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민정, 사진제공=HB엔터테인먼트
배우 공민정이 바로 그런 경우. 요즘 각광받는 실력파 연기자로 떠오르는 그는 지난해부터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 ‘작은 아씨들’ ‘천원짜리 변호사’에 잇달아 출연하며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스크린에서도 ‘연애 빠진 로맨스’과 독립영화 ‘파로호’ ‘희수’ 등에 꾸준히 얼굴을 내밀며 ‘믿고 보는 배우’ 반열에 올라서는 중이다. 지방 치과의사 간호사를 연기하든 형사를 연기하든 초등학교 선생님을 연기하든 연기가 아닌 실제 현실에 있을 법한 살아 숨 쉬는 인물을 창조해내며 눈길을 사로잡는다.
사진제공=HB엔터테인먼트
공민정은 오랜 무명 생활 끝에 30대 중반을 넘어서면서부터 주목을 받기 시작한 말 그대로 ‘대기만성형’ 배우다. 공연과 독립 영화계서 꾸준히 실력을 쌓으며 자신이 빛을 발할 날을 기다려온 그가 대중의 눈길을 제대로 받기 시작한 건 2019년 영화 ‘82년생 김지영’에서 지영(정유미)의 언니 은영을 연기하면서부터다. 그 이후 다양한 매체로 활동반경을 넓히며 맹활약해온 그는 지난해 ‘갯마을 차차차’ 이후 주가가 급부상하며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구직 사이트 광고도 촬영하는 행복한 순간을 경험했다. 가족들의 반응은 어떨까?
“글쎄요. 원래 무슨 티를 내시는 분들이 아니셔서 별 반응이 없던데요. 말씀은 안하시지만 좋아하시겠죠. 사실 지난해 ‘갯마을 차차차’가 방송되기 전에는 제가 뭐 하고 다니는지 궁금하셨을 거예요. 배우를 한다고 다니는데 도대체 얼굴을 잘 볼 수도 없으니 말이에요.(웃음) ‘갯마을 차차차’가 방송된 후 오랜만에 집에 가니 평소 아무 말씀도 없던 아버지가 사인 몇 장 해놓고 가라고 하셔서 많이 웃었어요. 어르신들에게는 역시 TV에 나오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갯마을 차차차’ 이후 계속 드라마를 나오니 정말 좋아하시더라고요. 앞으로 효도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생겨야 할 텐데.(웃음) 전 매체에 대한 구분은 없어요. 일이 좀 잘 돼간다고 제 뿌리인 독립 영화와 거리를 둘 생각은 없어요. 지난 여름에도 독립 영화 한편을 촬영을 했어요. 매체에 상관없이 한 신을 나오든 백신을 나오든 캐릭터가 제대로 기능하는 역할인 게 저에겐 중요해요. 정말 다양한 역할을 연기해보고 싶어요. 너무 바쁘지 않냐고 묻는 분들이 계신데 사실 전 바빠도 돼요. 얼마나 오래 쉬었는데요.(웃음) 전 아직 많이 배고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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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HB엔터테인먼트
“중학교 3학년 때 특별활동 시간에 조승우 선배님이 출연하신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을 보러 갔는데 정말 엄청난 충격을 받았어요. 막 소름이 돋고 전율이 이는 게 이제까지 제가 살아온 우주와 다른 세상이 펼쳐진 느낌이었어요. 그때 이걸 해야겠다는 생각이 딱 들었죠. 근데 성격이 내성적이라 집에 말도 못하고 끙끙 앓다가 고3때 부모님께 말씀드렸어요. 예상대로 엄청 반대하시더라고요. 후회할 거라고 말리셨는데 밀어붙였어요. 대학교에 딱 합격하니 더 이상 말리지 못하시더라고요. 제 성격은 제가 뭐라 한 줄로 단정 짓지 못하겠어요. 평소에는 내성적인 편인데 친한 친구나 동료들과 함께 있으면 활기차고 밝아져요. 아까도 말했다시피 제가 연기한 표미선, ‘작은아씨들’의 장마리, ‘천원짜리 변호사’ 나예진 모두 내 안에 정도의 차이가 있지 다 존재하는 사람이에요. 장마리는 이제까지 해온 캐릭터와 달라 더 재미있었어요. 우리 모두 자기가 욕망하는 대로 행동하고 말하고 살지는 못하잖아요. 평소 쓰지 않은 감정을 쓰다보니 희열이 느껴지더라고요.”
공민정은 인터뷰 내내 동료들에 대한 존경과 애정의 마음을 드러냈다. 작품마다 만나는 대한민국 최고 배우들과의 작업에서 매일 자극과 감동을 느끼곤 한다. 그러며 배우가 되겠다고 결심했던 중학교 3학년 때의 흥분과 전율을 다시 경험한다 최근 작업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자극을 준 배우를 묻는 질문에 공민정은 한동안 고민하다 천천히 답을 내놓았다. 마치 그 당시의 감정을 다시 복기하는 듯했다.
'천원짜리 변호사' 공민정, 사진제공=SBS
지금 써내려가는 필모그래피만 봐도 공민정이 얼마나 소처럼 열일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촬영장에 없을 때 평상시의 일상이 궁금해졌다. 연기 이외에 관심이 있는 분야는 있을지, 취미는 과연 뭘지 물어봤다. 그랬더니 역시 예상대로 대답이 작품과 연기에 대해 이야기할 때만큼 술술 나오지는 않았다. 내향적인 성격이 맞는 듯하다.
“한때 취미부자라 불릴 만큼 이것저것 많이 해봤죠. 그중 요즘까지 즐겨하는 건 도예예요. 흙을 빚으면서 그릇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하다보면 생각도 비워지고 마음이 평온해지더라고요. 몸을 쓰는 건 발레도 배워봤고 필라테스도 꾸준히 하고 있어요. 액션 연기 때문에 주짓수 도장도 한동안 열심히 다녔어요. 주량요? 예전엔 잘 마시는 편이었는데 요새는 한번 마시면 이틀 정도 넘 힘들어서 못 먹겠더라고요. 저도 나이가 이제 먹나봐요.(웃음) 평소 쉬는 때는 저랑 가장 잘 맞는 친구인 배우 김새벽과 만나서 밥먹고 수다 떨어요. 서로 성향이나 코드가 참 잘 맞더라고요. 결혼요? 비혼주의자는 절대 아니에요. 좋은 인연을 기다리고 있습니다.(웃음)”