 것에 멤버들이 박장대소할 수 있던 것도 이러한 마음가짐이기에 할 수 있던 농담이다. 사활을 걸지 않고 그저 즐기는 자의 낙천적인 태도로 활동을 하는 모습은 대중에게도 호감으로 작용하고 있다.

새 앨범 'MOVE AGAIN(무브 어게인)'이라는 제목은 팬들에게 벅찬 감정을 안기기에도 충분했다. 자신들을 기다려 온 팬들에게 무대 위 모습(MOVE)을 다시 멋지게 보여주고 싶다는 의미를 짧지만 강렬하게 잘 담아냈다. 특히 이번 앨범에 멤버 모두가 프로듀싱에 참여하며 능동적인 모습으로 진정성까지 높였다.


그중에서도 타이틀곡 'WHEN I MOVE'의 멜로디는 영리하다고 말할 수 밖에 없는 익숙한 멜로디가 짙은 향수를 자극한다. '루팡' '미스터' '맘마미아'를 연상케 하며 그 시절로 소환을 부른다. 밀레니얼 스타일의 편곡에 카라 특유의 기교는 덜어내고 음을 강하게 찍어누르는 쪼가 잘 스며들었다. 강지영과 니콜이 참여한 가사에는 '왔어 우리에게 너무 좋은 날이'라며 자신들의 컴백을 자축하고, 또한 이 컴백의 주도권을 자신들이 아닌 '네가 원했던 이 순간'이라며 청자에게 돌린다. 사려 깊은 시선이 담긴, 기껍게 반길 수밖에 없는 요소를 두루 갖춘 곡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뮤직비디오에 멤버였던 고(故) 구하라의 빈자리를 의도적으로 담아내며 결집력까지 품는다.

박규리는 "앨범명과 같이 많은 분들이 사랑해 주셨던 카라의 노래와 춤, 무대를 다시 보여드리고자 하는 마음으로 만든 앨범"이라고 'MOVE AGAIN'을 소개했다. 그리고 강지영은 "보이는 그대로 봐주시면 좋을 것 같다. 멤버들 모두가 이 순간을 기다려왔고, 열심히 준비해서 무대에서 힘차게 노래하고 춤출 테니까 함께 즐겨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과거에만 머물던 카라의 신명나는 멜로디가 오늘날 축제의 장이 되어 새롭게 펼쳐졌다. 카라의 영리한 추억 소환에 많은 이들이 다시 어깨를 들썩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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