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전 11시쯤.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초등학교 후문 인근에 지난 2일 음주운전 사고로 숨진 B군을 추모하는 국화꽃과 포스트잇이 붙은 종이가 놓여있다. /사진=박수현 기자
이곳을 찾은 주민들은 한숨을 내쉬며 눈물을 보였다. 60대 주민 A씨는 "숨진 아이가 손주와 같은 나이라 더욱 마음이 아프다"며 "매일 한 번씩 오는데 음주 운전 차량에 숨졌다니 마음이 안 좋다"고 했다. 사고가 일어난 초등학교 후문에는 인도도 횡단보도도 없어 추모 공간도 도로 한편에 마련됐다.
C씨는 경찰 조사에서 사고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했다. 사고 직후 40m가량 운전해 자택 주차장에 주차했고, 집 주변이 소란스러워 5분 뒤에 사고 현장에 갔다는 진술이었다. C씨는 "사고 전에 집에서 혼자 맥주를 1~2잔 마셨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준(0.08%) 이상이었다.
서울중앙지법은 전날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어린이보호구역치사와 위험운전치사,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혐의를 받는 C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구속 사유는 "범죄의 중대성이 있어 도주의 우려가 있다"는 것이었다. 이에 C씨는 강남경찰서 유치장에서 수사받게 됐다.
5일 오전 11시쯤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초등학교 후문 인근에 어린이보호구역임을 알리는 안내판이 서있다. /사진=박수현 기자
이 시각 인기 뉴스
어린이와 운전자의 시야를 가릴 수 있는 불법 주정차도 이뤄졌다. 이날 오전 해당 학교 후문 앞으로 몇몇 차량이 정차하는 모습을 보였다. 학교 인근에서 공유 전동킥보드나 오토바이를 타고 가는 사람도 있었다. 길이 좁은 탓에 차량 두 대가 아슬아슬하게 서로를 비껴가는 장면도 연출됐다.
정부는 2019년 9월 충남 아산의 어린이보호구역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한 고(故) 김민식 군(당시 9세)의 사고 이후 어린이보호구역 내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2020년 3월25일부터 일명 '민식이법'을 시행했다. 해당 법안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과 도로교통법 개정안으로 이뤄져 있다.
민식이법 시행 직후 대폭 줄었던 어린이보호구역 내 어린이 교통사고는 지난해 다시 오름세를 보였다.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서울 지역 어린이보호구역에서 발생한 어린이교통사고는 2019년 114건에서 2020건 65건으로 줄었다가 지난해 68건으로 다시 늘었다. 사망 사고도 2019년 2건에서 2020년 0건으로 줄었다가 지난해 1건으로 늘었다.
어린이보호구역 내에서 인명 사고를 일으킨 운전자에 대한 처벌과 함께 환경 개선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민식이법으로 불리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에서는 어린이보호구역 내에서 무인 교통단속 장비와 신호등 설치를 의무화했지만 사고가 일어난 장소에는 해당 장비가 설치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